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갓즈 포켓> 리뷰
2016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사람들의 많은 관심 속에 종영했다. 어남류니 어남택이니 하는 골치 아픈 논쟁이나 감성팔이냐 추억 회상이냐 하는 일들을 제쳐 두고 사람들에게 남은 건 88년도 쌍문동 골목이었다. 그리고 여기 자기 나름의 사연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부대껴 살던 쌍문동처럼 작은 동네가 하나 있다. ‘갓즈 포켓’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미국의 한 동네, 영화 <갓즈 포켓>이 담장 너머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컨테이너 박스의 고기를 훔치며 살아가는 미키 스카파토(故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분)와 아서 카페지오(존 터투로 분)는 미국 어딘가에 위치한 작은 동네 ‘갓즈 포켓’에 정착한 이방인이다. 갓즈 포켓 출신의 지니(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분)와 결혼한 미키. 어느 날, 양아들 리온(케일럽 랜드리 존스 분)이 공사장에서 일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최고급 장례식을 원하는 지니 때문에 미키는 돈을 모으려 하지만 자신의 실수로 모든 돈을 잃고 만다. 장의사 잭(에디 마산 분)은 냉정하게 리온의 시체를 내버리고 미키는 곤란에 빠지게 된다. 한편, 아들의 죽음이 사고가 아닐 거라 굳게 믿고 있는 지니는 자신을 취재하러 온 지역 신문 칼럼니스트 리처드 쉘번(리차드 젠킨스 분)과 바람을 피우고, 그 사이 리온의 장례식 날짜가 점점 다가온다.
배우 존 슬래터리의 감독 첫 데뷔작인 영화 <갓즈 포켓>. 이름이 다소 생소하다면 마블 영화를 떠올리자. 바로 그 유명한 아이언맨의 아버지로 나오는 그 사람, 최근 <앤트맨>(2015)에서도 다시금 하워드 스타크로 출연한 바로 그 배우가 이제 감독으로 우리 곁에 찾아왔다. 그리고 그런 그의 데뷔작에 함께 호흡을 맞춘 건 재작년 우리 곁을 떠난 故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으로 영화는 그의 유작인 셈. <갓즈 포켓>은 이렇게 개봉 전부터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어쩌면 영화는 스스로 이런 거창한 수식어들을 싫어할지 모르겠다.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그다지 화려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의 주머니처럼 보이지 않는 울타리 속에서 저희들만의 작은 우주를 형성하는 ‘갓즈 포켓’은 사람들의 관심은 필요 없다는 듯이 자기의 시간을 따라 흘러간다. 계급 사회 최하층민들 모여든 가난한 동네 ‘갓즈 포켓’에는 우리 사회 바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삶의 무게에 찌들어 행복한 미소라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은 그저 동네 술집에 모여 가십거리를 나누는 데 집중하고 좁은 동네는 울타리도 소용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이런 단조로운 사람들의 삶 속에서 던져진 리온이라는 한 소년의 난데없는 죽음은 오히려 그들에게 활력소가 되었고 지역 신문을 장식하는 아이의 죽음과 아이에 대해 떠드는 사람들의 실없는 이야기들은 그들의 삶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미국 사회가 가진 이중적인 모습을 지적한다. 선진국, 아메리칸드림, 할리우드, 그리고 화려한 월 스트리트로 포장된 미국 사회 이면에는 이렇게 주류에서 소외되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가 잡는 술집 안의 풍경은 영화가 보여주는 갓즈 포켓의 면면을 낱낱이 보여준다. 가장 구석에 앉은 사람까지 화면에 비추는 미장센 구성을 통해 영화는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관심 밖에 놓인 ‘갓즈 포켓’이지만 그들은 살아 숨 쉬고 있고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미국의 성공 신화는 이렇게 가난한 이들을 외면한 채 자신만의 바벨탑을 쌓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 밖 그림자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결국 한 장소에 모여들고 그 장소는 ‘갓즈 포켓’이 되어 폐쇄성 짙은 사회로 거듭났다. 이 작은 동네는 이제 지나치게 이방인을 경계하며 비인간적인 행동조차 용인하는 기이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미키를 위로하며 그를 걱정하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이방인인 그의 가족사에 대해 남모를 말을 주고받는 사람들은 되려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이탈 역시 금지하며 낮은 자들의 감옥이 된 ‘갓즈 포켓’. 영화 <갓즈 포켓> 속 삶의 피로에 찌든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건 우리 사회 역시 우리만의 ‘갓즈 포켓’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