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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y 10. 2020

[인터뷰①] 김바다, 뮤지컬 ‘데미안’을 대하는 방법

[인터뷰①] 김바다, 뮤지컬 ‘데미안’과 ‘싱클레어’를 대하는 방법

김바다.(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뮤지컬 ‘데미안’은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원작으로 재창작된 작품으로, 온전한 자아를 찾아가는 싱클레어의 정신적 여정을 그린다. 고정된 배역 없이 남녀 페어가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번갈아 맡는다는 독특한 구성으로 원작의 매력적인 텍스트가 음악, 조명, 배우들의 몸짓과 연기로 무대에서 생생하게 살아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데미안과 싱클레어로 연기 중인 배우 김바다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김바다는 운명론자라고 서두에 밝혔다. “오래전에 이 작품을 각색하신 오세혁 작가님이 그 당시 ‘이선동 클린센터’ 연출을 하고 계셨는데 ‘데미안’이 공연화 되어가는 중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당일인지 하루 전날 당시 공연하고 있던 작품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관객으로부터 데미안 책을 선물 받았다. 이때 약간 데미안을 하라는 계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뮤지컬 ‘데미안’의 프레스콜 기자간담회에서 고정 배역 없는 뮤지컬은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웃으며 말했던 김바다는 여전히 유효한 생각이라고 전했다. “배우들끼리 이야기한 건데 대사는 어떻게든 시간을 들이면 외워지겠더라. 하지만 음악이라는 게 생각보다 몸으로 익히게 된다. 저는 유독 이 동작과 이 장면에 맞는 멜로디나 화음을 몸으로 익히는 스타일이어서 반복연습을 해야 한다. 몸으로 체화가 된 멜로디가 있는데 그걸 마치 스위치 바꾸듯이 바꿔서 지금 이 장면에서 이 멜로디가 내 입 밖으로 나가는 게 익숙한데, 다른 배역의 멜로디와 화음을 불러야 하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김바다.(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다음은 김바다 배우와 일문일답이다.
 

Q. 기자간담회 때 초반에는 싱클레어의 감정이었다가 나중에 다른 인물들의 감정으로도 보게 되었다고 밝혔는데.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 누구나 싱클레어 같은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싱클레어가 작품에서 던지는 말들이 누구나 인간이면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는 누군가부터 시작해서 나를 찾는 과정이 나온다. 저도 유독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살아와서 싱클레어 입장으로 작품을 보게 됐었는데, 의도적으로 싱클레어가 아닌 싱클레어 주변 인물의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더라. 같은 여행지를 두 번 갔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도 싱클레어와 데미안 두 각도에서 작품을 보면 좀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싱클레어로서의 시각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살다 보면 내가 마냥 을처럼 느껴지고, 피해자의 입장이 된 거 같은 순간들을 겪을 때가 있지 않나. 시간이 지나고 다른 경험들이 쌓이면서 어쩌면 다른 순간에 있어서는 타인에게 내가 의도치 않게 갑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고, 내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한들 어떤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내가 저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었을 테고, 그런 의미에서 ‘난 어떤 사건에 있어서 가해자가 될 수 있겠구나’고 떠올렸다. 이런 두 가지 영역이 다 있는 게 우리의 삶이지 않나. 그런 부분이 흥미로웠다. 저희 작품도 최대한 그런 걸 많이 표현하려고 했었던 거 같다. 책 한 권에 담겨 있는 헤르만 헤세의 삶에 대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고민과 싱클레어의 성장을 어떻게 한 시간 반 만에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서 공연하면서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싱클레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싱클레어한테 자극만 주는 인물이 아니고 그게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저는 처음에 작품을 봤을 때, 크로머는 싱클레어를 누르고 고통스럽게 하는 인물로만 생각했는데 데미안의 대사에 나온다. “잘 생각해 보면 네가 크로머를 찾아갔고 이건 너의 선택이다”라고 한다. 어찌 보면 크로머가 싱클레어를 괴롭힌 것도 맞지만 싱클레어가 죄의 영역에 있어 궁금해 하고 크로머를 동경하고 ‘나는 왜 저렇게 못 하지?’, ‘저 영역에 대해 나도 가보고 싶다.’ 이런 이분법 적인 사고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을 거 같다."


김바다.(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Q. 싱클레어는 왜 죄를 고백하고 공유하면서까지 크로머랑 친해졌을까.


"작품 준비하면서 유독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저마다의 첫 거짓말의 기억들이 있더라. 본인이 죄라고 느끼는 첫 경험들 말이다. 사실 누가 가르쳐주는 건 아닌데 누군가의 물건을 슬쩍 가져간다든지, 거짓말을 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지 않나. 저도 심리학자거나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인간이 왜 그런 본능을 가진지는 잘 모르겠는데, 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저도 분명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은 거짓말을 머리를 굴려 가며 하고 있더라. 그 기억들이 모양새는 다르지만 다 갖고 있더라. 유독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학교라는 규범과 질서 안에 있는 학생들 안에서도 울타리를 잘 넘나드는 친구들이 어른 같고, 자유로워 보이고, 용기 있어 보이고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막연히 그런 것에 대해 분명히 인간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본능과 존경심이 맞닿았던 것 같다. ‘크로머가 일면식도 없는 싱클레어를 정말 괴롭혔을까?’ 생각했는데 아닌 거 같더라. 분명 싱클레어가 크로머한테 많이 기웃거리고 그 일행들에게 얼굴을 내비치고 그랬을 거 같다."


김바다.(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Q. 그런 싱클레어의 본능은 자라온 환경 때문이었을까.


"싱클레어의 환경 때문인 거 같다. 짜여 있는 울타리 안에 있을수록 더 틀을 벗어나고 싶은 게 있지 않나. 물론 싱클레어의 선택이었겠지만 누군가는 순응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싱클레어의 부모와 다르게 싱클레어는 벗어나고 싶어 한 거 같다.


저도 어머니가 음악을 전공하시고 어렸을 때 피아노를 가르쳐주셔서 영향이 있었다. 공부에 대한 잔소리는 없었는데, ‘예의’를 특히 강조하셨다. 어린 마음에 그런 걸 강조할수록 엇나가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Q. 그러면 김바다의 첫 거짓말은 언제였나.


"제 기억력 안에서 첫 거짓말은 학교도 들어가기 전 테이블 위에 만 원짜리 현금이 있었다. 그 당시 화폐에 대해 정확히 몰랐던 거 같다. 만 원 한 장을 들고 동네 슈퍼에 가서 빼빼로를 하나 샀다. 제가 왜 화폐에 대해서 몰랐던 거 같다고 생각하냐면 내가 낸 종이 한 장보다 거스름돈으로 더 많은 종이와 동전들을 주더라. 어쨌든 내가 얻고자 하는 건 얻었고, 그래서 빼빼로를 뜯어서 한 개를 먹기도 전에 엄마가 슈퍼 쪽으로 걸어오시더라. 엄마도 저를 보셨을 거다. 어린 마음에 거스름돈을 길거리에 뿌리고, 엄마가 어디서 나서 사 먹었냐고 하셨을 때 슈퍼 아저씨가 줬다고 했다.(웃음)"


김바다.(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Q. 데미안에 대한 생각이 배우마다 다를 거 같다.


"다들 의견이 달랐다. 작가님과도 이야기했었는데 뭐든 상관없다고 하셨다. 싱클레어가 실제로 데미안을 만나지 않은 거여도 되고, 자기 안의 데미안을 마주한 거여도 상관없고, 현실적으로 동급생 중에 정말 데미안이란 친구를 만나서 자극을 받은 거여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데미안 같은 존재를 마주했고, 데미안과 나눈 대화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데미안이란 존재 때문에 싱클레어가 성장해 나간게 제일 중요하다. 사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초반에 혼란스러움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연습을 들어가다 보니 저 뿐만 아니라 데미안을 사람이 아닌 것처럼 연기를 하게 되더라. 연습하다 이게 아닌 거 같다고 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정적인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인데, 데미안이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는 듯이 사람이 아닌 거처럼 나오는 대화 방식도 지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데미안에 대한 존재도 그렇고 연기톤을 찾아갔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https://www.anewsa.com/detail.php?number=2096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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