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세라 KYOCERA TD 필름 카메라(1986)

Yashica T2, T2D / Carl Zeiss Tesssar T*

by HaNdNoTe
KYOCERA TD / YASHICA T2, T2D

카메라 점검을 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흥미로운 제품을 발견했다.

그래서 사장님의 양해를 구하고 외관만 살짝 살펴보았다. 이 카메라는 ‘KYOCERA TD’.

야시카(Yashica)가 교세라(Kyocera)에 흡수·합병된 후 출시된 T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이자, 교세라 브랜드로 발매된 첫 카메라다. 일본 내수용은 교세라 브랜드로 출시되었지만, 해외에서는 지명도가 높은 ‘야시카’ 이름을 유지했다. 특히, 내가 본 제품은 흔치 않은 실버 모델이다. 교세라 TD는 일반적으로 블랙 바디에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이라 무난하면서도 장난감 같은 느낌이 강한데, 실버 컬러는 디자인을 한층 돋보이게 하면서 중량감과 고급스러운 느낌도 적절히 부여하고 있어 마음에 든다.


Carl Zeiss Tessar 35mm f3.5T* / Auto Lens Barrier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Carl Zeiss Tessar T* 렌즈다.

Carl Zeiss Tessar 35mm F3.5, 3군 4매 구성의 T 코팅이 적용된 단초점 렌즈로, 뛰어난 광학 성능을 자랑한다. 브랜드명과 렌즈에 새겨진 빨간색 T* 로고는 전통과 품질을 보장하는 상징적인 각인이다. 다만, 이 카메라는 ‘Auto Lens Barrier’(자동 셔터 개폐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렌즈가 외부 먼지나 충격에서 보호되지만, 실제로 Carl Zeiss Tessar 렌즈를 볼 수 있는 순간은 셔터를 누를 때뿐이다.


KYOCERA TD

크기는 올림푸스 뮤 1(Olympus µ 1)보다 크고, 삼성 SF-250과 비슷한 수준이다. 무게는 약 320g으로, 뮤 1이나 SF-250보다 다소 묵직한 편. 카메라 상단에는 ‘KYOCERA TD’ 라는 제품명이 멋스럽게 새겨져 있으며, 전원 버튼, 플래시, 타이머, 셔터 버튼, 필름 카운터 등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플래시 버튼의 디자인과 구조는 버튼이 필요한 순간 제대로 눌리긴 하는 건지 약간 의문이다.

이름의 유래를 추측해보면, Tessar T*의 ‘T’와 Date의 ‘D’를 조합해 ‘KYOCERA TD’가 된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NO FLASH는 발광 금지, DAY LIGHT FLASH는 강제 발광 기능을 의미하는 듯.


뒷면 데이트 백

뒷면 디자인은 다소 밋밋한 편이다. 다만, 데이터 백 관련 액정과 버튼들이 자리하고 있어 완전히 허전하진 않다. (DATE 기능을 위한 버튼 전지는 CR2025 3V 사용) 그리고 뒷면에 새겨진 한자를 보니 확실히 오래된 제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뒷덮개의 컬러는 블랙인데, 예상보다 괜찮다. 플라스틱 재질 특유의 가벼움과 싼 티가 덜한 편인데, 아마도 카메라의 상태가 좋기 때문일 것이다.


짧게 살펴본 소감이지만, 역시 디자인은 균형감에서 승부가 나는 것 같다.

컬러감, 레터링, 버튼들의 디자인과 배치, 그리고 적절한 포인트까지…

단순히 큰 덩어리와 형태만 보면 삼성 SF-250과 크게 다르지 않은 디자인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잘 정돈된 요소들이 어색한 곳 없이 조화를 이루며, 어디 하나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 이게 바로 세련된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스타일 아닐까?

아, 물론 이 느낌은 ‘실버’ 모델에 한정된다.

같은 교세라 TD라도 블랙 바디는 그냥 그 시대의 평범한 필름 카메라 같은 느낌이다.


구글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AF 성능이 뛰어나진 않지만 실사용 가능한 수준이고, 포커스가 맞으면 렌즈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된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플래시 조작이 불편하고, 바디 크기가 컴팩트하지 않으며, 배터리도 값비싼 ‘2CR5 6V’ 를 사용한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출시 가격은 1986년 당시 52,700엔. 당시 일본 대졸 신입사원의 월급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내가 이 카메라를 실제로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매력적인 제품을 만났다는 느낌만큼은 확실하다.

훌륭한 렌즈, 잘 다듬어진 바디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매력적인 ‘실버 바디 카메라’를 처음 만난 게 바로 이 ‘KYOCERA TD’가 아닐까.


+ 찾아보니 한정판 그레이 바디 모델도 있는 듯.

++ 화이트 모델도 존재한다고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