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글쓰기, 빈껍데기만 남았다.

by 낯선 방문객

글쓰기 경력 도합 20여 년 차가 되고 있다. 바야흐로 2005년 나의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됐다. '본격적인 글쓰기'라며 거창하게 표현한 것은 주체적으로 내 생각과 사상 그리고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한 때가 2005년 무렵부터였기 때문이다.


사실 글만 쓸 줄 알면 누구나 하는 것이 ‘글쓰기’고 우린 하루에 몇 번씩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다만 그 글이 보는 이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느냐에 따라 글쓰기의 정의가 달라진다고 감히 생각한다.

2005년 12월 말, 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면서 난 울림을 주기 위한 글쓰기에 몰두했고 잘 쓰고 싶어 노력했다. 다행히 운이 좋았는지 몇 달 준비하지 않았는데 영화과에 덜컥 합격하고야 말았다. 당시 수험생들에게 보여준 영화는 ‘비포 선라이즈’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여전히 영화에 문외 하지만 그땐 더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넋을 놓고 봤던 기억뿐이다. 온전히 몰입한 덕에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재꼈고 그 결과 덜컥 영화과에 붙었다.

내 글쓰기 첫 관문은 통과. 다음 미션은 시나리오 수업 또 영화 분석 등 내 생각과 감정을 담고 표현해야 하는 글쓰기 수업이 연이어 있었다. 영화를 분석해 글로 표현하는 과정은 참 매력적이었다. 사람마다 다른 글이 완성됐고 그 글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당시 그런 마음은 표현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글쓰기의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 있었는데, 바로 싸이월드다. 그 당시 싸이월드 유저라면 누구나 온라인상에 흑역사를 품고 있을 것이다. 미니홈피 일기장은 셀프 흑역사 그 자체였다. 기억을 저장하고 싶은 단순한 일기부터 오글거리는 갬성 글 그리고 당시 사회 현상을 담은 글까지 20대 초반 날 것의 내 모습이 글로 남겨져 있다. 다시 보면 스스로가 얼굴을 들 수 없을 거 같아 읽지 못하겠다.


그땐 참 열심히도 썼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무조건 글로 남기고 또 뉴스를 보다 세상이 같잖아 보이면 분노 가득한 글을 써 재길 때도 있었다. 기계처럼 기록했고 누군가 내 글에 반응하면 너무 짜릿하고 즐거웠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고 매일같이 무언가 쓴다. 그런데 예전에 느낀 재미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이런 게 아마 매너리즘이라고 하던가? 아니면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인가? 모두 그럴싸한 추측이다.


책을 읽고 운동을 해도 채워지지 않았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 다시 글을 써보자” 결국 글이었고, 글쓰기로 활력을 찾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선 꾸준한 글을 쓰기 위한 글감이 필요했다. 내 인생을 돌아보니 뭐가 없었다. 그냥 평범하고 순탄했다. 그래서 갑분 ‘무탈 없이 살아 온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무탈했으면 좋겠다’는 감사인사를 했다. 조상님들께. 향후에도 들어주실 거라 믿는다.

아무리 돌이켜 보고 또 생각해도 내 인생에 자극적이고 힙한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듯하다. 이럴 땐 정공법이 맞다. 그냥 툭 까놓고 내 인생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발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꾸준히 기록해보고 글감을 찾아보려 한다. 이게 내가 ‘브런치스토리’에 발을 들인 이유다. 간단하지만 심오하고 그럴싸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내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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