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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Jun 05. 202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의 작별이 아쉽게만 느껴지는 이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리뷰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보고 왔다. 가오갤3는 아바타 물의 길 이후 가장 몰입한 영화였다. 잡념이나 생각 없이 그냥 영화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좋은 영화의 기준, ‘보는 사람의 단전 아래 가리어진 깊숙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것’에 부합하는 영화였다. 우월한 종자를 만들겠다는 이기심으로 우주의 일원인 동물을 파괴하는 데 있어 죄책감과 분노를 느끼고, 실험용 개체였던 너구리 로켓이 친구들과 함께 철장 을 탈출하지만 그 선택으로 친구를 잃게 되었을 때 가지게 된 로켓이 가진 상처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오합지졸 팀, 사소한 말다툼과 가끔은 심각한 갈등을 일상으로 안고 살아가는 팀 가디언즈가 위험에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뜻을 모을 때는 동료 간의 연대와 아끼는 마음에 감동까지 받게 된다.


가오갤은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 MCU 영화의 세계관과 확실히 구별되는 무언가가 있다. 내가 가오갤 시리즈를 좋아하고 울림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에서 받은 울림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 글로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1. 잘생기고 힘센 미국인이 아닌 괴짜들의 이야기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짜인 공식이 있다. 잘생기고 몸 좋은 미국인이 세계를 구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영화에서 조차 선전하는 것만 같아 가끔은 밥맛이 떨어진다. 가오갤은 이러한 공식에서 철저히 벗어나 있는 영화다. 가오갤은 똑똑하지만 성격은 괴팍한 너구리 로켓, 할 수 있는 말은 ‘I’m 그루트’ 하나뿐인 나무 그루트, 극강의 빌런 타노스에 의해 개조된 기모라와 네뷸라, 덩치만 크지 한없이 멍청 미를 보이는 덩치 드랙스, 요상한 더듬이를 가진 맨티스, 그리고 잔망스럽고 가벼워 보이는 리더 스타로드까지 멋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들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동물, 자연, 외계인, 인간이 팀 가디언즈가 되어 지구 혹은 우주가 아닌 동료를 구하는 이야기는 히어로물 프로토타입과 벗어나는 이야기라 차별화가 된다. 심지어 팀 가디언즈가 서로 엉키고 부대끼며 위험에 빠진 서로를 구하는 어드벤처를 통해 현대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까지 한다. ‘이기심은 파멸을 이끈다. 공존을 위한 화합이 필요하다’ 인간의 이기심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과 자연, 그리고 우월한 종이 있다 믿는 우생학적 접근은 이상기후와 대량살상을 유발하기까지 했다. 지구상의 모든 종이 함께 섞이어 잘 살아가기 위해 남는 것은 무엇일까? 가오갤이 인간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 소수가 조명받는 것이 아닌, 함께 조명받는 이야기

가오갤은 시리즈를 3편까지 성공적으로 끌고 오면서, 다양한 등장인물의 서사에 주목했다. 캡틴 스타로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파생되는 것이 아닌, 팀 가디언즈 구성원 개개인의 이야기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자신만의 본연의 이야기가 있지만, 좀 더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끌리는 요즘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노출되는 영상의 썸네일만 봐도 그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여러 환경적 요인이나, 외관상 매력적이지 못한 외모에 소외되는 사람들은 더 외로운 공간 속에 고립되어 살아간다.


팀 가디언즈의 구성원들처럼 지금을 끈질기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에서 그렸던 것처럼 주목받는다면? 비주류 범주에 속하여 소외받는 사람들이 긴 어둠을 터널을 헤치고 나와 조금 더 자신감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가오갤 등장인물이 가진 결핍, 그리고 각각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는 성장 스토리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3. 실수를 포용하는 대인배들의 이야기

가오갤 3의 시작, 하이 에볼루션의 미션을 받고 로켓을 납치하러 갔던 빌런 아담 워록은 팀 가디언즈에 막혀 본인의 임무에 실패한다. 그 과정에서 로켓은 흉부에 치명상을 입게 되고 의식불명의 상태가 된다. 그리고 로켓을 살리기 위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고생스러운 여정이 시작된다. 아담 워록은 팀 가디언즈에게 아끼는 친구에게 치명상을 입힌 원수일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치달을 때 재앙이 될지 모르는 아담 워록을 그루트가 구하게 되며, 원수에게 마저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포용력을 보여준다.


아담 워록이 그루트에게 자신을 왜 구했냐는 질문에 대한 그루트의 답변, 그 답변을 번역해 주는 드랙스의 한마디 “He says everyone deserves to have a second chance”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왜냐? 본인들도 서로에게 실수를 저지른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쉽게 이런 말은 하곤 한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더라’. 그 말은 이야기하는 당사자 본인 또한 단점이나 실수를 고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보여준 포용력으로 인해 다시 한번 나 스스로를 뒤돌아 보게 된다. 나는 상대방이 내게 했던 작은 실수로 인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나? 그 사람과의 연락을 쉽게 단절하고 연을 끊지 않았었나?


https://youtu.be/XyHr-s3MfCQ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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