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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NoTe Mar 04. 2022

다시 찾은 제주올레 18코스

제주올레길 18코스 : 제주원도심 - 조천 올레 (2020.04.18)

유작가는 5년 전, 제주올레 1코스로부터 시작해 올레길 전 코스를 완주했다고 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번 올레길은 좀 더 유연하게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18코스'부터 시작하겠다고 한다. 18코스의 시작점인 '간세라운지'에서 제주올레 패스포트를 구입한 후, 정방향으로(제주도를 시계방향을 돌게 될 것이다) 코스를 시작하면 된다는 것이다. 5년 전에는 그 시작점이 '산지천 마당'이었는데 바뀐 모양이다.

5년 전 산지천 마당의 스탬프 간세.

18코스의 시작점인 '관덕정분식'은 호텔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로 다소 여유롭게 시작점으로 이동한다.

간세라운지 x 관덕정분식

올레길 17코스의 종점이자 18코스 시작점인 '간세라운지 x 관덕정분식'은 젊은 취향의 퓨전 분식집으로 제주올레의 간세라운지와 콜라보 매장이라고 한다. 어떤 형태의 콜라보 매장 일지 궁금해하며 실내로 들어서니 커다란 백팩을 둘러맨 우리의 행색이 보통의 분식집 손님과는 달라서였을까? 분식집 직원과 손님들의 낯선 눈길을 받는다. 실내는 콜라보 매장이라곤 하지만 관덕정 분식의 셋방살이 마냥 가게의 구석에 간세라운지가 위치해 있었고 간세라운지에서는 제주올레의 안내나 제주올레 패스포트, 각종 올레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간세라운지에서 제주올레 패스포트와 각종 올레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최근의 제주올레 패스포트는 하나의 패스포트로 통합되어 있었는데 5년 전 2개의 패스포트로 구성되어 있던 것이 1개로 통합되었으니 불편함이 줄어들었다. 참고로 유작가는 새로운 패스포트를 구입했지만 나는 구입하지 않았다. 준비해 간 새것의 플래너가 있어 거기에 스탬프를 찍기로 했다. 패스포트가 아니면 완주인증을 받지 못하겠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스탬프 간세는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상단의 붉은 책자가 스탬프를 찍을 플래너다.

간세라운지 x 관덕정분식 앞에 위치한 스탬프 간세는 리디자인 되어 있었는데, 5년 전보다 좀 더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시작점과 스탬프 간세의 변화에 5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스탬프를 찍고 있자니 이제야 비로소 올레길을 시작하는구나 싶다.

리본을 따라 걷는다.

올레길을 걷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사진의 리본을 따라 걷는 것이다. 리본은 제주의 푸른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제주 감귤을 상징하는 주황색의 리본 두 가닥을 한데 묶어 매달아 놓았는데, 비교적 눈에 잘 띄는 곳에 매달려있고 리본만 잘 따라가면 길 잃어버릴 일은 없다. 올레 저너머의 풍경을 바라보거나, 깊은 생각에 잠겨 잠시 길을 잃어버렸다면 이전 리본을 찾아 다시 주변을 둘러보자. 반드시 리본이 있을 것이다.


2020.04.18 11:35분 18코스 제주 원도심 - 조천 올레 시작.


제주관덕정분식을 시작으로 제주성지의 향현사 - 귤림서원 - 장수당 - 오현단을 지나 오현교를 걷다 보면 저 멀리 동문시장의 모습이 보인다.

전날 동문에서 먹었던 길거리 음식들이 떠오른다.

오현교를 지나 짧고 좁은 벽화거리를 통과하면 만나는 동문시장.

동문시장은 서문시장, 민속오일장과 함께 제주시를 대표하는 3대 전통재래시장 중 하나로,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장으로 꼽힌다.

시끌벅적했던 어제와는 다르게 차분함이 느껴지는 동문재래시장.

동문시장 - 동문로터리 - 산지천 - 김만덕기념관(객주터) - 제주물사랑홍보관을 지나...

제주 원도심에서 사라봉을 향해 나아간다.

5년 전의 초자와줭 고맙수다, 이번엔 고양이도 함께... 2015년(좌) 2020년(우)
제주 골목 곳곳을 살펴보며...

거상 '김만덕'의 얼이 살아 숨 쉰다는 건입동 지나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어느덧 사라봉 입구가 나온다. 3km 지점 13:05분.

사라봉 입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사라봉 일제 동굴진지가 나온다.

사라봉 일제 동굴진지. 2015년(좌) 2020년(우)

사라봉은 146.5m로 높은 봉은 아니지만 중간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사라봉 정상(망양정)에서 바라본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 2015년(좌) 2020년(우)

글을 작성하면서 이번에 촬영된 사진과 5년전 사진들을 살펴보니 같은 풍경을 5년 후에도 비슷한 구도로 찍은 것을 알게 되었다. 풍경을 바라보는 눈, 사진을 찍는 방식은 5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사라봉 정상 팔각정에서 약간의 휴식  주변에 배치된 각종 운동기구에 몸을 비비적거리다 사라봉을 내려와 별도봉 산책길로 들어선다.

제주항 제9부두. 2015년(좌) 2020년(우)
산책길은 5년 전 고무에서 야자 매트로 바뀌었다.

별도봉 산책길은 5년 전 고무 매트에서 야자 매트로 바뀌었고 토요일이라 그런지 산책하는 사람도 제법 눈에 띈다. 별도봉을 내려와 화북천 원도교를 건너 좁은 도로를 따라가면 4·3 유적지 곤을동이 나온다.

제주 4·3 당시 초토화되어 터만 남아 있는 곤을동.

곤을동은 '항상 물이 고요 있는 땅'이라는 뜻으로 국방경비대에 의해 불타 없어지기 전까지 충렬왕 26년 별도현에 속한 기록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라고 한다. 곤을동 마을 터를 지나 해안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화북포구, 별도포구 그리고 별도연대가 나온다.

화북포구 14:50분 도착. 바닷바람이 강해 별도연대에서 겉옷을 갈아입었다.

별도연대 설명글을 읽어보니 도통 뭔 말인지 쉽게 와닿지 않지만 대략 적의 침입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했고, 고증을 거쳐 2001년에 복원하였다고 한다. 연대를 지나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턴 여유롭게 소소한 사진도 찍어가며 걷다 보니 어느덧 도착한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가 아름답다는 삼양해수욕장, 삼양검은모래해변. 2015년(좌) 2020년(우)
삼양해수욕장에서 중간 스탬프를 찍는다. 스탬프 간세 주변에도 변화가 보인다. 2015년(좌) 2020년(우)

16:00분. 삼양해수욕장에서 중간 스탬프를 찍는다. 걸린 시간은 4시간 25분. 10.5km 부근으로 꽤 여유 있게 걸었다.

일광욕중이다옹~

해수욕장에는 저멀리 여유롭게 파도를 타고 있는 서퍼들이 보였고, 햇볕이 따뜻한 산책로 위엔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도 눈에 띄었다. 검은모래가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라고 하니 괜스레 모래의 색깔도 확인해보며 천천히 해변가를 벗어나 마을로 들어선다.


5년 전엔 원당사 절로 갔었는데 코스가 바뀌었는지 절로 가지 않고 시골길을 걷는다.

청보리와 동네 고양이를 구경하면서 마을을 조금씩 벗어나면 신촌 가는 옛길이 나온다.

신촌 가는 옛길 간세의 위치가 바뀐듯하다. 2015년(좌) 2020년(우)

16:55분. 13km 지점 플레이트를 전봇대에서 확인하고...

청보리와 리본을 따라 걷다 보니 도착한 닭모루(닭머르)

청보리와 리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닭모루(닭머르)에 도착한다.

닭모루(닭머르)는 닭의 머리처럼 독특하게 생긴 바위에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설명을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 5년 전 사진을 살펴보면 간세 주변으로 각종 해양, 생활 쓰레기가 많아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더 이상 쓰레기는 보이지 않는다.

닭모루(닭머르) 간세. 5년 전 사진에는 쓰레기가 많다. 2015년(좌) 2020년(우)
닭모루 근처 정자. 올라가서 바다도 보고 사진도 찍어본다.

닭모루를 지나 신촌 포구 쪽으로 가다 보면 신촌 선착장 가는 길에 다리(구름다리)가 하나 있다. 지도 앱에선 올레길이라고 되어있지만 리본을 따라간 유작가와 나는 다리를 건너지 않았다. 5년 전 다리를 건넜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사진은 있지만 1장뿐이라 확신은 서지 않는다. 신촌 선착장을 지나 해안 길로 걷다 보면 조천 마을과 신천마을의 경계에 위치한 대섬이 나오는데 제주올레의 설명에 따르면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형이라고 한다.

돌탑과 지는 해.

정성껏 쌓아 올려진 돌탑과 새, 그리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어느덧 17km 지점까지 이동했다. 시각은 18:27분. 대략 30~40분 정도 걷는다면 종점인 '조천만세동산'에 도착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며 걷다 보니 연북정을 지나 조천항에 도착했다. 연북정은 사실 모르고 그냥 지나친 수준이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찍어둔 사진도 없어 아쉽다.


한적한 조천항을 지난 이후에는 작은 연대 하나 외에 별다른 지점은 없다. 약간의 언덕을 올라 조천 만세동산과 마을 사이의 길을 따라가면 조천만세동산 입구가 나오고 조금 더 지나 조천 운동장 주차장이 나오는데 이 부근이 18코스의 종점이라 할 수 있다.

19:08분 종점 도착. 스탬프를 찍는다.

스탬프를 찍고 근처 '카페힐섬2020'이라는 족은 안내소가 눈에 띄어 들어갔다.

족은 안내소 카페힐섬 2020. 오곡 라테를 마시며 숙소 검색.

족은 안내소란 다음과 같다...

작지만 필요한 건 다 있다.
제주올레 공식 안내소가 없는 올레길에는 마을 분들이 가게 한 켠을 무상으로 내주어 안내 공간으로 쓰도록 배려한 족은(작은) 안내소.
마을 한가운데 있는 만큼 지역 밀착형 정보와 각종 행사 소식을 듣고, 제주올레 길에 관한 자료도 받을 수 있다.

제주올레


우리는 족은 안내소에서 오곡 라테를 마시며 휴식도 취할 겸 숙소 검색을 했다. 조천체육관에서 201번 버스를 타고 함덕으로 이동하면 조천읍 함덕에 위치한 '서우봉비치호텔'이 있는데 그곳에 짐을 풀기로 결정,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20:00분 호텔로 도착.

금일 올레길을 마무리한다.


첫날의 설렘은 근육통과 함께

총 길이 : 19.7km

소요시간 : 11:35 ~ 19:08 7시간 33분 소요 (공식 6-7시간)

난이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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