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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맛, 낯설지만 매력적인 고사리 육개장

낯선 비주얼, 익숙해지는 맛의 여정

by HaNdNoTe

제주도에 첫발을 디딘 순간, 여행의 피로보다 현지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앞섰다. 제주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곧장 향한 곳은 제주시 삼도이동에 위치한 '우진 해장국'. 이미 많은 여행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한 이곳은 약 20분간의 기다림 끝에 가게 구석 조그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 회전율을 신경 쓰는 만큼 직원들은 분주했고, 약간은 무뚝뚝한 응대가 느껴졌지만 가게는 작고 손님은 많으니 그 바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메뉴판을 살펴보고 고민 없이 '고사리 육개장'을 선택했다. 가격은 10,000원.


고사리 육개장

음식이 테이블에 놓이는 순간, 예상과는 다른 비주얼에 살짝 당황했다. 으깬 듯한 고사리가 국물에 섞여 마치 죽처럼 보이는 모습은 육개장보다는 오히려 추어탕을 연상케 했다. 첫 숟가락을 떠 입에 넣자,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이 퍼져나갔다. 고사리 육개장은 말 그대로 해장국에 고사리가 더해진 느낌이었다. 참치죽과 비슷한 식감이 느껴졌고, 예상했던 고사리의 씁쓸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공깃밥은 좋은 쌀로 지은듯한 흰쌀밥이 나왔는데, 처음에는 밥과 해장국을 따로 먹다가 반쯤 먹었을 때 밥을 넣어 국밥처럼 말았다. 하지만 걸쭉한 국물 특성상 밥을 넣으니 오히려 맛이 탁해져, 원래의 맛을 잃었다. 밥과 국을 따로 먹거나 한 숟가락씩만 살짝 국에 적셔 먹는 쪽이 고사리 육개장의 맛을 더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인 거 같다.


식사하는 동안 주변 손님들의 표정도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은 예상 밖의 비주얼과 질감에 당황한 듯했고, 먹는 내내 감정 기복 없이 차분하게 식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바로 옆 테이블에 혼자 온 여성은 밥 두 공기를 야무지게 비웠다. 음식을 즐기는 자세와 계산된 듯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식을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사람을 보고 '먹잘알'이라고 하는 걸까? 한수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른 보통의 손님처럼 나 역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곧 이 독특한 음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고사리 육개장이 제주도의 전통적인 해장국이라는 점이다. 4월이면 제주 전역에서 자라는 고사리를 활용해 가족 행사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비록 내가 방문한 시기는 3월이었지만...


음식 자체는 분명 추천할 만하다. 모든 사람이 맛과 모양새에 만족하기는 힘들겠지만, 제주도를 방문한다면 이 독특한 고사리 육개장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밥과 해장국의 조화를 어떻게 즐길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이 음식의 매력을 더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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