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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작가 May 08. 2024

제2화

줄리네 가족은

나 줄리는 구가마을의 아주 작은 집성촌 중 하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의 전기를 고쳐주는 일을 했고 어머니는 아픈 사람들을 간호하는 일을 한 때 했었다고 들었다. 물론 우리들을 낳고 나서는 집안일에만 전념하시고 계시다.


우리, 그러니까 나의 친오빠 딘 그리고 여동생 마야는 2살씩 차이가 난다. 나는 그야말로 가운데 낀 미운오리인 셈이다. 내가 기억이란 것이 생길 무렵, 나의 눈에 가장 먼저 다가왔던 사실이 있다. 바로, 딘오빠의 독이 나보다 훨씬 크고 좋아 보인 다는 거다. 그리고 나의 여동생 마야가 태어났을 때 갖게 된 독은 내 것과 크기는 비슷했지만 왠지 모르게 색깔이 더 밝고 질감이 빛났었다.


우리 세 남매가 태어나 100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부터 우리는 부모에게 정령수를 조금씩 나눠 받고 있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 부모가 가진 정령수의 양은 500ml 남짓인 것 같다. 정확하게 얘기해 주신 적은 없지만, 내 친구들과 대충 이야기를 맞춰보며 비교해 보았을 때에도 우리 집이 가진 정령수는 적은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어머니와 아버지는 마을에서 평범하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인정받는 부부인 것 같다. 근데 그분들이 어떤 '어른'인 가와 그들의 자식들에게 어떤 '부모'인 가는 정말이지 다른 이야기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단 한 방울의 정령수를 걸고 우리 삼 남매의 잘잘못에 따라 누구에게 줄지, 또 줄지 말지를 ‘협박’하며 양육에 활용했다.


잘한 것은 무엇이고, 또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사실 기준을 잘 모르겠다. 그저 정령수를 쥐고 있는 어른들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다. 내가 ‘협박’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아니 내가 정령수 1L가 걸려있는 일이라면 이 정도로 억울하진 않을 거야! 고작 단 한 방울로 우리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게 이게 '교육'이란 말로 포장이 된다고?





하, 됐다. 내일은 오래간만에 학교를 가는 날이니 진정하고 오늘은 이쯤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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