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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y 24. 2020

'사냥의 시간' 이제훈 "더 힘든 작품이 있을까요?"

[인터뷰] '사냥의 시간' 이제훈 "이보다 더 힘든 작품 만날 수 없다"

이제훈.(제공=넷플릭스)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사냥의 시간’ 촬영은 ‘파수꾼’ 때보다 20배는 힘들었어요”


영화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이 영화 ‘파수꾼’을 촬영할 때 보다 10배가 힘들었다는 대답에 대해 같은 영화에 주연 배우로 출연한 이제훈은 20배 힘들었다고 웃으며 전했다.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지고, 대외적인 계약 문제로 잡음이 있었지만, 영화 ‘사냥의 시간’은 세계적인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서 공개되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파수꾼’ 이후로 9년 만에 상업 영화를 내놓은 윤성현 감독의 작품으로 ‘파수꾼’에 함께했던 이제훈, 박정민을 포함해 새로운 얼굴로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가 함께했다. 또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르릴날레 스페셜 갈라에 초청돼 해외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이다. 이제훈은 위험한 계획을 설계하는 ‘준석’ 역으로 세 명의 친구들을 이끌며 추격을 당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제훈.(제공=넷플릭스)

Q. ‘사냥의 시간’을 보면 ‘파수꾼’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박정민과 다시 함께한 소감이 무엇인가.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약간 그런 느낌이 있었다. 박정민을 만나서 돈 갚으라고 협박할 때 ‘파수꾼’ 때 생각이 많이 났다. 같은 인물은 아니지만 위협을 가하는 모습을 보이다보니, 정민이가 “기태랑 희준인데?” 이런 적이 있다. (웃음) ‘파수꾼’ 이후 둘 다 경험이 많이 쌓여서 서로 편하게 느끼고 즐기려고 했다."


Q. 극 중에서 총격 신이 많은데, 어렵지는 않았나.


"영화에서 총격 액션을 다룰 때 쾌감과 타격감으로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현실은 쾌감이 있을까?’ 생각하며 예비군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 쏠 때도 느끼는데 총의 공포감이 있다. 사실 총을 쏘는 게 나라 지키는 데 쓰이는데 ‘직접 총 들고 나가게 되면 어떨까, 훈련하고 배운 대로 할 수 있을까?’생각해봤다. 작품에서도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게 되는 무시무시한 물건이니 그런 공포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훈.(제공=넷플릭스)

Q. ‘사냥의 시간’을 봤을 때 보람을 느끼거나 새롭게 발견한 점은.


"‘사냥의 시간’을 촬영할 때 가장 많은 촬영 횟수를 기록하면서 영화에 공들인 시간이 많았다. 빨리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진 상황으로 기다리고 나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있다. ‘한국 영화에도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구나!’ 느꼈으며, 촬영할 때는 힘들었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 또 내 연기를 봤을 때 ‘내가 극한 상황이 오면 저렇게 되겠구나!’ 생각도 들고, 자호(안재홍)가 총 맞고 쓰러졌을 때 내가 분노에 차 적을 향해 총을 난사할 때도 너무 불쌍하더라. ‘누군가 눈앞에서 죽으면, 죽인 사람을 내가 저렇게 처단하려고 하겠구나’ 생각했다."


Q. 윤성현 감독은 ‘파수꾼’ 때 보다 10배 힘들었다고 하던데, 동의하나.


"나는 20배 힘들었다. (웃음) ‘파수꾼’ 때는 정신적인 압박이 있었다. 몰입하는 게 녹록지 않았고, 촬영장 가는 게 정말 힘들었다. 이번 작품은 정신적인 피폐해짐과 저의 한계를 체험하니까 남아나지 않더라.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준석처럼 도망가고 싶었다. ‘언제 끝나지? 제발 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희희낙락하면서 지내다가 정민이 떠나고, 우식이 떠나고, 재홍이 떠나면서 외로워지더라. 그 경험이 누적되니 지치고 피로해지더라. 예정된 프로덕션 기간보다 두 달이 길어지면서 그 경험과 체험이 영화 속에 그대로 묻어나왔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준석의 모습이 안쓰럽고 고생이 많았다고 스스로 얘기해주고 싶었다."


이제훈.(제공=넷플릭스)


Q. 작품에서 감정이입을 가장 크게 한 장면은.


"지하주차장에서 추격자 ‘한’을 대면한 장면이다. 내가 벌벌 떨 줄 나도 몰랐다. 그가 들고 있는 총에 실제로 실탄이 들어있고, 트리거를 까딱만 해도 발사가 돼서 죽는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도 내가 그렇게 표현을 하게 될지 몰랐다. 정말 무서웠다. 감정적으로 몰입이 크게 된 순간이었다. 쫓고 쫓기는 과정도 있지만 영화 마지막에 준석의 모습을 연기하기보다 그냥 나 자신이었다. 나 스스로 몰아붙였다. 나의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나중에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가 뭐라고, 영화 때문에 나의 인생을 갈아 넣는구나’느꼈다. 매 순간의 감정들을 준석이 겪는 상황 속에서 실제로 느끼려고 했다."


Q. 작품 속 캐릭터들과 본인이 닮은 점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준석과 닮았다고 하면 동의하기 힘들 거 같은데 감독은 그런 부분을 찾아내서 준석을 만들어줬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나랑 비슷한 인물은 박정민 역할이랑 비슷하다. 짠하고 돌아다니다 맞을 거 같다. (웃음) 우식이 역할과도 효자인 부분이 비슷하다. 항상 가족 생각을 많이 한다. 추격자 ‘한’의 모습은 없다. (웃음)"


이제훈.(제공=넷플릭스)

Q. 윤성현 감독이 이제훈을 통해 영화의 메시지를 많이 전달했다고 하던데 어떤 메시지라고 생각하나.


"영화적인 부분에서 단순할 수 있다. 쫓기는 모습으로 스릴러일 수도 있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떠나고 죽고 또한 목적도 달성했는데 허무하고 더 외로워진 거 같기도 하다. 마지막에 준석이 한을 찾기 위해 돌아갈 때 복수를 하러 간다고 생각할 수 있고, 혹은 자신이 사냥감으로 쫓기게 되었지만 다시 사냥꾼으로 있던 자리에 회귀하는 모습으로 단순히 볼 수 있다. 사실 윤감독과 해석에 대해 이야기 나눠본 적은 없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 선택을 하는데, 그 선택을 통해 이제훈,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그 선택들을 나는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선택에 대한 결과를 무시한 적도 있다. 배우라는 인생의 길을 걸으면서 스타로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거로 상상하겠지만, 사랑받는 게 아니더라도 연기할 수 있겠냐고 아니면 그만 둘 거냐고 물으면 생각을 못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한이라는 존재가 현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선택에 대한 결과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음 스텝을 밟아가는지 영화 말미에 은유적으로 대입하면서 많이 느꼈다. 선택에 대한 결과가 부정적이어도 희망을 갖고 나아가는 게 인생인 거 같다.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는 데 있어서 지금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슬기롭게 해쳐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같이 손잡고 소통하면서 나아갔으면 좋겠다."


Q. 박정민이 이제훈을 많이 의지하고 지냈다고 하던데. 선배 배우 없이 또래 배우들끼리 연기하는 거에 대해서 기대가 높았다. 네 배우의 호흡을 정리하자면.


"또래 배우들과 모여서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았다. 그 배우들이 독립영화를 통해서 경험치를 쌓았고 그들도 독립영화를 통해서 성장한 배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같이 연기하고 싶었고, 제가 같지 못한 재능이 그들에게 있는 걸 보면서 부러워하고 ‘그들과 함께하면 나는 어떤 연기를 할까’ 기대감이 있었다. 그래서 꿈만 같다. ‘앞으로 다시 이렇게 모일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박해수 배우는 이미지로만 봐도 딱 ‘한’이더라. 그 당시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해서 너무 팬이었다. ‘한’으로 나오니 무서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가장 순박하고 착하더라. 그래서 이 사람은 엄청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해야 했다. 안재홍, 최우식도 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한다. 박정민은 너무 오래 봤으니 거두절미하겠다. (웃음) 제가 형이지만 형이고 싶지 않았다. 가끔은 동생이고 싶을 정도로 좋은 동생들이었다."


이제훈.(제공=넷플릭스)

Q. ‘사냥의 시간’에서 애드리브로 한 부분은.


"‘파수꾼’에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힘이 엄청나구나’ 느꼈다. 이번에도 클럽에서 우리끼리 희희낙락하는 모습과 차 페인트칠하는 장면에서 이야기 나눈 장면, “그 돈 갖고 뭐할래?”라고 이야기 나눈 부분에서 우리끼리 그냥 떠들었다. 연기를 하는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넷이 있다가 박정민을 두고 떠나는 장면에서 안재홍이 박정민에게 “맞고 다니지 마라”고 한 거 또한 애드립이었다."


Q. ‘사냥의 시간’ 준석으로 지낸 시간은 어땠나.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보다 더 힘든 작품 만날 수 없다. ‘고지전’ 때 산을 타고 오르면서 전쟁 영화 다시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은 그 이상이었다. 이보다 더 힘들 수 없기에 체력과 정신적 고통은 더이상 없지 않을까 바라본다. (웃음) ‘사냥의 시간’은 나를 크게 성장을 시켜줬다. 앞으로 호러에 도전해보고 싶다."


한편, 이제훈은 영화 ‘파수꾼’, ‘고지전’, ‘건축학개론’, ‘박열’, 드라마 ‘시그널’, ‘내일 그대와’ 등 여러 작품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https://www.anewsa.com/detail.php?number=212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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