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하여...
연쇄퇴사자의 삶을 끝내고 나니 내게 남은 건 취재를 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경력이 전부였다. 그나마 일하면서 만난 선·후배 기자들의 인맥과 이들이 가끔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것. 그래도 친한 동료들이 남아 있다는 건 내가 그리 야박하게 살지 않았다고 또 아직 인심을 잃지 않았다며 스스로 위안했다.
그러하다. 난 기술이 없었다. 남은 건 고작 타이핑할 수 있는 손가락 힘과 머리에 뒤죽박죽 엉켜 있는 아이디어 그리고 몇 안 되는 인맥뿐이었다. 이게 대단한 경력이 아니었다는 건 창업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고 지금도 느끼고 있고 앞으로도 느낄 것이다. 글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은 세상에 너무나도 많았고 이와 관련한 사업 역시 너무나도 방대했다.
◇풀 수 없을 만큼, 꼬일 대로 꼬였다 그래서?
지긋지긋한 고민이다. 어릴 땐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 봤고, 입시를 치르고는 '무슨 과를 갈 거냐' 또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뭘 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도 받아 봤다.
그때마다 '모르겠다', '될 대로 되겠지', '그래도 어디서든 뭘 하고 있겠지'라는 막연한 대답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연쇄퇴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답정너 수준의 대답이었다. 그나마 글 쓰는 걸 좋아해서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고 이 덕에 어찌 됐든 10년 넘게 밥벌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때 내가 심각한 고민을 하거나 진로에 대해 막연한 대답이 아닌 방황을 했다면 지금 내 삶은 바뀌었을까. 혹은 연쇄퇴사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후회를 한다.
어릴 때부터 생각은 많지만 심각한 고민이나 심오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첫 커리어를 시작할 무렵, 첫 스텝부터 꼬인 거다. 이제는 풀 수 없을 만큼, 꼬여버렸고 가까스로 풀어헤치려고 허우적대고 있다. 처음부터 꼬이지 않게 이리저리 굴리면서 실타래를 잘 뭉쳤어야 했는데 급박하게 임기응변식으로 실을 감아 지금 이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닐까.
INTJ로서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고 이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최악의 악순환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우선 막연한 창업보다 내가 뭘 해야 하고 틈새시장을 어떻게 접근할지 하는 고민 말이다.
◇무료 창업 컨설팅받고 깨달은 나 새끼
2022년 작은 정부지원 사업에 합격하고 돈을 받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냈다. 결과적으로 돈을 받지 않았고 그 사업자등록 역시 사용하지 않았다. 3년을 앞둔 지금,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무료 창업 컨설팅을 신청했다.
내 사업 계획서를 보고 한숨을 쉬는 컨설턴트. 결론은 너무나도 허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노인 관련 플랫폼 사업을 계획하기까지를 설명했다. 시작은 ‘커스 터마지 세미 자서전’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자체에서 자서전 사업을 했고 이 사업에 참여한 한 할머니께서 한 소감 때문이었다. 할머니 남편은 밥 먹듯이 바람을 피웠고 이로 인해 자신은 평생 한이 쌓인 채 살았다고. 그런데 자서전을 통해 그 한을 풀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는 마을 듣고 마음이 찡하면서 글 쓰는 게 이런 놀라운 힘을 갖고 있었구나 하고 느꼈다.
그래서 ‘커스터마이징 세미 자서전’ 사업을 기획했고 지원해 붙은 거였다.
그런데 자서전 시장은 나름 컸고 공급자가 많은데 그만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거 같았다. 그리하여 노인 웹진을 기획했고 웹진을 토대로 노인 플랫폼을 만들자는 게 내 사업 골자였다.
그러나 컨설턴트는 너무 포괄적이고 방대하다는 거였고 차라리 타깃을 확실히 해서 자서전 사업을 하는 게 낫다는 피드백을 줬다.
결국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처음 기획한 ‘커스터마이징 자서전 사업’에서 잠깐 눈 판 온라인 마케팅에서 결국 순정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리하여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출발선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