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만 되면 내 마음을 괴롭히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생산성 있는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
평일에는 약국 문을 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와 가정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편하게 쉬면서 충전해야 할 주말이 되면 오히려 마음이 더 불편해질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뜨끔해진다. 내가 개인적인 성취를 핑계로 정말 중요한 가치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나는 성취욕이 높은 편이다. 뭔가를 하면 ‘결과’가 바로 보여야 속이 시원하다. 그래서 약국에서도 당장 고객의 표정이 밝아지고, 매출이 늘고, 상담이 바로 효과가 나오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노력한 만큼 반응이 돌아오는 일이 좋다. 매일 성취했다는 느낌을 얻고 싶어서다.
문제는 “결과가 바로 보이지 않는 일”에 무심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별명은 ‘의지박약사’다. 취미를 자주 바꾸는 나를 보고 친구가 지어준 별명이지만, 가족에게만큼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들들에게 더 좋은 아빠가 되고 싶고, 아내에게 더 다정한 남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작심삼일로 끝난다.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지 못하고, 주말에 놀아주지 못하고, 아내가 원하는 바를 신경 쓰지 못한다. 나는 은근슬쩍 빠르게 결과가 보이는 영역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정작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부분을 남들에게 맡긴 채.
<하버드 인생학 강의>에는 아수스에게 외주를 맡겼다가 결국 모든 것을 빼앗기고 껍데기만 남은 델 컴퓨터 이야기가 나온다. 이 내용을 읽으며 나는 델처럼 눈앞의 이익만 보고 어리석은 판단을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탐스러운 열매를 맺으려면 내가 직접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비료를 뿌려야 한다. 내 시간괴 노력을 쪼개어 투자해야 한다. 약국도 그랬다. 개업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다. 내가 잘못한 일은 없는데도 계속해서 문제가 생겼고, 하루에도 몇 번씩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준 건 그날의 성과가 아니라 예전에 묵묵히 뿌려두었던 씨앗들이 맺은 열매였다.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들,
나를 믿고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들,
가끔 밥 한 끼 사주며 응원해준 친구들,
힘든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준 아내,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불러주던 아들들.
가정도 마찬가지다. 소중한 관계를 지켜내려면 내가 직접 고민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즉시 보상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키처럼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행복은 자라나 꽃피울 것이다.
지난 주말에도 나는 씨를 뿌렸다. 아들과 함께 게임 한 판하며 신나게 떠들었다. 카페에서 아내와 마주보며 이야기하다 배꼽을 잡고 웃었다. 가족들과 한상에 둘러앉아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허겁지겁 퍼먹었다. 그리고 혼자 조용히 가족들을 떠올리며 기도했다. 이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열매를 맛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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