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들 지내니?
나는 꽤 오래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 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런 괜찮은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 뭔가를 부탁하면 '네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라고 말하는 그런 류의 괜찮은 사람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지 못했고, 누군가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게 익숙했다.
'빨리 끝내려면 내가 하는 게 낫지'
'그래, 이 정도는 내가 하면 되지'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왔다.
그게 배려라고, 책임감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했다.
처음에는 부탁이었던 일들이, 언제부턴가 내가 해야 하는 당연한 일처럼 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해줄거죠?”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억지로 웃었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힘든내색, 싫은 내색을 하면
364일동안 좋은 사람이었던 내가 하루만에 못된X이 되어버린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쌓은 호의가 어느새 ‘호구’로 읽히고 있었다는 걸.
회사입장에서 ‘착한 사람’은 편하다.
함께 일하기 좋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일수록 더 많은 짐을 짊어진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그걸 알아차리고 슬쩍 미룬다.
결국 남는 건 과로와 서운함뿐이다.
이젠 조금 달라지려고 한다.
주변에 너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 중이고
'싫어요' '왜요?'라는 말들을 연습 중이다.
욕할 사람은 어차피 욕하고, 안 할 사람은 끝내 하지 않는다.
가끔은 주변의 말들에 잠시 귀를 닫는 순간도 필요하다.
거절을 해도 세상은 생각보다 잘 돌아간다.
내가 한 발 물러선다고 해서 일이 망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진짜 ‘관계’가 보였다.
내가 뭔가 하지 않아도 나를 존중하는 사람과,
나를 이용만 하고 있던 관계의 경계가.
호의는 여전히 내 안에 존재한다.
다만, 이제는 방향을 가린다.
정말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주고 싶을 때만 꺼내 쓴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고 내가 호의를 잃지 않는 방법이다.
호의를 베풀 줄 아는 사람은 여전히 멋지다.
하지만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마음부터 아껴야 한다.
이제는 안다.
내 선함을 증명하는 건 '다 해주는 나'가 아니라,
'나를 지킬 줄 아는 나'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