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 저녁마다 온 가족이 모여 드라마를 보고 있다. 첫째가 중학생이 된 이후로 다 함께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바깥으로 나가 운동을 하거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몸이 저절로 소파로 향한다. 체력이 떨어져 그런걸까? 아니면 가족과 집에서 보내는 오붓한 시간이 좋아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아내가 나와 함께 드라마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들도 엄마아빠와 함께 TV를 보며 이야기하고 간식을 먹는 이 시간을 은근히 기다린다. 어제 둘째 녀석은 오랜만에 부루마블을 같이 하자고 조르더니 <태풍상사>가 시작되자마자 치우지도 않고 쪼르르 소파로 달려간다. 그러면서 하는 말. “진 사람이 치우기로 해요.” 나는 억울했지만 아들 녀석이 게임 중간중간에 통행료를 할인해준 게 고마워서 그러기로 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우리가족은 하나로 뭉쳤다.
가만히 지켜보면 가족들이 TV 보는 이유가 다 제각각인 것 같다. 아내는 워낙 드라마 자체를 좋아한다. <태풍상사>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배우 이준호, 달달한 로맨스가 나오기 때문에 무조건 봐야만 한다. 나는 워낙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데, TV시청만큼 돈도 안 들고, 힘도 안 드는 가족활동도 없는 것 같다. 특히 넷플릭스에 가입한 이후로 아내와 나는 매일 밤 수많은 드라마를 본다. 중독된 것 같아 걱정이 될 정도로.
아들들은 주인공인 강태풍에 감정이입을 쎄게 한다. 아이들은 가만히 있는 사람을 친구가 와서 계속 괴롭히니 마치 학폭문제에 반응하는 것처럼 화를 냈다. 어떻게 저 사람한테는 계속 해서 나쁜 일이 생기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논리적으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데 아이들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아이들은 논리나 이해를 바라지 않았다. <귀멸의 칼날>이나 <체인소맨>처럼 주인공이 강력한 힘을 얻어 어서 악당을 해치우길 원했다. 아직 어려서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주인공을 응원하며 악당을 시원하게 물리칠 반전을 기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이 한 말 “왜 저 사람한테는 계속 나쁜 일이 생겨요?”이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이들이 ‘왜’라고 말한 이유는 자기들이 봐도 주인공인 강태풍의 인격과 실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과 다른 점에 주목했다. 그것은 바로 문제상황과 억울함을 대하는 강태풍의 태도였다. 놀랍게도 강태풍은 그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을 배신한 동료를 향해서도 비난하지 않고, 그저 사과하라고만 말했다. 그는 매일 묵묵히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그는 현재의 어두운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밝은 내일을 기대했다.
어찌 보면 강태풍의 상황은 나의 상황과도 닮아 있었다. 내가 특별히 잘못한 일은 없지만, 나에게는 계속 고난이 찾아왔다. 우리 약국도 마치 을지로의 사무실을 되찾은 태풍상사처럼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많은 상황이다. 드라마가 나에게 정답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두려워하지 말고, 현실 그대로를 받아들이라고. 오늘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장애물이 있어도 일단은 부딪혀보라고. 그럼 네 주변의 사람들, 네가 사랑하는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그 사람들이 도와 주고 함께 해 줄거라고. 그렇게 <태풍상사>라는 드라마가 말해주는 것 같아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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