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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Dec 31. 2021

[인터뷰①] 김현진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

[인터뷰①] '엘리펀트 송' 김현진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

김현진©나인스토리

다음은 12월 23일에 나간 연극 '엘리펀트 송'의 배우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저는 어떤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봤을까요?”


(해당 인터뷰 기사에는 ‘엘리펀트 송’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연극 ‘엘리펀트 송’(제작 나인스토리)이 다섯 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찾아왔다. 아시아 최초 한국 초연 6주년을 기념한 연극 ‘엘리펀트 송’은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의사 로렌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병원장 그린버그가 로렌스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환자 마이클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밀도 높게 그려낸 작품이다. 행방의 단서를 찾으려는 병원장 그린버그와 알 수 없는 코끼리 얘기만 늘어놓는 환자 마이클, 그리고 마이클이 유독 경계하는 수간호사 피터슨까지 세 사람의 대화가 치밀하게 엇갈리며 고도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엘리펀트 송’은 캐나다 작가 니콜라스 빌런(Nicolas Billon)의 데뷔작으로 2004년 캐나다 스트랫퍼드 축제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4년에는 자비에 돌란, 브루스 그린우드, 캐서린 키너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이때 원작자 니콜라스 빌런이 대본 작업에 참여해 영화 및 미니시리즈 WGC 각본상과 캐나다 스크린 어워드 최우수 각본상(CSA)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담당 주치의 ‘로렌스’를 마지막으로 만난 환자 ‘마이클’ 역은 전성우, 김현진, 강승호, 신주협, ‘로렌스’ 실종의 단서를 찾기 위해 ‘마이클’을 찾아오는 병원장 ‘그린버그’ 역은 이석준, 정원조, 정상윤, ‘마이클’을 돌보는 수간호사 ‘피터슨’ 역에는 박현미, 고수희, 이현진이 무대에 오른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제작사 나인스토리의 사무실에서 만난 ‘마이클’ 역의 김현진은 ‘마이클’의 분신 같은 존재 코끼리 ‘안소니’ 열쇠고리를 가방에 달고 등장했다. 올해 ‘쓰릴 미’, ‘스프링 어웨이크닝’, ‘2021 웰컴대학로 웹컴씨어터 어린왕자’, ‘엘리펀트 송’, ‘라흐마니노프’로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 김현진은 그의 고민의 흔적이 연기에 드러나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배우다.


그는 “5년 전에 ‘엘리펀트 송’의 서은지 작곡가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친구인데 공연을 추천해줘서 봤었다. 각자가 좋은 공연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겠지만, 저는 배우로서 제가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때 공연을 보고 너무 하고 싶었고, 저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웃음) 그 뒤로 ‘엘리펀트 송’을 했던 배우들을 만날 때마다 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번에 제작사에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겠다고 했다. 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연극을 하긴 했지만 주로 뮤지컬을 많이 해서 연극을 해보고 싶었다. 회사 팀장님과 연극을 하고 싶다고 말하던 찰나에 ‘엘리펀트 송’ 제안을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게 됐고, 이 공연에 저의 정신적 지주인 이석준 선배님께서 계시기 때문에 더 좋다”고 ‘엘리펀트 송’에 함께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정상윤, 김현진©나인스토리

김현진은 태어나서 처음 본 공연에서 본 배우가 이석준으로 여러 인터뷰에서 그를 자신의 멘토로 소개한 적이 있다. 자신의 멘토이자 정신적 지주와 공연에 오른 소감은 어땠냐 묻자 “선배님께서도 우리가 드디어 공연을 같이 한다면서 신기해하시고 저에게 잘 어울릴 거고 새로운 도전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다. 연습이 끝나면 저는 아이패드와 선배님은 대본을 올려두고 서로 토론도 했었다. 한편으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님이시다 보니 작품의 캐릭터 보다 선배님의 존재가 더 큰 느낌이 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무대에 올라간 순간 석준 선배님께서 그린버그 그 자체로 서 계셔서 캐릭터로 녹아들 수 있었다”고 페어 첫 공연 날을 회상했다.


5년 전 객석에서 보던 마이클과 무대 위에서 만난 마이클의 느낌은 사뭇 달랐을 터. 김현진은 “그때 (전)성우 형의 공연을 봤었는데 끝나고 한참 동안 멍했다. ‘어떻게 된 이야기지? 내가 무엇을 놓쳤지? 마이클은 왜 그런 결말이지?’라는 생각으로 객석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무언가 깨달아지는 순간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무대 위에서 마이클은 이미 결말을 마음에 가지고 있는 친구라 상대에게 순간순간 게임을 하듯이 말을 던지는 게 다르게 다가왔다. 공연을 봤을 때는 물음표였다면 무대 위에서는 느낌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클의 대사 중에 '절박한 외침'이라고 말을 하는 게 있는데 알 수 없을 것 같은 모든 이야기가 마이클에게 있어서는 절박한 외침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마이클은 정신 병원에 8년간 지내고 있으면서 과연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김현진도 이에 대해 굉장히 궁금했다고 한다. 그는 “이 아이에게 시간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대본을 받고 고민된 게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내린 건 마이클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이어야 하는 거였다. 마이클에게는 시간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었을 것 같다. 흘러가는 것에 의미나 가치를 두는 아이가 아닐 것 같은데 무언가 가치 있고 소중한 거라고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개념도 그렇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8년간 병원에 있었으면 답답했겠다고 싶었지만, 나중에는 8년이란 시간이 그냥 흘러갔을 것이고, 여기서 나가고 싶은 마음과 자유에 대한 열망도 있었겠지만, 이 아이가 병원에서 나간다고 어떤 행복이나 나아진 삶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까. 저는 없었을 것 같다. 마이클이 말한 자유는 정신병원으로부터의 자유는 아니었으니 말이다”며 그의 생각을 전했다.

정상윤, 김현진©나인스토리

연극 ‘엘리펀트 송’은 장르가 심리 스릴러라고 하지만 막상 공연을 보면 장르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극의 포인트는 마이클이 관객을 끝까지 속고 속여야 하는 것. 이를 연기하는 배우도 손쉽게 들키지 않고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야 해서 그만큼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낄 것 같다. 김현진은 “사람들이 마이클에게 가진 선입견을 보여주기 좋다고 생각한다. 대사 중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과거에 어떤 짓을 했는지를 신경 쓴다고요"라고 말하는데, 관객 또한 마이클이 어떤 마음이라기보다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이클의 반전을 알게 됐을 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봤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마이클의 캐릭터성이 아닐까. 작가님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작품을 썼을 것 같다. 저도 ‘엘리펀트 송’을 5년 전에 봤을 때 왜 마이클을 그렇게 판단했을까, 마이클을 다른 눈빛으로 바라보던 사람들과 나는 어떤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을까 반성하게 됐다. 극장을 찾는 분들도 이런 새로운 지점을 발견하지 않으실까”라며 관극 포인트를 짚어줬다. 이어 “마이클이 피터슨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뱉어내는 것 또한, 정말 피터슨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공연을 봤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 이야기와 가장 반대되는 사람인 것을 알고 ‘나는 왜 마이클의 말만 듣고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봤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엘리펀스 송’의 무대에는 마이클, 그린버그, 피터슨 세 사람이 등장하지만,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마이클의 의사 로렌스 역시 궁금한 인물이다. 마이클에게 로렌스는 어떤 의사였을지 궁금했다.


“의사와 환자라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그동안 마이클을 대하는 의사와는 달리 따뜻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이클이 로렌스에게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테고요. "날 돌봐준다면"이라고 말하는 마이클은 누군가에게 돌봄을 제대로 받아본 적 이 없었을 텐데, 로렌스를 보고 누군가가 나를 돌봐줄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을 때 속에서 감정의 변화가 일어났을 것 같아요. 나를 돌봐주는 감정으로 대하는 로렌스를 소중하게 생각했을 거고요. 그런데 재미있는 지점은 저에게 사랑을 주는 의사인 로렌스와 간호사 피터슨에 대해서 로렌스는 당기고 싶었다면 피터슨은 밀어내고 싶어요. 이게 엄마에 대한 기억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한 번도 그런 진심 어린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조건 없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았을 때 행복하고 좋지만 밀어내려고 하는 속성처럼 피터슨은 밀어내고 싶었을 것 같아요.”

김현진©나인스토리

또한 공연을 보다 보면 왼쪽 창문에 눈이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한다. 과한 궁금함인가 싶다가도 이에 대해 의미가 있는지 물으니 “계속 눈이 내리면 시끄러워서 그럴걸요?”라며 농담으로 받아쳤지만 이내 그는 진지한 답을 내어놓았다. 김현진은 “연출님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어쩔 때는 내리는 눈이 마이클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경우도 있고, 장면을 환기해주기도 한다. 제가 어떻게 이야기한들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느끼는 게 정답이긴 한데,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그린버그가 사진을 들고 나오고 피터슨과 마이클이 둘이 남아있을 때 눈이 내린다. 마이클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말이 진심이지만, 진심과 진실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마이클의 말이 진실로 들어갈 때 눈이 내리는 것 같다. 더 이상 그린버그를 속일 필요가 없고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을 때 마이클이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으로 피터슨이 마이클의 계획을 알게 되면 오늘 하려는 일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속에서 마주하는 감정이 마음에 눈이 내리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생각에 눈은 창문 저 너머 무언가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창문처럼 무언가에 가려져 있는 진실, 마이클이 이야기하고 원하는 자유, 그것들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https://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10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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