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하개월이 들려준 이야기
2년 전,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 콘텐츠 제작 사업에 프로젝트 책임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는 크리에이터를 만나 인터뷰 하는 ‘크리에이터뷰’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광고주에게 공유할 크리에이터의 리스트를 파악하던 중 ‘하개월’ 님을 알게 되었다. 하개월 님은 유튜브에서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게스트와 함께 이야기하는 토크 콘텐츠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특히나 하개월 님에게 놀랐던 점은 2018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후 혼자서 촬영과 콘텐츠를 도맡아 하고 있었는데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해 오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한때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겨우 영상 4개를 올린 데 그친 나는 하개월 님의 꾸준함에 대한 비결이 궁금했고, 크리에이터뷰 콘텐츠 출연을 제의 하기위해 몇 번의 연락을 취했다.
하개월 님과 나는 카카오톡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다. 주로 섭외와 촬영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섭외가 확정된 후에는 인터뷰 질문안 구성과 답변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 받았다. 비대면을 통해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나는 그가 친절한 사람인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를 보내는 나에게 그는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늘 성실히 답변해 주었다. 그리고 대화의 끝맺음에는 늘 따뜻한 이모티콘이 있었다. “늦게 까지 고생 많으십니다 ㅠ”, “촬영 날까지 모두 조금만 힘내요 :)” 그의 따뜻함을 온전히 담은 이모티콘 메시지를 통해 같은 콘텐츠 기획자로서 느낄 수 있는 동료애를 느꼈다. 그 덕분에 나는 어느 때보다 신나게 촬영을 준비하며, 꼼꼼하게 사전 점검을 마칠수 있었다.
크리에이터뷰 하개월편 촬영은 강남 소재의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책이 빼곡이 꽂아져 있는 서재를 바탕으로 한 공간이었는데, 모던하고 감성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영상 제작에 효과적인 공간이었다. 촬영 당일 스튜디오에 도착해 현장 세팅을 진행하고 있는 중에 하개월님이 도착했다. 분홍색 셔츠에 검정 슬랙스를 차림을 한 하개월 님은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메시지에서 그랬던 것 처럼 밝고 환하게 우리에게 첫 인사를 했다. 그의 표정은 살짝 부끄러워 보이기도 하고 설레 보이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촬영 전 샵에서 과즙 메이크업을 받고와 볼이 빨갛게 보여 내가 그렇게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잠시 동안의 대기 시간을 거친 후 우리는 촬영을 시작했다. 질문 문항은 유튜브와 그의 일상에 관한 것으로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인터뷰는 메인 PD 의 질문이 끝난 후 하개월 님이 답변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하개월 님의 답변이 길었기 때문에 프롬프터를 준비했다. 보통 프롬프터를 보며 인터뷰를 하면 시선 처리에서 어색함이 생기기 마련인데, 하개월 님은 대본에 대한 숙지를 상당 부분 한 것으로 보였고 답변이 아주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다양한 손의 모양과 제스처로 이야기를 해 주셔서 더욱 집중하게 하는 화자의 고유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나는 하개월 님의 완벽주의 성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질문에 대한 본인의 답변이 어색했거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달랐을 때 어김없이 재촬영을 요청했다. 잘하고자 노력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해 왔고, 하개월 님도 그런 부류의 사람임을 인터뷰 도중 알아챌 수 있었다.
약 2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마치고, 하개월님은 나에게 다가와 본인이 집필한 책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를 선물로 주었다. 책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사실 하개월 님은 농인 유튜버다. 촬영 전 까지 사실 나는 농인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갖고 있었다. 농인은 듣고 말하는 데 불편함을 갖고 있으니,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고요하고 적막한 ‘소외된’ 삶을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낡고 지엽적인 편견은 하개월 님과 일을 하면서 시원하게 깨졌다. 농인은 청인과 대화하기 위해 입모양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며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돌봄이 필요한 대상이 농인이라고 규정했던 과거의 생각에 전환이 일어났다. ‘청인은 농인의 언어를 얼마나 알고있을까?’, ‘만약 청인이 농인의 언어를 전혀 모른다면, 서로 소통하기 위해 ‘언어’ 돌봄을 제공하고 쪽은 농인이지 않을까?’
하개월 님의 여러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유튜브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에 대한 답변이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다.
하개월 l 많은 미디어에서 농인의 모습이 한정적으로 표현되는게 항상 아쉬웠어요.
하개월 l예를들어 불쌍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거나 연민을 유도하는 식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거요.
하개월 l그래서 ‘내가 주체적으로 농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하개월 l 제 유튜브 채널이 언젠가 농인과 청인 간의 교두보가 되기를 원해요. 농인과 청인이 오해와 편견을 깨뜨리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서 정상성을 가장한 몸이 그녀와 같은 몸에 대해 연민의 눈빛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램.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다짐. 그녀가 손으로 전하는 진정성 있는 목소리에서 나는 깊은 울림과 몸이 떨리는 전율을 느꼈다. 이 글을 쓰며, 우리나라가 저마다 독특한 몸들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해 주고 그들이 각자의 매력을 뽐낼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름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다름을 개성으로 받아들일 때 ‘갈등’은 ‘조화’로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