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 12월에 집 근처 내과에서 건강 검진을 받았다. 가서 피를 뽑고, 종이컵에 소변을 담아 제출하고, 시력검사를 하고, 흉부 X레이를 찍었다. 특히 속쓰림 증상이 심해서 일주일간 죽만 먹다가 위내시경 검사도 받았다. 역류성 식도염 또는 위염으로 판정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검사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단 하나 혈압만 고혈압 경계일 뿐, 나머지는 양호했다. 항상 과체중으로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일주일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해서인지 정상 체중으로 나왔고, 심지어 고지혈증 수치는 검사지에 적혀 있지도 않았다. 내가 건강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 다행스럽다가도 이왕 돈 내고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아 약간 실망스러웠다.
건강검진 수치에 주목하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닌 것 같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이 수치 괜찮은 건가요?’이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매년 또는 격년마다 건강검진을 받으시지만 그 결과를 보고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신다. 그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약국으로 찾아와 도움을 구하시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손님이 유명한 종합병원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찾아오셨다.나는 그 손님께 내일까지 읽고 분석 결과를 말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약국에서 빨리 읽고 싶었지만 그날은 바빠서 시간을 내지 못했다. 손님이 결과를 기다리고 계실 것 같아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숙제를 끝내지 못하고 잠든 나는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50분동안 그 책을 정독했다. 약간 큰 키였고, 체중을 보니 생각보다 마르신 분이었다. 거의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는데 유독 염증 지표들이 다 조금씩 높았다. 특히 LDL 수치까지 정상범위를 넘어서 있었다. 항상 소식하시고 날씬한 분이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생각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오래된 체내 만성염증으로 인해 그 분의 몸은 점점 마른 비만형이 되어가고 있었고, 동맥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활성 산소가 다 처리되지 않아 갑상선 기능까지 저하되고 있었다. 내가 전화로 간략하게 결과를 보고드리자 손님은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요?"라고 말씀하시며 약간 불안해 하셨다. 나는 그분께 종합병원 건강검진 결과를 하나하나 분석하여 설명해드리면서, 담배를 꼭 끊어야 하고, 운동을 시작하시는 게 좋겠다고 권면했다. 왜냐하면 담배로 인해 염증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그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 LDL 콜레스테롤이 생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의 평소생활습관을 보면 왜 간 수치가 올라가 있는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저 흡연 때문에 니코틴 때문이라고만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동맥이 점점 비후되고 있는 걸 봐서 혈관에 염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는 어느 세포에 염증이 생겼고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상처를 치료하고 독소를 해독하기 위해 글루타치온을 만들기 위한 효소량이 증가하고 있고, 간 세포가 파괴되어 혈중으로 방출된 효소량의 수치가 간 염증 수치이다.
나는 손님의 라이프스타일을 듣고, 기능약학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장 건강, 염증 해독제, 혈관 청소제, 항산화제, 식물성 콜라겐을 권해 드렸다. 나는 그 분이 6개월 정도만이라도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하고, 담배를 끊고,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신다면 충분히 염증이 회복되고 더 건강해지실 거라 확신했다. 건강검진 결과 수치만 보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이해하고 바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손님은 상담을 듣고 안심하며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주신 건 처음이에요. 약사님 덕분에 아주 든든해요. 걱정이 사라졌어요. 감사한 마음에 작은 선물 보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 집으로 크고 튼실한 굴비 10마리가 배달되어 왔다. 이렇게 큰 선물을 손님으로부터 받는 건 처음이어서 약간 당황했지만 무척 기뻤다. 약사라는 직업의 보람을 다시금 느낀 순간이었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그 손님과 손님의 가족들이 모두 더 건강해지시길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