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협재
하루를 마무리하며, 푸른 바다가 눈 앞에 넘실댄다.
이상하게도 고된 하루 끝에는 시리게 푸르거나, 눈부신 또는 눈물겹게 아름다운 기억의 조각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현실과 정반대의 것이 넘실대는 것은 아마 생각이 생각을 다독이는 하나의 방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때로 급하고, 조급하고, 비틀거리고, 간혹 넘어진다. 그래도 괜찮다.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것은 살아가며 익숙해져 간다. 그럼에도 슬킨 상처는 조금씩 남아 흉이 되기 전 사라져간다. 망각은 축복이고, 어떤 슬픔은 잊고 싶지 않아 꾸역꾸역 다시 토한다. 밤에 바다가 넘실대는 날이면, 스스로에게 말한다. 괜찮다고. 그것은 당신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독 고된 하루를 지난 당신 말이다. 잘하고 있다는 말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말을 안부삼아 건넨다. 당신에게 말이다. 당신의 오늘 밤. 푸른 바다가 넘실대며 깊게 평안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