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기레기의 길로 접어 든지 어언 10년 차
글을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글감 선정이 중요하다. 내가 지치지 않고 흥미를 갖고 계속 무언가 쓸 수 있는 주제를 찾아야 한다. 평소 내가 관심 있는 것부터 늘 꾸준히 하는 고민 그리고 인생의 쓰디쓴 경험까지 여러 가지를 떠올려봤다.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에스프레소만큼 쓰고 강렬한 순간이 있었던가. 사실 없다. 그냥 물 흐릇 살아왔기 때문에 엄청난 고생도 또 충격의 순간도 없었다.
대신 자주 하는 고민이 있었다. 계획형 J답게 미래에 대한 고민 그리고 진로에 대한 여러 가지 걱정과 고민은 끝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나이에도 이런 고민을 해야 해?”라며 진로 고민을 한 지 어언 15년이 흘렀다. 소름 돋는 사실은 앞으로도 이 고민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질문의 답도 끝은 없기 마찬가지다. 네버엔딩이다. 그래서 내 진로 고민에 대한 넋두리와 더불어 이를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의 여정을 글로 남기려고 한다. 그리하여 시작된 ‘진로 고민 종결 프로젝트’ 시리즈다.
어쩌다 글쓰기로 밥벌이를 시작하게 됐을까. 고민의 시발점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질책부터다. 으레 그랬듯 글 쓰는 직업군에 발을 디디면서 내 경력과 포트폴리오는 글쓰기에 국환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떠올려봤다. 내가 글쓰기를 하게 된 계기 말이다.
바야흐로 2011년 코스모스 졸업을 하게 된 난 진로 고민에 빠졌다. 유학 갈 것인가. 본격적인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개미지옥을 맛 볼 것인가. 우선 영어가 필요하다니 영어 공부에 발을 들였다. “난 영국에 갔다 왔고 앞으로 갈 수도 있으니 IETLS를 공부하자” 야심찬 계획이었다. IELTS는 영국식 토플시험이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4항목으로 구성된 고급 시험으로 응시료 또한 비쌌다. 당시 2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으로 난 등골브레이크였던 것이다.
졸업은 했고 하고 싶은 걸 아직 찾지 못했던 잉여인간으로 시간을 보내던 난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각오로 여러 학원을 전전했다. IELTS 시험을 두 차례 응시한 결과 5.5~6 사이 점수를 획득했다. 목표보다 다소 낮은 점수를 받은 난 유학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생각해도 유학 포기는 잘한 결정이었다. 그리하여 본격적인 취업 시장에 나오게 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의 스펙은 진짜 뭐가 없었다. 게다가 전공 또한 취업시장과 동떨어진 ‘영화연출’이었으니 말이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봤다. 결국 글쓰기였다. 시나리오 쓰는 걸 좋아하고 그냥 아무 글이나 쓰길 좋아하는 난 글쓰는 일 위주로 찾아봤다. 에디터, 기자, 작가가 그 범주에 속했다. 우선 닥치는 대로 채용공고를 훑었고 여러 곳을 지원했다. 다음 날 면접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난 그렇게 K-기레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