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조병규, 이토록 진중하고 차분한 배우에 대해서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Q. 5년간 70작품을 찍었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매해 생일이랑 1월 1일, 공휴일 전부를 현장에서 보냈다. 그 이유는 제 이름을 알려야 했고, 항상 제 이미지를 소비시켜서 대중들에게 각인 시켜야했다. 그 과정에서 지치는 순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지칠 때 휴식에서 오는 회복이 아니라 다음 작품을 하면서 또 다른 회복이 있더라. 오히려 더 나를 다그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지금 쉴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더 열심히 작품을 하는 걸로 채워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하고,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이 있듯이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이 있다.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다."
Q. ‘스토브리그’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팬들이 많다.
"배우 모두가 스토브리그 작품에 대한 애정도 있고 각 캐릭터, 팀워크에 대한 애정이 크다. 시즌 2를 한다면 모두가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로버트 길은 어떻게 찍고 싶고, 강두기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고, 임동규는 만루 홈런으로 시작한다는 등 각자 자기중심적인 스토리를 만들고 있더라.(웃음) 그래서 프런트인 제가 중간에서 조절 해주고 있다. 많은 분들이 열광하고 사랑해 주셔서 시즌 2로 완벽하게 돌아오고 싶지, 억지로 꾸역꾸역 돌아오고 싶지는 않다. 모두 다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고는 싶지만 좋고 완벽한 모습, 사랑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
Q. 차기작은 고르고 있나?
"3연속 포상을 받고 싶다. ‘스’자로 시작하고 5글자. 꼭 영어가 들어가는 제목을 고르고 있다. (웃음)"
Q.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부터 혼자 살아서 그런가.
"감독님들과 얘기할 때 목소리나 어휘 선택 때문에 제 나이답지 않다고 말씀을 하셨다. “어떤 지점이 제가 나이가 들어 보일까요?”라고 물었었는데 그런 질문이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하더라.(웃음) 스무 살 때 데뷔를 하다 보니 늘 감독님, 선배들과 소통을 하다 보니 인간적으로 성숙해졌고, 배우로 아는 것도 많아야하더라. 그래서 계속 공부하다 보니 점점 신중해지고 조심스러워지더라. 그런 부분이 그렇게 비쳐진 것 같다."
Q.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어떤지?
"친구가 많이 없다. 집도 근처고 고등학교 후배기도 한 김동희랑 친하다. 친구들이랑 있으면 “라면을 왜 이런 거 사 왔냐, 왜 거길 가야 하냐”로 유치하게 싸우기도 한다."
Q.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나?
"유일한 취미가 걷는 건데, 너무 추워서 못 걸었다가 요즘은 유행하는 바이러스 때문에 못 하고 있다. 원래는 책을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의 작가가 사상을 주입하는 거 같아서 책을 끊었다. 새로운 취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원래 책 자체를 좋아한다. 소설, 자기계발서나 다양한 정보가 들어가는 책들을 읽었는데 소설을 보다가도 은연중에 작가의 종교가 보일 때도 있고, 가치관이 보이기도 해서 약간의 거리를 둬야겠다 생각해 책과 밀당 중이다."
Q. 배우로서 목표는?
"‘스카이캐슬’ 이후로 인지도가 생기고 지금 그럴만한 위치가 아니지만 이름이 알려지면서 짊어져야할 책임감과 부담감이 생겼다. 동시에 겁도 생기고, 자기 검열하는 순간이 많이 생기더라. 배우로서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하고 시도를 해야 할 순간이 있었는데 겁 때문에 못 할 때가 있더라. 선은 잘 지키되 과감한 선택과 시도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자. “올바른 사람으로, 올바른 배우로 성장해 나가자”라는 목표가 있다.
Q. 인간 조병규로서 목표는?
"슬픈 얘기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간 조병규의 삶이 많이 없더라. 매 공휴일과 생일을 촬영장에서 보냈기 때문에, ‘내가 배우이지 않고 인간일 때 무얼 할까?’라고 떠올려 보니 결국 촬영장인 아닌 순간에서도 작품 생각 하고 있더라. 그것 또한 촬영장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적인 조병규의 삶이 별로 없어 인간 조병규로서 조금씩 찾아보자는 목표가 있다. ‘연기 시작하기 전에 무얼 했지, 선택했던 순간들이 뭐가 있지’ 생각을 하게 되더라. 모든 배우들이 그러지 않을까. 쉬는 순간에도 무언가를 할 때도 배우의 연장선이더라. 저도 놀면서도 작품 생각하고 연기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된다. 그 이외에 하나하나씩 인간 조병규를 찾아가고 있다."
Q. 주목받는 상황들이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는지?
"사실 평생 익숙해지지는 않을 거 같다. 상황마다 보내주는 의견, 시선, 생각들이 매번 다른 의견들이 배출되고 있는 거 같다. 이 의견에 편해질 때가 되면 다른 의견들이 나오다보니까 저 스스로 경계하고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게 모든 의견에 대처하고 대응하기 쉬운 방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Q. 그런 관심들이 아직까지 얼떨떨하거나 의아한가?
"보내주시는 의견들, 열광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가 첫 번째다. 감사와 더불어 사랑을 보내주시는 분들에게 실망시켜 드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제 언행이나 행동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하고 엄격해지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겁이 생기고, 자기 검열이 생기고, 그게 올바른 연결 과정이고 순리인 것 같다. 배우는 공인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그것에 대한 책임감과 임무, 짊어지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껴야 한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지금의 인기를 조금 즐겨도 되지 않을까.
"제 자신을 객관화했을 때 아직 즐길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여유를 가져야할 위치인가 생각했을 때 아니다. 보조 출연 했던 시기를 아니까 그때 작품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알기 때문에 다음 일자리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잃고 싶지 않다. 언젠가 좋은 위치에 있는 배우가 된다 했을 때도 그 위치에 대한 부담감과 감사함이나 소중함을 잊고 싶지 않다."
Q. 불안하지만 그 부담감을 잃고 싶지는 않다는 건가?
"부담감을 잃고 여유를 가지면 제가 저를 엄격하게 들이밀었던 잣대에서 연기나 그런 과정에서 발전했던 그런 순간들을 놓아 버릴까봐 그것에 대해서도 불안하기도 하다.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인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조병규가 ‘스토브리그’ 한재희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런 좋은 환경에서 윤택한 삶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의 솔직한 중심을 잡고 인간으로서 정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너가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조병규는 확실히 또래 배우들과 다른 느낌이었다. 어른스러운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았지만, 중고차를 뽑아 혼자 전국 각지 촬영장을 돌아다닌 조병규의 삶은 단단하고 튼튼했다. 지금의 인기를 누리며 조금은 거만해질 법도 한데 조병규는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올바른 사람과 올바른 배우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농담처럼 ‘스’자로 시작해 영어가 들어간 5글자 제목의 차기작을 고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흥행을 떠나 그가 선택할 차기작은 과연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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