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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Feb 08. 2021

 ‘사돈의 팔촌’이고 싶은 ‘사촌’ 사이

영화 <사돈의 팔촌> 리뷰

물의 기억은 아주 태초로부터 시작된다. 어머니의 자궁 속을 부유하던 그때 몸에 각인된 촉감은 양수 밖으로 나와 폐로 호흡을 하게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탄생의 순간 느꼈던 촉감은  사랑이었고 이로서 물은 사랑의 감정과 연결된다. 그런 시구도 있지 않는가?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수많은 시인들이 물을 사랑에 비유한 것을 보면  모든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영화 <사돈의 팔촌>  어린 남녀 역시 물을 매개로 언제 젖어들었는지 모를 위험한 감정에 빠져든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다. 옷이 더러워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껏 물장난을 치던 그런 시기. 아리(배소은 ) 태익(장인섭 ) 역시 시작은 장난에 불과했다. 그러나 잠깐 스친 눈빛과 살결 사이에 설익은 감정이 피어났고 아직  감정에 이름조차 붙이지 못하던 시절  사람은 그렇게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금단의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12 , 제대를 앞둔 병장과 유학을 앞둔 학생 신분으로 재회한 아리와 태익. 오랜만에 만난  사람은 잊은  알았던 과거로부터 다시금 피어나는  감정의 기억에 휘말리게 된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가진 마력은 꺼두었던 기억의 스위치를 눌러 그때의 향기와 모습,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대게  거기까지 이쯤에서 그치기 마련인데 장현상 감독은 <사돈의 팔촌> 통해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깨달을 시기보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미묘하고 간지러운 감정의 정체조차 알지 못한  시기에 느꼈던 향수를 이끌어 냈다.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아리와 태익이 장난스레 맞잡은  팔과 싸우면서 스치는 , 그리고  못 할 감정을 담아내는  사람의 눈빛을 클로즈업한 화면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감정은 아마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있는 . 화장실에서 시작한 장난은 급기야 옥상을 물바다로 만들고 물을 매개로  사람은   없는 감정에 휩싸이고 만다. 특히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바라보고 행동하는  사람의 모습은  감정이 갖고 있는 순수함을 보여 주는데.  

흐르는 시간 속에서 감정은 변질되기 마련. 오롯이  사람만 존재했던 과거와 달리 성인이   사람은 현실에 묶여 있었고 외면하고픈 일들로부터  사람이 도피처로 삼은 것이 바로 서로를 향한 첫사랑의 기억이었다. 결국 쏟아지듯 비가 내리는  다시 한번 물을 매개로 넘지 말아야  선을 넘게 태익과 아리. 그리고  사람을 지켜보는 관객이 더해졌을  <사돈의 팔촌> 비로소 완결성을 갖는다.
 
여기서 관객의 시선을 결정하는  카메라의 역할. <사돈의 팔촌> 사용된 카메라의 시선은 영화가 지닌 관음적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꿈틀거리는 욕망이 담긴  사람의 눈빛과 몸짓, 미처 다가가지 못하는 망설임과 갇혀 있던 틀을 깨고 나갈 때의 쾌감을 가장 가까이에서 잡은 화면은 노골적인 행위 없이도 마치 포르노를 보는 듯한 외설적인 느낌마저 자아내고 영화는 보는 관객은 어느새  사람의 감정과 동일시하게 된다. 더불어. 수도꼭지에서 콸콸 쏟아지던 물은 어느새  사람이 함께 찾아간 바다가 되어 태익과 아리를 잠식했고  사람은 세상이 그은  밖으로 도약한다.


그러나 영화는 결코  사람이 사촌 관계라는 점에서 이상한 느낌을 자아내지 않는다. 오히려 ‘사촌이라는 제약에서 오는 비틀림은 잊히고 관객은 오로지  사람이 보여주는 애틋함에 집중하게 되는데. 영화가 주는 비현실성은 사실 관계가 아닌 사랑  자체에서 온다.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깨닫고  깊이를 더하는 수단으로 배치된 주변 인물과 환경이 마치 디즈니 영화  사랑처럼  사람의 사랑을 하나의 판타지로 탄생시킨 . 그래서일까 영화는 야릇한 분위기와 동시에 꿈결 같은 순간들을 그리며  간극에서 오는 기이함으로 눈을   없게 만들었다.
 
흔들리는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흔들리고 여전히 닿을  말듯한  사람의 거리에 안달이 나게 만드는 영화 <사돈의 팔촌>. 영화는 ‘사돈의 팔촌이고 싶은 ‘사촌사이가 달려가는  길의 끝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과연 행복이었을지 판단하는 일을 우리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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