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멘탈관리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일을 적당히 해야지’ 마음먹은 이후부터는 직장에 나가 의미 없이 멍때리는 시간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저 시키는 일만 마무리하고자 하는 자신을 발견했고,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나는 자기 주도권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듯했다. 내가 사무실에서 보내는 소중한 시간 속에 성장이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자 의미 없이 시간을 죽이는 나의 상황이 너무 불안해졌다. ‘이렇게 계속 가다간 노년에 무엇하나 이루지 못한 채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겠다.’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급하게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을 줄이고, 현재의 행복을 찾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나는 ‘유연함의 힘’이라는 책에서 질문에 대한 힌트를 찾았다. ‘유연함의 힘’은 인생에서 자기 주도권을 갖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장에 나뉘어 설명한다. 여러 내용 중 가장 감명 깊게 남아 있던 내용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프레이밍’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는 그동안 인생을 살아갈 때 ‘인정’을 가장 중요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인 성과 중심형 프레이밍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속해 말했다. 성과 중심형 프레이밍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인생의 중심이 타인에게 맞춰져 있다. 타인의 기대와 평가라는 틀 안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에너지가 과도하게 들어가는데, 이것이 개인의 사고와 성장을 제한한다. 이 설명이 현재 내가 가진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아프게 꼬집는 것 같아 정신을 제대로 차리게 했다.
나는 그동안 타인에게 좋지 않은 피드백이나 평가받으면 불행함과 우울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을 성장시키고 싶다’는 개념과 생각하는 과정은 결여되어 있었다. 내가 스스로 던지는 대화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저 사람 나한테 왜 그래?’, ‘이 일 잘 끝내서 나를 인정하게 할 거야’. 내가 불행함을 느꼈던 이유는 바로 이 성과 중심형 프레이밍 때문이었다. 나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배우기보다 그들의 언행에 불쾌해하며 현실을 부정했고, 일의 결괏값이 좋지 못할 때 좌절하고 자기비판을 하며 자존감을 스스로 낮추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당장 끊어내고 싶었다. 유연함의 힘이라는 마인드 관리법에 대해 알게 된 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성과 중심형 프레이밍을 학습 중심형 사고로 고쳐잡고자 노력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나는 성장할 수 있다’는 주문을 마음속 깊은 곳에 새기고 되뇌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고자 생각을 바로잡고 나 자신에게 보내는 대화를 긍정의 방향으로 바꿔보았다.
상황 1: 제안서 작성으로 밤을 샌 날 → 자기대화 1: 마케팅 산업에 대한 동향과 인사이트가 쌓였어! 나 강제 렙업 중이네?!
상황 2: 회의 시간에 의견 차이가 있었을 때 → 자기대화 2: 우리는 일을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한 대화를 하는 중이야
상황 3: 경영진이 직설적으로 직원 평가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 자기대화 3: 저들의 본심은 말로 다 대변할 수 없을 거야.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어
나에게 보내는 자기대화, 프레이밍만 바꾸었을 뿐인데 나의 하루 기분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전처럼 어떤 상황에 매몰되어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일터에서 얼굴을 찡그리기 보다는 동료들과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화합하고, 서로의 성장을 위해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려 할 때, 나에게 보내는 ‘자기대화’를 통해 프레이밍을 고쳐 잡았다. 이제는 타인의 인정보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며 그 사람이 되기 위해 집중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변동성이 많은 사회에서 또 나에게 어떤 시련이 닥쳐 큰 시험에 빠져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고통의 상황에서도 내가 지금 가진 긍정 프레이밍만 있다면 상황을 못 헤쳐나갈 리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고통 까짓거 한번 와보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