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 계획을 세운다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나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무엇을 더 이루겠다는 다짐보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가 먼저 떠오른다. 2026년에는 성공과 실패를 성과로만 재단하지 않으려 한다. 겉으로 보기에 느려 보이고, 손해처럼 보여도, 내가 반드시 걸어야 할 그 길을 걷고, 또 그 길 위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작년까지 나는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억울함과 미움이 불쑥 올라와 나의 하루를 마음대로 휘어저었다. 흙탕물 같은 마음 속에서 악으로 악을 갚고 싶다는 생각이 수없이 올라왔지만, 그럴 수 없는 나 자신과 환경 앞에서 더 괴로워졌다. 나는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지난 2년간 마음속에 쌓여 있던 불평, 불만, 불안을 글쓰기를 통해 매일 한 움큼씩 흘려보냈다. 어떻게든 표출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25년 12월, 새해를 위해 기도를 드리던 중 불현듯 2010년의 원주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 역시 지금과 비슷한 분노와 억울함,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서른 살의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만 문제가 아니라, 나 역시 부족한 인간이며 하나님 앞에서 똑같은 죄인임을 고백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나를 상처 입힌 사람들을 용서하기로 결단했다.
그 결단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용서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용서하기로 선택한 것이었다. 할머니가 보여주었던 묵묵한 사랑, 예수님이 보여주신 무조건적인 사랑을 떠올리며 계산하지 않기로 했다. 그 선택을 했다고 해서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 삶을 짓누르던 거대한 바위 하나가 사라진 것 같았다. 나는 비로소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었고, 멈춰있었던 내 시간의 톱니바퀴는 다시 세상과 맞물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다시 그 선택 앞에 서 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의 삶은 자주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생한만큼 돈을 제대로 모으지 못한 것 같고, 사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고, 시간과 돈, 에너지를 계속 빼앗기는 느낌도 든다. 내가 너무 희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살아서 의미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에는 분명한 감각이 남아 있다. 내 삶에 주어진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내가 한 뼘 더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2026년을 ‘관계 회복의 해’로 명명했다. 가장 먼저 아내를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못한다고 변명하지 않고 아내의 말을 경청하려 한다. 아내의 말을 좀 더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 부부 관계가 화목해지면 자식도 안정되고, 장모님의 마음도 평안해질 것이다. 그 과정이 당장은 생산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결국 내 삶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2026년의 나는 더 많이 가지는 사람이 아니라, 더 단단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과 성과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는 이 감각을 믿어보려 한다. 비록 당장 겉으로 보기에는 손해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에는 관계가 더 깊어지고 진실해지는 가장 좋은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나는 다시 한 번 선택한다. 내가 연말연초에 가장 잘한 일은 이전보다 더 참고, 더 이해하고, 더 넓게 품을 수 있게 된 2010년의 나 자신을 다시 떠올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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