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휴 가 아파요
나는 전립선염 질환을 앓고 있다. 전립선염은 남성의 방광 및 밤톨만한 크기로 자리 잡고 있는 전립선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고, 전립선과 인접한 신체 부위 회음부, 복통, 허리, 요도, 성기 등에 통증을 유발한다. 통증이 찾아왔을 때를 묘사하자면 내 몸 안의 장기를 누군가가 바늘로 찌르거나 긁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다. 급성으로 통증이 찾아왔을 때는 마치 온몸이 오한에 들린 듯 열이 나며, 허리와 하복부가 뻐근하게 아파 제대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상태가 된다.
첫 증상이 발현되었을 때는 2019년으로 기억한다. 2019년은 전 직장에 근무하던 때로 사무 스트레스가 최절정에 따르던 시기로 기억한다. 9시 출근해서 새벽 퇴근을 밥 먹듯이 하고, 몸은 늘 긴장 상태에 놓여 있었다. 제대로 된 가이드나 피드백 없이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다 보면 긴장한 탓에 손에 땀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한 빈틈이나 실수는 곧장 질타로 이어지는 회사의 분위기가 단순한 일도 어렵고 부산하게 처리하게 했다. 그렇게 피로와 긴장 속에 살다 보니 나의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왔다. 첫 신호는 대장에서 나타났다. 회식으로 술을 흥건하게 마신 다음 날 아침, 숙취와 함께 장염 증세가 보였다. 화장실을 여러 번 다녀와 배에서 일어나는 지진과 천둥을 진정시켰지만, 그 후에 아랫배와 성기 찌르는 듯 아픈 통증이 왔다. 처음 느끼는 고통에 적잖이 당황했던 것 같다. ‘아, 이거 내 몸에 문제가 있다.’
통증이 발생한 이후 종합검진을 위해 강남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 장 트러블로 발생한 통증으로 장의 문제를 판단해 대장내시경을 진행해 보았다. 다행스럽게 대장은 아주 깨끗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병원은 물건의 품질 테스트를 하듯 나를 다음 단계인 비뇨기과로 보냈다. 비뇨기과의 품질 테스트는 엄격하고도 잔혹했다. 혹시 모르는 전립선암의 증세를 파악하기 위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아무런 마취나 진통제 없이 좁은 진찰대 위에 누워 요도에 가는 호스를 넣는 검진을 받아야 했다. 호스가 요도 안을 조금씩 들어갈 때마다 칼로 몸을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엄청난 고통에 검진 내내 소리쳤고, 검진이 끝날 마지막 무렵에는 아마 욕까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찰대 위에서 나는 그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고통과 수치심을 함께 느꼈다. 내 몸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껴졌을 때 상실감과 통증은 아주 극심한 것이었다.
모든 검진이 끝나고 며칠 뒤 나는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가 나의 통증을 가라앉힐 특별한 방법을 알려주기를 내심 기대하며 진료실 문을 열었다. 의사는 내가 아픈 이유는 전립선염 때문이고, 항생제가 담긴 약을 당분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날 이후 통증이 가라 앉길 기대하며 꾸준히 약을 먹었다. 약이 거의 떨어질 무렵, 통증의 세기는 약해지고 있었으나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일상에서 거슬리는 따끔거리는 통증, 그리고 빈뇨 증상은 지속되고 있었다. ‘나는 이 통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통증이 지속될수록 질환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신감이 사라졌다. 건강이 최고라고들 하는데 나는 몸을 제대로 돌보지도 않고, 사무실에 앉아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니.. 나는 당당하게 내가 처한 상황을 ‘안녕’하다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지금, 전립선염은 만성 질환이 되어 5년째 나의 몸에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이 질환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립선염 치료 초기 약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약만 먹으면 이 질환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하고 있었던 나였기에 아프면 약을 먼저 찾고 복용했다. 내 몸이 약을 통해서만 바뀔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나의 전립선염은 업무를 통해 받는 스트레스, 오랜 좌식 습관, 음주 및 카페인, 육류 위주의 식습관 등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한 것이었다. 나는 약만 먹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돌보고 가꾸는 몸과 정신을 ‘개조’하는 과정이 필요했었다. 약 조금 먹어보고 내 몸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판단은 적어도 34세의 나에게는 맞지 않는 판단 미스였다. 34년 동안 나를 만들어 온 정체성(생각, 음식, 수면 기타 등등) 그 밖에 많은 요소.. 나는 이것을 새롭게 바꾸어야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의학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나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를 바꾸려 인생의 초기화 버튼을 과감하게 눌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