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퉁불퉁울 Jan 05. 2021

쿠키, 우리의 첫 만남

쿠키는 몰티즈다.

몰티즈는 하고 싶은 걸 다 한다고 한다.


쿠키는 아주 까칠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몰티즈다.

까칠해 보인다고 하는 이유는 누굴 만나도 짖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도 없어도 잘 짖는다.

기분 나쁘면 짖는다.


그렇다.

쿠키는 항상 짖는다.

덩치도 작으면서 몸이 떠오를 만큼 짖는다.

몸이 들썩일 만큼 소리쳐본 적이 있는가?

쿠키는 온 힘을 다해서 짖는다.


그런데 쿠키가 왜 짖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정말로 낯선 사람의 방문이 싫었을 수도 있고(아닐 수도 있고)

그저 자기 가족들을 낯선 사람들로부터 지키려고 짖었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쿠키한테 직접 물어본 적은 있는데 대답을 해주지 않아서 왜 짖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쿠키가 처음 만나서 짖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나다.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에 쿠키를 처음 만났다.(17년 10월 8일이다.)

나는 강아지를 너무너무 좋아하고 아내는 쿠키와 보리, 강아지를 두 마리나 키우고 있었다.

아내에게 계속 쿠키를 보여달라고 졸랐지만 쉽지 않았다.

금이야 옥이야 쿠키를 키워온 아내를 달달 볶은 지 몇백 일이 지나서야 아내는 조심스럽게 쿠키를 보여줬다.


쿠키의 성격은 익히 들었기 때문에 나름 경계심을 가지고 만났다.

그런데 쿠키는 짖지 않았다.

짖기는커녕 꼬리가 헬리콥터처럼 팽글팽글 돌아갔다.

그 작은 덩치가 이륙할 것처럼 꼬리가 팽글팽글 돌아갔다.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강아지들의 격한 감정 표현을 보는 것은 정말이지 행복한 일이다.


내 품에 안겨서도 얌전히 있던 쿠키.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신기하기도 하다.

아마 쿠키도 알았나 보다.

이 사람이 언니가 만나고 다니던 남자구나.

이 사람이 나랑 같이 살게 될 남자구나.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이름이 정말 예쁘구나 생각했던 쿠키.

첫 만남에 놀라움과 순수한 기쁨을 주었던 쿠키.

지금 보면 참 여리고 부서지기 쉬운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쿠키와의 만남은 내 인생에서 손꼽힐 행운이었다.

그 날을 기억에 꾹 담아두기 위해 글을 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