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닝의 진화, AI시대의 시험은?

by 의지박약사

최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서 AI 컨닝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걸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시험이라는 게 원래 학생의 지식과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한 장치인데, 어느 순간부터 시험이 인생의 기회를 결정하는 무거운 제도로 변해버렸다. 그러니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지름길’을 찾게 되고, 컨닝은 당연하다는 듯이 시대와 함께 진화해왔다.


옛날에는 친구 시험지를 슬쩍 보는 정도였다. 조금 더 준비된 친구들은 손바닥이나 책상 밑에 쪽지를 적어갔다. 교실 뒤에서 앞으로, 앞에서 뒤로 쪽지가 오가고, 어떤 학교에서는 OMR 카드를 한 장 더 받아 두 장을 동시에 마킹하는 기상천외한 방식까지 등장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휴대전화가 일상화되면서 부정행위는 더 교묘해졌다. 시험 중 문자로 답안을 공유하고, 레포트를 쓸 때 네이버 지식인이나 블로그를 베끼는 일이 흔해졌다.


대학교 때 서양미술사 레포트를 충실하게 적어냈던 나는 B를 받고, 인터넷 자료를 훔쳐온 친구가 A를 받았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성실하게 쓴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인가?”라는 회의감이 그때 처음 찾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AI 시대다. ChatGPT로 레포트를 쓰고, AI로 논문을 요약하고, AI를 이용해 컨닝을 한다. 부정행위의 방식은 점점 정교하고, 학생들은 점점 생각하는 능력을 잃고 있다. 생각의 주도권을 AI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AI를 금지한다고 이 흐름이 멈출까? 이미 사회 전체가 AI를 사용하며 일하고 배우고 있다. 중요한 건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게 할 것인가다.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FIFA 랭킹이 떨어진 이유를 두고 이런 말이 있다. “아이들이 밖에서 축구를 하지 않고, 집에서 축구 게임만 해서 그렇다.” 결국 본질이 사라진 것이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AI에 맡겨버리면 어느 순간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는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평가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먼저 AI를 마음껏 쓰게 한다. (30점) 그다음에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스스로 비평하게 한다. (30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관점과 메시지를 담아 발표하게 한다. (30점) 이런 방법은 어떨까 싶다. AI를 금지하는 시험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사용하되, 인간만 할 수 있는 사고를 드러내는 시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자기 이야기를 반드시 포함한 글쓰기를 평가하는 것이다. 여행 에세이든, 독서 에세이든, 문화유적 답사기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경험을 가진 나’가 글 속에 등장하는지다. AI는 정보는 줄 수 있지만, 개인의 감정과 기억, 맥락은 대신 쓸 수 없다. 사진이나 영상을 포함하면 더 좋고, 무엇보다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그 안에 '나만의 의미'를 담아야만 한다.


결국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단순하다. 내용의 핵심을 스스로 이해하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논리적으로 비평하고, 그에 자신만의 메시지를 넣어 표현하는 힘이다. 시험의 목적이 지식을 외우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라면, 평가 방식도 이제는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컨닝의 기술이 진화해온 만큼, 시험 방식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AI 시대에도 ‘생각하는 인간’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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