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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퍼실리테이터 Jan 03. 2022

나를 위해 보여지는 글을 쓰세요

나를 위한 글쓰기



눈물의 낭독은 드문 일이 아니다.

상처든 회환이든 고통이든 한 존재에게 사무치는 일을 글로 증언할 때 종종 목격한다.  

그리고 '울먹체'로 쓰인 글은 대체로 완성도가 높다.

거짓 없고 성숙하다.

'그 사건'을 복기하고 뒤집어 보고 바로 보고 따져 보고 헤아리느라

오래 뒤척인 몸이 빚어낸 글의 위력일 것이다.

좋은 글은 자기 몸을 뚫고 나오고 남의 몸에 스민다.


- <쓰기의 말들> 중 -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 문제를 정리하고 돌파하고 싶다"며 글쓰기 수업에 참가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 역시 사별 후 감정적 혼란스러움을 정리하고 나아지고 싶다는 절실함으로 애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다.



나만 보는 글과 보여주는 글은 다르다. 혼자 보는 '애도 일기'가 아닌 공개적으로 '에세이'를 쓰고자 마음먹자 나는 더 자주 과거를 곱씹게 되었다. 일기는 의식의 흐름대로 지껄여도 그만이다. 나만 보는 글은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다. 작가가 곧 독자니깐. 하지만 남에게 보이는 글은 한번 더 생각하고 내뱉게 된다.  가장 적확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나는 계속 과거로 돌아갔다. 나를 둘러싼 순간을 다각도로 훑어보고 투과하려 했다.  




아프고 슬픈 순간을 복기하는 작업은 결코 반갑지 않다. 사실 난 멋모르고 덤벼들었다. 아들을 향한 엄마의 편지와 오빠의 유서를 볼 때마다 울었다. 쉽게 무뎌지지 않는 슬픔이었다. 지나고 나서야 참 많이도 울었다는 걸, 일상적으로 우울해지는 등 감정 소모가 컸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쓰기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독백에서 끝내지 않고 타자에게 고백하기 위한 과정 속에 조금이나마 내적 정리가 될 거라 믿었다.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과거를 복기하고 글로 쓰며 삶에 던져진 내 모습을 깨닫고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100% 충분하지 않다. 유가족 모임이나 상담 등 타자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 부분도 크다. 혼자만의 글쓰기로 알게 되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어느 문제에 봉착해있거나 혼란스럽다면 일단 쓰기를 권한다. 백지에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 중에 일어나는 일차적 내적 정리의 힘을 경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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