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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작가 May 06. 2024

제1화

옛날 옛적 구가마을에는

옛날 옛적 구가마을에는 오래된 이 마을만의 전통이 내려져오고 있다. 바로 각 마을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만의 독을 지니고 살아가며 그것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자 사회적 위치를 의미했다. 독의 크기, 색깔, 질감, 빛깔, 튼튼함, 재질 등 평가할 수 있는 기준들은 각가지였다. 그리고 또 하나, 그 독 안에 든 마을만의 고유한 정령수의 양으로 개인의 정체성이 완성되었다. 구가 마을 사람들은 항상 등 뒤에 자신의 독을 지니고 다녔다.


독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수도,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남들로부터 고까운 시선만 견딘다면야 자신이 직접 깨트린 후 다시 만들거나 구매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정령수는 아니었다. 정령수는 오직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달받는 것만이 가능했다. 정령수는 제조하거나 비슷하게 흉내조차 내어질 수 없는 존재였다. 구가마을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정령수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정확히 정해져 있다는 사실 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정령수를 내어주면, 그 즉시 자신은 그만큼 잃게 되는 것이기에 보통 부모나 가족들로부터 일정량 물려받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주 드물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정령수를 내어주는 일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사랑의 모양과 향기를 흉내 내며 다른 사람의 정령수를 빼앗는 일이 더 빈번히 발생할 뿐이었다. 왜 다른 사람의 정령수를 빼앗으면서 까지 얻으려 하냐고? 어차피 불투명한 독 안에 가려져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보이지도 않는데?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독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꾸기도 한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정령수가 진정 자신의 영혼을 채워주는 존재라고도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구가마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평화롭게만 보이던 구가마을에는 절대 잊을 수 없는 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어떤 미친 아이가 도대체 무슨 일인지


자신의 정령수를 마을 종탑 위에서 모두 뿌려버린 뒤,


자신의 독을 그대로 떨어뜨려 깨트려버린 일이다.


아 참, 내 이름은 줄리이다.


구가 마을에서 태어나고 구가마을에서 자란, 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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