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필름 카메라 SF-250
장롱 깊숙한 곳에서 꺼낸 카메라는 우리 집 마지막 필름 시대의 역사를 담고 있는 물건이다.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누가 봐도 고급 카메라는 아니지만, 아버지가 구입한 것이니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물건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어쩌면 나와 누나의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사진들 역시 이 카메라로 찍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 시절 사진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먼지를 털어내고 필름을 장착하니 어딘가 텅 빈듯한 카메라의 존재가 이제 막 엔진을 달아놓은 자동차처럼 혼이 실린 느낌이다. 셔터를 누르자 경박하지만 '찰칵' 소리와 함께 기계가 반응했고, 나는 며칠 동안 33장, 어쩌면 34장 정도를 촬영했다. 그러다 어느 날 배터리 덮개를 붙잡고 있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툭- 부러졌다.
이 카메라는 손에 딱 맞게 설계된 물건이 아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카메라는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 떨림이 사진에도 남았을 것이다. 멀쩡한 상태에도 이런데 덮개가 고정이 되지 않는 지금의 상태에서 남은 필름을 촬영하자니 영 불안했다. 손으로 대충 잡고 찍다가 전원이 끊기면 모터가 멈출 수도 있고, 필름이 손상될 가능성도 있다. 촬영 매수가 고작 3~4장 남았지만 어쨌든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방법을 찾아봤다. 집에 있는 테이프를 꺼내 덮개 주변을 붙여봤는데, 스프링의 저항이 강해서 몇 번 시도하다 떨어졌다. 다음으로 본드를 써볼까 싶어 서랍을 뒤졌지만, 나온 건 목재용 본드뿐이었다. 플라스틱 카메라에 그걸 쓴다고 생각하니 터무니없어 보였지만 시도는 해봤다. 물론 전혀 접착이 되지 않아 두 번만에 다시 플라스틱이 떨어졌다.
손을 멈추고 잠시 상황을 곱씹었다. 아버지가 쓰던 물건을 내가 이렇게 고군분투하며 다루고 있다니, 묘한 기분이다. 우선은 근처 다이소에 들러 강력 접착제나 순간접착제를 살 것이다. 어느 쪽이든 접착제를 발라보면, 잘 붙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시도해 볼 생각이다. 당장은 이걸 고쳐서 장착된 필름을 마무리하고 싶다. 아직 더 할 수 있어,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