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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r 17. 2020

[인터뷰] 정우성 "'지푸라기' 태영은 집착의 인물"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태영 역의 정우성

정우성.(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감독 김용훈)은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태영과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중만,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에게 벼랑 끝에 몰린 그들 앞에 거액의 돈 가방이 나타나고, 마지막 기회라 믿으며 돈 가방을 쫓는 그들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정우성은 연희에게 배신당한 태영의 역으로 조금은 지질해 보이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돌아왔다. 정우성은 ‘지푸라기’를 선택한 이유로 시나리오 구성과 전도연을 꼽았다. “막연히 ‘전도연라는 배우랑 같이 작업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있었다. 막연한 생각이 시나리오를 통해서 ‘이번이 기회겠구나, 잘됐다’ 싶어서 선택했고, 원동력이 되었다”고 전했다.


정우성.(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정우성은 일본 소네 케이스케 작가의 원작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일부러 읽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님이 원작 소설의 장점을 충분하게 시나리오로 끌고 오지 않았나. 일단 소모되는 인물이 없다. 그리고 돈 가방이라는 선정적인 소재를 가지고 거기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포커스를 둘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이들이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한 갈등선이 더 보여 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푸라기’에서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중만을 꼽은 정우성은 “중만은 사실 악한 사람은 아니고 고민하고 갈등하고, 현실에서 절박함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중만이 이 영화의 중심에서 인간 고뇌, 갈등의 중심인물이다. 태영도 악한 사람은 아닌 거 같다. 선택을 그렇게 한 것뿐이고 그 행위가 범죄적 요소를 띈 행위를 한 것뿐이다. 범죄가 등장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지만, 그 선택을 하고 있는 인간, 사람들, 개개인의 처해진 상황에서의 선택을 먼 길에서 떨어져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 등장인물에 대한 연민이 필요하다. 중만은 충분히 연민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태영에게 연민의 가닥을 줄 수 있는 건 헛웃음 칠 수 있는 부분으로 태영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의 죽음이 ‘저러다가 죽네’ 싶은 부분이 아닐까. 연민의 가닥을 주려고, 그렇게 태영의 허점을 풍자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했다”고 생각을 전했다.


정우성은 극 중 태영은 집착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집착이 어설프다 보니 따뜻함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아주 차가운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다. 태영은 집착한다. 자기 연인에게 배신당한 것에 대한 감정을 부정하고 그걸 되돌리기 위해 집착하고 확인하려고 집착하고. 그런 집착 면에서는 태영의 집착은 누구나 다 집착할 수 있는 삶의 요소가 각각 있는데, 그 집착이 과연 앞으로 나가는 삶에 있어서 바람직한 감정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던지는 역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우성.(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여자 친구였던 연희가 배신하고 갔다가 다시 자신의 집에 돌아왔을 때 태영이 떠나지 못한 이유로는 "자기감정에 집착해서 그렇다. 배신당한 거에 대한 불인정도 있으며 자기 스스로가 ‘연희는 사연이 있겠지~ 그러니까 그런 선택을 했을 거야. 내가 그렇게 못난 남자는 아니잖아~’ 라는 스스로 복잡하게 연희를 기다리기도 하고 욕하기도 한다. 그런 자기의 생각이 자기가 얼마나 연약하게 본능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동기라는 것을 태영은 몰랐던 것이지 않을까. 다시 봤을 때 연희가 육감적인 옷을 입고 밥을 하고 있으니까. 만감이 교차했을 거다. ‘역시 얘는 나의 사랑에서 못 벗어났구나. 그래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 이유를 내가 들어보고 내가 널 용서할지 말지 내가 결정할 거야. 그다음에 우리가 깨지든지 말든지’ 그런 호기를 부린 것 같다. 연희의 “그럼 나 갈게.” 에 무너지는 게 태영의 허수이다"고 설명했다.


정우성은 ‘지푸라기’를 보는 관객들이 꼭 봤으면 하는 관전 포인트는 딱히 없다고 전했다. “'이걸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건 딱히 없다. 우린 다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각자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인 것 같다. 서로 다른 여운을 가질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코로나 사태로 개봉은 지연됐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절찬리 상영 중이다.


https://www.anewsa.com/detail.php?number=208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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