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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Nov 21. 2023

기획자에게 쓴다는 것의 의미

두려워 않고 세상과 연결되기

기획자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글 쓴다는 것은 무형의 생각들을 ‘형태’로 만들어 주는 ‘창조’의 행위라는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생각이 산발적으로 떠오른다. 이것은 모두 형태를 만들기 위한 재료이다. 요리로 비유해 보겠다. 단 맛을 위해 첨가하는 설탕이 있을 것이고, 짠맛을 내기 위한 꿀과 설탕이 있고, 잡내를 잡아주는 맛술이 있다. 기획자는 ‘산발된 생각(다양한 맛)’, 재료를 뭉쳐 그릇에 정성스레 음식을 담아낸다.


글을 쓰는 과정은 왜 기획자에게 중요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되는 재료들을 보관만 하게 된다면, 재료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점차 형태를 변화시킨다.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이다. 기록이 없는 많은 생각들이 썩어 부패한다. 글을 쓰는 과정은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하는 과정이다. 썩기에 아까운 생각재료들을 통조림에 담아 숙성시켜 부패의 속도를 지연한다.


쓰게 된다면 아이디어는 음식으로 살아날 것이고, 누군가는 먹게 될 것이다. 초보 요리사 라면, 시작 단계에서 음식의 간과 맛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맛을 의식한다면, 읽는 사람의 평가가 두려워서 결국 식칼을 꺼내 들지 못하게 된다. 무엇이든 써 내려가고 그것을 공개해 본다. 세상의 평가가 잔혹할 수 있다. 지금 써 내려가고 있는 이 글에도 댓글이 달릴 확률은 희박할 수 있다. 그래도 쓰고자 마음먹은 곳은 심지를 꼿꼿하게 지켜 세워 본다. 써내려 가다 보면, 필자가 갖고 있던 걱정은 사라지게 된다. 어느 순간 쓰기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쓰기의 마지막 단계는 공유하기다.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하여 만든 요리를 세상에 드러내어 본다. “내 요리 어때요?”라고 말해보는 것이다. 백종원 레시피처럼 선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 내 글을 먹어준다. 그 사람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본다. 내 글을 먹는 한 손님은 ‘글이 맛있다’고 완밥 하고, 반대편 테이블의 손님은 음식이 짜다고 반을 남겼다. 상반되는 시각에서 다음 글쓰기와 기획에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독자의 피드백을 곰곰이 지켜보며 생각한다. 상반되는 고객 중에 나는 어떤 사람을 충족시키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자신의 글을 읽었으면 하는가? 기획자에게 글쓰기는 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내면, 그들과 연대하기 위한 글을 지속적으로 써내려 갈 수 있다. 글 하나로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다. ‘한 줄 광고 카피’, ‘전략 기획안’, ‘수필’ 등 세상과 연결되는 무수히 많은 쓰기의 종류가 있다.


어떤 형태를 만들어 낼 것인가? 나의 음식에서 어떤 맛과 냄새를 풍길 것인가? 어떤 사람이 내 글을 먹었으면 하는가? 글을 쓰면서 ‘오래 준비한 대답’을 찾아 나간다. 실패는 없다. 성숙한 글쓰기를 하게 되는 과정만이 기획자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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