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나는 관계 회복을 선택했다

by 의지박약사
A minimalist desk scene with morning light, coffee cup, notebook labeled “2026”, pen resting quietly. Calm, reflective, introspective atmosphere. Clean composition, modern editorial style, soft shadows..jpg

새해를 맞이하며 계획을 세운다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나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무엇을 더 이루겠다는 다짐보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가 먼저 떠오른다. 2026년에는 성공과 실패를 성과로만 재단하지 않으려 한다. 겉으로 보기에 느려 보이고, 손해처럼 보여도, 내가 반드시 걸어야 할 그 길을 걷고, 또 그 길 위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작년까지 나는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억울함과 미움이 불쑥 올라와 나의 하루를 마음대로 휘어저었다. 흙탕물 같은 마음 속에서 악으로 악을 갚고 싶다는 생각이 수없이 올라왔지만, 그럴 수 없는 나 자신과 환경 앞에서 더 괴로워졌다. 나는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지난 2년간 마음속에 쌓여 있던 불평, 불만, 불안을 글쓰기를 통해 매일 한 움큼씩 흘려보냈다. 어떻게든 표출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25년 12월, 새해를 위해 기도를 드리던 중 불현듯 2010년의 원주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 역시 지금과 비슷한 분노와 억울함,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서른 살의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만 문제가 아니라, 나 역시 부족한 인간이며 하나님 앞에서 똑같은 죄인임을 고백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나를 상처 입힌 사람들을 용서하기로 결단했다.


그 결단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용서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용서하기로 선택한 것이었다. 할머니가 보여주었던 묵묵한 사랑, 예수님이 보여주신 무조건적인 사랑을 떠올리며 계산하지 않기로 했다. 그 선택을 했다고 해서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 삶을 짓누르던 거대한 바위 하나가 사라진 것 같았다. 나는 비로소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었고, 멈춰있었던 내 시간의 톱니바퀴는 다시 세상과 맞물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다시 그 선택 앞에 서 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의 삶은 자주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생한만큼 돈을 제대로 모으지 못한 것 같고, 사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고, 시간과 돈, 에너지를 계속 빼앗기는 느낌도 든다. 내가 너무 희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살아서 의미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에는 분명한 감각이 남아 있다. 내 삶에 주어진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내가 한 뼘 더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2026년을 ‘관계 회복의 해’로 명명했다. 가장 먼저 아내를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못한다고 변명하지 않고 아내의 말을 경청하려 한다. 아내의 말을 좀 더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 부부 관계가 화목해지면 자식도 안정되고, 장모님의 마음도 평안해질 것이다. 그 과정이 당장은 생산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결국 내 삶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2026년의 나는 더 많이 가지는 사람이 아니라, 더 단단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과 성과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는 이 감각을 믿어보려 한다. 비록 당장 겉으로 보기에는 손해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에는 관계가 더 깊어지고 진실해지는 가장 좋은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나는 다시 한 번 선택한다. 내가 연말연초에 가장 잘한 일은 이전보다 더 참고, 더 이해하고, 더 넓게 품을 수 있게 된 2010년의 나 자신을 다시 떠올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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