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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Jan 30. 2024

슈퍼카를 타는 어른보다 컨버스를 신는 어른이 되고싶다

나의 아저씨를 보고

‘나의 아저씨’를 정주행 해보았다. 아내가 몇 해 전부터 내가 좋아할 것 같다며 적극 추천한 드라마인데 회를 거듭할수록 추천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나의 아저씨’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토리를 중심적으로 끌고 가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대기업 건설사 부장 동훈(고 이선균)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가 선발한 파견직 직원 지안(아이유)이다. 고액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이어나가는 동훈의 삶의 외면은 성공을 상징하는 모양새이지만, 그의 생활을 깊이 들여다보면 직장에서는 세력싸움으로 가정에서는 식어버린 애정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지안은 손녀 가장으로 할머니를 돌봄과 동시에 돌아간 어머니의 노름 빛을 값아가며 살아간다. 두 사람의 삶 속에 희망이라는 단어는 사치에 가깝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둘은 서로의 삶을 자연스레 알아가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연민을 느낀다. 동훈은 지안을 바라보며 어린 나이에 짊어진 무거운 짐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지안은 동훈을 바라보며 겉으로는 많은 것을 이룬듯한 사람의 삶이 고통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안쓰럽게 생각한다. 인생의 목적이나 즐거움을 잃어버린 두 사람은 하루를 그저 연명해 나간다. 영혼을 잃은 채 눈동자의 초점을 잃은 채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이해해 나갈 때,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서로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직시한다. 상대의 아픔이 나의 아픔과 유사해 보이기에 더욱 연민을 느낀다. 주로 도움을 주는 쪽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사회 경험이 많은 동훈이다. 파견직 신분이라 다른 직원에게 무시받는 지안에게 관심을 보이며 말 걸어주고 밥도 사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심지어 지안을 괴롭히는 사채업자를 찾아가 현피를 뜨기도 한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나의 아저씨는 삶을 불행이라 생각하는 두 사람이 ‘삼안 E&C’라는 직장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을 추구해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진정한 어른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나이라는 무기, 그저 나무의 나이테 같이 동그라미가 몇 개 더 얹혀 있다고 일방적인 가르침을 주려는 소란스러운 어른. 나이를 앞세우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그의 행동을 옆에서 그저 바라보고만 있으면 닮아가고 싶은 담백한 어른. 나의 아저씨의 동훈은 후자에 가까웠다.


동훈은 이것저것 겉치레 허례허식으로 치장되어 겉만 화려하게 보이는 어른이 아닌, 알아갈수록 담백하고 외력보다 내력이 강한 사람이다. 말이 많지 않으나 필요할 땐 사람에게 위로를 전하는 말을 할 줄 안다. 주변 사람의 안전과 평안을 위해 자신의 희생도 거스름치 않는다. 그래서 주변 사람에게 전달되는 울림과 감동이 있다.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https://www.youtube.com/watch?v=vNxon4FUHLk

출처 유튜브 디글 클래식 채널 (명대사 구간 3:19 - 4:26)


드라마의 주옥같은 명대사를 보며, 속마음으로 ‘존나 멋있다’를 외쳤다. 나도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껍데기 한 겹 더 올리려고 노력하지 말자, 외력보다 내력을 더 튼튼하게 만들자.’


서른 중반에 선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마지막으로 이런 사유를 하게 되었다.

‘슈퍼카를 타고 손목에는 롤렉스를 감고 다니는 어른 보다, 컨버스를 신고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는 어른이 되자.’


권위의식에 취해 범접하기 조차 어려운 어른이 아닌, 편안함에 이르러 함께 섞여가며 대화하고 싶은 어른. 그런 어른 말이다.


고 이선균 배우가 그곳에서 평안에 이르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의 편안한 미소와 목소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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