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북이 Oct 18. 2023

예뻐야 지속가능한 친환경 브랜딩

1%의 차이를 만드는 브랜드 소개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는 ‘고유한’ 정체성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나타내기 위해 혹은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자는 욕구를 표현함에 있어 거침이 없다. 개인으로부터 출발하는 이 작은 단위의 정체성은 디지털을 만나 보다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된다. 인종 차별 폐지, 젠더 불평등 완화, 환경 보호 인식에 대한 목소리 모두는 개인의 정체성에서 기인하며, 타인이 갖고 있는 인식에 대한 패러다임(정체성)의 전환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한 사람들은 소비시장에서도 독보적인 플레이어로 맹활약한다. 이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찾고자 노력하며, 브랜드에 높은 충성심을 보이고 꾸준한 소비활동을 이어나간다. 그들에게는 저렴함 보다 소비를 통해 얻게 되는 심리적 만족감에 대한 가치가 더욱 중요해 보인다. 이것을 우리는 가치 소비라 부르고 있으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한 많은 기업에서는 상품에 특정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하고 있다.


고객이 구매하는 여러 가치 중에 이번 글에서는 ‘친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기후 이상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지구를 건강하게 지켜 다음 세대로 전하기 위한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가치 실현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고, 아프리카 지역은 물부족으로 인한 식량부족난을 겪고 있으며, 캐나다 칠레 호주 등 발생한 대형 산불은 수만 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친환경 브랜딩의 현재와 1% 차이를 만들고 있는 국내 브랜드 소개


‘친환경’이라는 보기 좋은 타이틀을 앞세워 수많은 상품들이 시장에 유통된다. 너도나도 환경을 고려해서 제품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실상은 어떨까? 재사용을 강조하며 플라스틱으로 찍어내는 텀블러, 화학 염색 처리가 된 옷가지들 등은 쓰레기를 줄여 환경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나는 이 문제의 원인이 브랜드가 어떻게 환경에 기여할 지에 대한 고유의 철학, 방법론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사업을 시작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본다. 사회에 제공하는 혜택 보다 이윤이 우선시된 기업경영의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브랜드는 친환경이라는 좋은 라벨을 씌워 제품 판매에 성공하지만, 이내 곧 브랜딩의 허점이 발견되어 브랜드에 대한 불신과 불매운동을 낳는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과 자연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친환경’이라는 판에서 1%의 차이를 만드는 브랜드도 물론 존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브랜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기업의 사명으로 두고 소비자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다. 참신한 소재로 업사이클링한 제품을 만들어 내거나, 공정 과정을 단순화하여 환경에 가하는 부담을 줄인다. 또한, 환경 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심미적인 미학을 추구하기까지 해서 예쁘기까지 하다. 환경이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 미를 포기한 것이 아닌, 환경과 미의 가치를 모두 추구하는 브랜딩에 대한 접근법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기업의 운영을 지속하게 한다.


지금부터 친환경에 있어 독보적인 매력을 전하고 있는 국내 브랜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고객의 직접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트레쉬 버스터즈

트레쉬 버스터즈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환경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창업주의 철학이 담겨 있는 브랜드다. 일회용품 사용이 가장 많은 행사장, 축제 현장에 다회 용기 대여 시스템을 구축한다. 푸드 트럭에서 판매하는 음식이나 음료가 다회 용기에 담겨 방문객에게 제공되고, 음식을 모두 섭취한 고객은 자발적으로 용기를 반납한다. 반납된 용기는 꼼꼼한 세척 과정을 통해 청결을 유지하여 다시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트레쉬 버스터즈에 따르면 사용자의 용기 반납률은 99%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식기를 반납하고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과정이 사용자 입장에서 번거로움과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선한 마음’ 즉 대의로서의 명분이 불편함을 앞서 좋은 행동에 모두가 동참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일회용품 개수 누적 약 2,500만 감소라는 성과로 이어지게 했다. 환경을 고려하는 기업과 사용자가 함께 이룬 성과로 볼 수 있다.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창업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우리 착해요!’를 강조하기보다 ‘우리 멋있어요!’를 나타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친환경을 상징하는 녹색을 기본 컬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주황색을 활용하여 제품의 시각적인 매력을 높여 소비자의 마음에 브랜드를 인식하게 했다.


트레쉬 버스터즈 상품 (출처: 마리끌레르 코리아)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생산체계 구축, 톤28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고체 화장품과 종이 패키지를 개발하는 뷰티 기업이 있다. 톤 28은 환경과 피부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고 있다. 기후의 미세한 변화와 자연에서 발생된 원재료의 변이가 피부 건강에 해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톤28의 제품은 70% 이상이 고체 제품이며, 생산공정에서 쓰레기가 없는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고 있다. 화장품의 원재료 생산에도 진심이다. 직접 해남에서 일군 밭에서 유기농 재료 병풀, 청무화과 등을 생산한다. 화장품을 바를 거리로 칭하고 있는 단어 선택에서부터 환경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톤 28의 친환경 브랜딩은 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톤28 크루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고객과 함께 플로깅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선의를 실천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를 실현시켜 줌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쓰레기를 줄여 나간다. 톤 28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크루 3만 2천여 명이 주운 쓰레기의 양은 약 19만 kg이라고 한다.


톤 28의 정마리아 대표는 지금의 소비자들이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를 7천 원 이상을 지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치소비에 대한 흐름을 파악했다고 한다. 흐름을 파악한 민감한 감수성이 톤28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톤28 상품 (출처: 케빈닷넷)

                    

미국 군용 텐트의 업사이클링을 통해 추구하는 미적감각, 카네이테이

업사이클링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패션 브랜드 프라이탁, 국내에도 이에 견줄 만한 브랜드가 있다. 프라이탁이 화물 트럭을 덮는 덮게인 PVC로 가방을 만든다면, 카네이테이는 미군 군용 텐트를 사용해 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대로 두면 폐자원이 되는 군용 텐트를 재활용하여 자원이 순환되도록 하는 것이 카네이테이 공정의 핵심 원리다. 텐트의 원단은 빗물을 사용해 세척이 되며, 버려지는 재료를 최소화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염색은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의 인식은 멋이 없고 실용적이다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카네이테이의 상품을 보면서 이 인식이 바뀌었다. 카네이테이의 상품은 원단이 심플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담은 고풍스러운 멋 빈티지함이 있다. 20대 시절에는 이것저것 포인트를 주며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했지만, 30대 중반의 지금은 꾸미지 않는데 멋을 낸 듯한 카네이테이와 같은 꾸안꾸 스타일이 좋다. 원단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직원이 직접 원단을 재단한다고 하는데 장인 정신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카네이테이 상품 (출처: 무신사 스토어)


요즘 환경에 제대로 진심인 브랜드는 그저 실용성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 시장성을 함께 고려하는 브랜드 만이 지속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