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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y 10. 2020

[인터뷰] 김바다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자유"

[인터뷰②] 뮤지컬 ‘데미안’ 김바다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자유"

김바다.(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Q. 김바다의 데미안에 대한 해석이 궁금하다.


"저는 좀 더 진짜 만났을 법한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데미안이 환상이어도 되고 실제로 만나지 않아도 되는 존재기도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실제로 만났다고 정해놓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실존하는 인물이었으면 한다. 이 이유는 데미안이라는 존재 자체도 싱클레어의 인생에 있어 크게 보면 정확한 경험으로 남았으면 했다. 저의 삶을 돌아봤을 때 저를 성장시킨 건 기쁘게 했든 힘들게 했든 다양한 경험들이었다. 그 경험들이 사실적이고 제 피부에 와 닿을수록 느끼는 바나 배우는 것들이 많았었다. 그 당시에는 못 느꼈다 해도, 저도 싱클레어한테 데미안이 그런 존재였으면 싶었다. ‘넌 왜 그렇게 생각해?’가 사고를 공유하는 느낌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살아 와서 이렇게 생각하는데?. 좀 더 생각들이 부딪히는 게 명확하게 무대에서 보였으면 좋겠고, 그걸로 인해 싱클레어가 화도 나고 허탈해 하기도 하고 그런 자극을 주는 사람이 데미안이다. 그래서 사실적이었으면 좋겠다.


제가 데미안을 생각했을 때 떠올랐던 비유가 예전에 어느 강의에서 들었던 말인데, ‘공감은 신발 한쪽을 나눠 신는 정도’라고 한다. 한쪽은 내 신발, 다른 한쪽은 상대방 신발. 그 정도가 딱 공감이라는 거다. 절대 양 쪽을 내 신발을 신으면서 저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양 쪽 다 상대방의 신발을 신은 채로 얘기하는 거도 아니고 정확히 딱 그 정도이며 그게 저는 연기함에 있어서 모토로 삼는 표현이다. 데미안은 그 비유랑 어울리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한쪽은 데미안 신발을 신고 한쪽은 싱클레어 신발을 신어서 그 누구보다 싱클레어 마음에 공감해주고 잘 알아주는 친구이다.


 독백에 나온다. ‘나는 기대한다, 아버지가 내 죄를 눈치채주기를.’ 아무리 어려도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니까. 인간은 어리든 나이가 많든 누구나 내가 죄를 짓고 나쁜 마음을 품었다 한들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걸 원한다. 일단 데미안이 싱클레어한테 첫 번째로 그런 친구였으면 했다. 공감해주고 알아주는 그 관계가 형성이 되어야 데미안이 그 다음에 내뱉는 실은 어렵기도 하고 혹은 잘못 들으면 가르침이 될 법한 이야기들도 그런 쪽으로 들리지 않겠다. 싶었다. 그 관계가 형성이 안 되면 실은 너무 꼰대다. (웃음) 저는 데미안이 마치 인생을 다 안다는 듯이 그러면 안 될 거 같았다. 그래서 더 집중하다 보니 맞아떨어졌던 비유가 공감이었던 것 같다. 데미안은 공감이며 거기서 출발하려고 노력했다."


김바다.(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Q. “나는 너를 알아” 라는 대사에서 ‘안다’는 건 뭘까.


"저는 개인적으로 그 말을 내뱉을 때 싱클레어라고 생각한다. 결국 싱클레어가 알고 싶어 하는 건 나 자신이다. 사실 나 자신을 다른 차원의 공간에서 신처럼 누가 나를 지도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싱클레어가 죽기 직전 그 대사를 하는데 그 순간에라도 자기 자신을 만난 거다. 나는 나를 알아. 그 대사를 내뱉을 수 있는 게 부러웠다. 저는 생각 해봤을 때 당당하게 저 자신에게 “나는 나를 알아” 라고 자신감 있게 못 뱉을 거 같다. 싱클레어는 “난 널 알아 넌 날 알아” 이게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정확하게 날 안다고 내뱉는 순간이 사는 동안 찾아온다면 축복인 것 같다."


김바다.(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Q. 본인은 자신에 대해 몇 퍼센트 안다고 생각하는지.


"(깊이 고민하다가) 서른 세 살이니 33%? (웃음) 백세 시대니까 100세가 100%로 치고."


Q. 싱클레어가 전쟁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며 마지막 순간에 진짜 자신의 얼굴을 본다고 하는데 김바다는 마지막에 어떤 얼굴로 기억되고 싶은지.


"그 순간을 지금 생각해봤을 때 타인이 절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거 같다. 제 자신이 적어도 절반 이상의 삶을 진짜 내 모습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얼굴이었으면 좋겠다. 저는 나이 먹을수록 ‘척’하지 말자고 노력한다. 그게 기쁜 척이든 아는 척이든. 그런 것 하나씩만 덜 해도 조금 더 진짜 나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아직 멀었고 어렵지만 적어도 내가 날 싱클레어처럼 마주했을 때 절반 이상 정도는 진짜 내 모습으로 타인과 마주했고 내 삶 속에 존재했구나. 그러면 괜찮을 거 같다. 실은 타인이 날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자유이다."


김바다.(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Q. 인생에서 데미안 같았던 사람이 있는가.


"분명 있었던 거 같다. 어릴 때 나름의 선택들을 하면서, 음악도 했었고 운동도 했었고 이런 것을 하며 살아감에 있어서 그런 존재가 있었을 텐데, 사실 저는 고등학생까지 그런 존재가 없다고 생각하고 컸다. 고등학교 때를 떠올리면 평범한 학생이었다. 싱클레어처럼 그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했다.


제가 가졌던 물음표가 ‘왜 해야 되지?’인데 특히 고등학교 때 입시 상담하면 “네 성적이면 이대로만 하면 어느 대학의 무슨 과를 갈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 “그 과를 가면 무얼 해요?”라고 물어봤을 때 “이런 쪽으로 취업도 가능하고...”라고 이야기 하시는데 그게 저한테는 인생에 있어서 표지판 역할을 못 해준 것 같다. 제가 묻고자 하고 싶은 물음표에 늘 고민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쁜 행동이지만 학교 가다 등교 버스에서 안 내리고 회차하는 버스를 몇 번 돈 적도 있다. 왜 그랬냐면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어디로 바쁘게 가는지 궁금했다. 어린 마음에 ‘알고 가는 건가?’, ‘진짜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지금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사는지 알고 사나?’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그런 고민을 어릴 때부터 했다. 그 당시까지 저는 데미안 같은 존재를 못 만났다고 생각했다. 꽤 여러 사람한테 물음표를 던져봤었는데 답을 얻지 못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답을 받을만한 제 그릇이 못되었던 거 같다. 어디서든 정답에 필요한 조각들을 주었을 수도 있는데, 그 당시엔 받아 낼 그릇이 없었던 것 같다."


김바다.(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Q. 그러면 피스토리우스 같은 사람은 만났나.


"있다. 연기라는 걸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접할 수 있게 해주신 선생님을 스무 살 때 만났다. 선생님이 저한테는 그 당시에는 배우를 떠나서 이 사람처럼 살고 싶었다. 재수할 때 만난 연기 선생님이다.


그때 당시 정확히는 떠오르지 않지만 제가 선생님께 배우를 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너무 생각도 많고 배우를 하기에 어떤 사람이 적합한지 그 나이 때 그걸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선생님께서 제 고민을 들으시더니 “세상엔 너 같은 배우도 필요해”라고 하셨다. 그게 너무 저한테 쇼킹했다. 어린 마음에 ‘배우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이야’라는 사고를 그 한 문장으로 깨트려 주셨다."


김바다.(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Q. 뮤지컬 ‘데미안’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게 됐으면 해서 참여했다. 이 작품에 참여한 이유는 딱 하나다. 이 작품을 경험하고 싶었다. 조금 더 나를 찾고 나에 대해 알고 싶은 욕심을 내게 되더라."


김바다 배우와의 인터뷰는 다른 배우들과의 인터뷰 시간과 사뭇 달랐다. 필자는 질문하고 배우는 대답을 하는 방식으로 계속 진행이 되는데, 김바다는 본인이 궁금한 점은 계속 되물었다. 마치 인터뷰가 아니라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역으로 필자가 인터뷰를 당하는 느낌도 들었다.


‘바다 같다‘는 이야기는 이름 때문에 수없이 들었겠지만 바다 같은 궁금증으로 때로는 싱클레어같이 때로는 데미안, 피스토리우스같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김바다의 깊은 마음이 더욱 궁금해지며, 그가 연기할 작품들과 해석이 기대된다.


한편, 뮤지컬 ‘데미안’은 4월 26일까지 서울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됐다.



https://www.anewsa.com/detail.php?number=2096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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