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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퉁불퉁울 Mar 19. 2022

돈은 땅이다

돈이 없어서 힘들어봤는가?

돈이 없는 것이 불행의 근간이 되는 것을 지켜봤는가?


이런 경험은 삶을 상당 부분 뒤틀어 놓는다.


적당히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누리지 못하는 것 없이 살았고 가정은 제법 화목했다.


그렇다고 무슨 재벌가에서 태어난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남들 못 사는 장난감이 늘 나에게는 있었고

남들 못 사는 게임기와 게임팩 또한 늘 나에게는 있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던 최첨단 PC가 있었고

그보다 더 비쌌던 영창 피아노가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그보다 더 비싼 밍크코트가 있었다.

(비난받을 일이라는 것은 안다만 변명해보자면 그 시절에는 동물 보호에 대한 생각들이 없었다.)


그 정도였다.


화목한 집안,

행복한 일상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인 줄 알았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기 전까진.


아버지의 사업 실패는 근본적으로는 단 하나만 바꾸어 놓았을 뿐이다.

가득하던 돈을 절망적인 빚으로 바꾸어 놓았을 뿐이다.

오직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변화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화목한 집안과 행복한 일상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서로 아끼고 챙기고,

기분 나쁘고 힘든 일이 있어도 남을 먼저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은 

나의 정신적인 에너지가 남아있을 때나 가능하다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우리 부모님이 못난 사람들이어서 그랬을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복부에 주먹을 꽂아주겠다.


돈이 없음은, 즉 가난은

사람을 쉽게 찢어발긴다.


돈이 없다는 것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당장 내가 자는 이곳이 내가 먹는 이것이

내일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단단한 땅 위에서 살아가도록 진화되어왔다.

그렇기에 지진에 대한 필연적인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다.


돈이 없음은, 그 단단한 땅이라는 것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흔들리는 땅 위에서는 그 어떤 인간도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없다.


단단한 땅을 다시 가지게 된 후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 단단한 땅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하지만 이 땅이 없는 것은 확실하게 불행을 보장한다는 것 또한 이해했다.


돈은 그저 땅이다.

내가 든든하게 지탱하고 서있을 수 있는 땅이다.


돈이 많다면 그 땅이 넓은 것이다.

더 많은 자유가 있으리라.


돈이 적다면 그 땅이 좁은 것이다.

물론 자유도 적을 것이다.


돈이 없다면 그 땅이 없는 것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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