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펑펑 쏟아진 밤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 든다.
아침이면 마주하게 될 같은 세상의 전혀 다른 모습이 기대되어서 말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보고 싶어 아침 일찍 일어나 카메라를 챙기고 밖을 나선다.
올 겨울은 눈이 쌓인 내장산을 몇 차례 들렀다. 같은 산의 단면도 눈이 내리면 어찌나 웅장한지.
내장산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참 좋아하는 곳을 만날 수 있다. 우화정.
가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내장산의 절경인 단풍과 함께 우화정을 눈으로, 카메라로 담고 싶어 모여든다. 알록달록 천 가지의 색에 둘러싸인 우화정도 아름답지만, 있던 색마저 새하얀 눈에 덮인 한 겨울의 우화정이 나의 눈에는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얼마 전 참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 옷소매 붉은 끝 동> 에도 우화정이 나와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수도 없는 사람들이 다녀가지만,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산을 지키는 자태가 꽤나 곱다.
우리의 마음에도 수많은 굴곡이 존재한다. 밝게 오른 부분도, 조금은 어두운 그림자도.
한 번씩은 마음에 눈을 뿌리고 싶다.
펑펑 내린 눈으로 마음의 질곡을 다독이고, 가늠하고, 또 아름답게 덮어가다 보면
다시금 새 움이 트고, 싹이 나고, 꽃이 피는 날도 오겠지. 꼭 오겠지.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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