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일지]성공팔이한테 당해본 썰 풉니다!

디지털 노마드 정보 찾다가 현타와 한탄한 사연

by 낯선 방문객

본격적인 1인 창업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경력을 추려봤다. 사실 기존 계획은 그림책 만드는 클래스를 열려고 했고, 2022년 이와 관련한 정부지원 사업(아주 적은 금액을 받는 사업에 뽑혔으나 지금은 없어짐)에도 덜컥 붙었다. 그런데 당시 프리랜서 일이 많아졌고 이사 등의 문제로 사업비용을 받지 못했고 결국 포기했다(절친한 대학 동기는 이 사실을 알고 아주 비난했다).


아이들 대상으로 그림책 수업도 몇 차례 진행해 봤다. 아이들과 상상력을 펼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이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아이들의 기발한 상상도 귀여웠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흥미로웠다. 공간도 확보했으나 클래스 시간이 맞지 않았다. 보호자분들은 주로 주말 클래스를 희망했으나 주말에는 공간 대여도 어려웠고, 나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지속하기 어려웠다.


현타와 한탄을 동시에 느낄 땐 한숨을 쉬는 게 좋습니다.

그래, 이건 우선 패스. 그리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글쓰기 경력만 도합 10여 년차. 할 수 있는 거라곤 취재해서 글 쓰고 이런 과정을 기획하는 일뿐이었다. 글쓰기 위주로 창업을 한다면 정말 폭이 좁아진다. 극 포화상태인 블로그 마케팅 대행사 등 SNS 기반 마케팅 창업이 대부분이다.


MBTI를 살펴보면 난 INTJ다. 그중 J는 가끔 P로 나올 때가 있을 만큼 계획과 무계획 사이에서 줄 타는 그런 성향이다. 이를 종합하면 내향적이면서 생각은 많고 계획은 세우나 틀어져도 타격 없는 주도적이지 않은 성향이라 분석할 수 있다. 이런 내가 1인 대표를 맡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하여 며칠간 폭풍 검색을 해봤다. 정말 대표 직함에 어울리지 않는 무계획 창업러라며 몇 차례 셀프 비난과 자존감 하락이 이어졌다. 그런데 ‘1인 창업’을 검색해 보고 말문이 막혔다. 말도 안 되는 액수를 자랑하는 성공팔이 피플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나 빼고 죄다 성공하고
앉아만 있어도 돈이 들어온다고?”


코인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기반으로 마켓을 운영해 돈을 많이 번 ‘영 앤 리치’가 많아졌다는 기사는 종종 접했다. 수십억 자산가가 된 2030대가 SNS를 통해 고가의 차량이나 명품 등을 자랑하며 또래들의 부러움을 산다는 것이다. 이건 자신의 능력으로 번 돈이니 자랑해도 마땅하다. 하지만 진짜 성공한 사람이 아닌 ‘성공한 척’ 짜깁기해 그럴싸하게 보이는 사람도 너무나도 많고 그런 성공팔이들이 SNS에서 판을 치고 있다는 사실에 난 분개했다(누굴 위한 분개인가?).


KakaoTalk_20240613_171617406.jpg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성공팔이들이 많더군요.


며칠간 1인 창업을 검색하니 알고리즘에 의해 ‘디지털 노마드’ 관련 게시물이 계속 검색됐다. 여기에 또 무서운 함정이 숨어있었다. 소름 돋게 비슷한 멘트와 문구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여행 다니면서 돈 버세요” “하루에 2시간이면 충분해요” “저를 만나신 걸 축하드립니다” “제 컨설팅만 받으면 한 달 안에 수익화 가능합니다”


너무나도 달콤한 멘트 아닌가? 여행 다니면서 돈까지 벌고 하루에 2시간만 일하면 된다고? 게다가 1개월 안에 이 모든 게 가능하다고? 이렇게 쉽게 돈 벌 수 있는 일을 내버려 두고 그동안 나만 8시간 일한 거야? 빡셌던 내 커리어를 부정하고 싶어질 만큼 현타 오는 멘트였다.


호구가 여깄었네?


SNS뿐 아니라 크몽이라는 앱에서도 이와 관련한 전자책이나 컨설팅 패키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N잡러 되기’, ‘블로그 수익화하기’ 등 부업 관련 전자책 종류가 상당히 많았다. 그중 구글 애드센스를 활용해 온라인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전자책을 한번 구입해 봤다. 혹한 점은 인정한다. 애드센스로 1년에 1억을 벌었다는 문구가 실현 가능한지 궁금했다.


세금 포함 10만 몇 천 원하는 전자책을 덜컥 구매했다. 한번 후루룩 볼 정도로 쪽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우선 책 제목처럼 애드센스를 수익화해서 연금처럼 매달 돈을 받는 건 맞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결국 녹록지 않았다. 이 저자의 전자책은 성공팔이는 아니었고 수기처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마드가 된 과정을 풀어냈다.


애드센스가 붙은 블로그를 30개 정도 운영하고 챗 GPT를 활용해 포스팅 글을 쓰는 그 과정이 내게 와닿지 않았다. 저자의 수익화 과정의 노고도 알겠고 이런 방식을 접근하면 월세처럼 매달 수익이 생기는 것도 이해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현타가 왔다.


이런 시간과 과정을 들여서 돈을 벌면 내게 남는 건 뭘까. 물론 돈이 남겠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과 고민에 휩싸였다.


결국 이날 도달한 결론은 이런 과정을 통해 온라인 건물주가 된 사람들은 대단하지만 난 따라 할 만한 그릇이 못 된다는 자조 섞인 한탄과 현타였다. 그리고 나만의 그릇에 담을 콘텐츠를 찾아야겠다는 목표와 의지를 붙태웠다.


10여 만원 전자책을 지른 걸 후회하며 '인생 경험'이라 다독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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