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2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남의 도구가 된다.” – 워렌 버핏
뭐?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나도 그 마음 충분히 이해 한다. 게임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지? 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게임하고 싶고, 잠들기 전에도 게임화면이 머릿속을 아른거리던 시간들이 있었거든. 특히 친구들과 함께 게임 이야기를 하다가 함께 프로그램에 접속해 플레이를 할 때면 정말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나는 그만큼 게임에 진심이었고, 한 때는 게임 캐릭터가 되어 살고 싶다는 꿈도 꾼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황당하지만.
나는 초등학교 때 이미 오락실에서 '일만 시간'을 채웠다. 무엇이든 일만 시간동안 노력하면 권위자가 된다는 말, 아마 들어봤을거야. 나는 정말 우리 동네 오락실의 일인자였어. 그 누구도 내게 쉽게 도전하지 못했고, 내게 져서 화가 난 형들에게 여러 번 두들겨 맞았다. 그래도 나는 게임이 좋았어. 오락실은 나의 유일한 피난처였으니까.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으니까.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디아블로'라는 게임에 빠졌었다. 이 게임에도 수천 시간을 썼다. 그 때는 정말 잠 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나는 게임 세계에서 지존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나는 최고가 되기 위해 PC방에서 새벽 3시에 퇴근하고, 집에서 새벽 6시에 출근했었다. 3시간만 자면 눈이 번쩍 떠지는 청춘의 시절이었다. 그런데 공부는 30분도 못 하겠더라.
공부만 하면 이상하게 졸음이 쏟아졌어. 친구들이 토익학원, 프로그래밍 학원을 다니면서도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어. 어떻게 저렇게 공부할 수 있는거지? 내 머리가 나쁜 것 같아 한탄했었다. 그리고 학원비와 대학 등록금을 줄 수 있는 부모가 있어서 말할 수 없이 부러웠어. 머리도 좋은 친구들이 부모님까지 있다니, 내게는 거의 사기 캐릭터처럼 느껴졌다.
대학교 2학년 중간고사를 치고 나는 좌절했어. 수학도 물리도 아는 문제가 하나도 없었거든. 베끼고 싶었지만, 도저히 할 엄두가 안 나더라. 그것도 뭘 조금이라도 알아야 가능한 거더라고. 상심한 나는 무작정 휴학신청서를 제출해버렸다. 등록금도 용돈도 주지 않는 집안에서는 도저히 공부할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 그 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게임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아시아1 서버 랭크 1을 찍었다. 세계 1위에 오른거나 다름 없는 업적이었지.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대학 동기가 이렇게 말했다.
"너 계속 이렇게 사느니 군대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이번에 나 입대신청하는데 같이 안 할래?"
그 친구의 진심어린 충고는 마치 비수처럼 내 마음에 깊숙이 박혔다.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게임중독자에 PC방 폐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군대에 갔고, 자대 배치 후 자기 소개를 하게 되었다. 동기생들 모두 자기가 가진 자격증, 특기를 적고 발표했다. 나는 내세울 수 있는 특기가 '게임'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차마 적지 못했다.
그 순간 나는 자존감이 무너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게임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갑자기 이런 PC방에서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야 우리 진짜 열심히 한다.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서울대 가고도 남았겠다." 나는 정말 그럴까 싶었다. 매일 밤새웠던 그 에너지를 공부에 쏟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제대 후 나는 마치 PC방에서 게임을 하듯이 공부했다. 디아블로에서 레벨 30을 찍으면 가장 좋은 스킬을 차례대로 배워나가는 것처럼, 학원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외우고 그대로 내 공부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국어 선생님은 지문 분석에서 '그러나'를 주의 깊게 보고 세모를 쳐야한다고 말했다. 수학 선생님은 절대로 답안지를 먼저 보지 말라고 말했다. 그렇게 매일 최선을 다하다보면 원하는 대학 학과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원하는 대학 학과에 들어가려면 수능 전체 220문항에서 10개 이상 틀리면 안 된다. 이것이 내가 도달해야 할 레벨 99였다.
“군자구저기야(君子求諸己), 소인구저인야(小人求諸人也).”
“군자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 소인은 남 탓을 한다.”
- 논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남 탓이나 집안 탓을 할 수 없었다. 공자의 저 말처럼 나는 이제 나 스스로에서 원인을 찾아야 했다. 나는 책상에서 30분 이상을 앉아 있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인내심 부족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나는 공부를 마치 게임처럼 생각하기로 했다. 머리가 아닌 엉덩이로 승부를 보기로 작정했다. PC방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게임하는 것처럼, 매일 새벽까지 앉아서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이 방법은 공부에서도 통했다. 매일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서 게임에 집중했던 경험이 공부에 도움이 되다니 신기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들들에게 게임할 때 누워서 하지 말고 앉아서 하라고 권하고 있어. 비록 게임일지라도 끈기 있게 집중하는 태도를 기른다면 그것 또한 나를 위한 투자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야. 너도 게임을 많이 하지? 게임을 하더라도 책상에 바른 자세로 앉아서 해봐. 그리고 나처럼 공부의 필요성을 느낄 때 마치 게임처럼 공부를 즐겨봐. 그 때 비로소 내가 한 말을 이해하게 될 거야.
너는 나보다 일찍 '게임의 허무함'을 깨달았으면 좋겠어. 게임은 바로바로 네게 즐거움을 주는 것 같지만, 세상에서 너를 일으켜 세우지 못해. 오히려 너의 시야를 좁게 만들고, 기회를 놓치게 만들거야. 반면에 공부는 게임처럼 눈에 보이는 보상은 없지만, 너 스스로가 네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거야. 나는 공부야말로 나를 위한 최고의 투자라고 믿어. 특히 학생 때는 더욱더. 아, 내가 학생 때 이런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