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연한 사람

그를 잃고 깨달은 것

by 성장썰


얼마 전 자살 유가족 인터뷰에서 인터뷰어가 나에게 물었다.

“오빠와의 관계는 어땠나요.”

나는 이렇게 답했다.

“특별하지 않았어요.

특별히 애틋하지도, 그렇다고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 한국말로 흔히 말하는 남매 사이요. 다정한 말이나 행동은 어색하지만 쉽게 장난치고, 가끔은 티격태격하는 그런 관계요.”

그래서 오빠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인식해 본 적은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곁에 있던, 너무나 당연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엄마를 제외하고는, 누군가 없어져도 나는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없다면 무너지겠지만, 그 외의 존재들은 내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오만이었다.

오빠가 사라지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인식하지 못했을 뿐, 오빠는 내 삶에 아주 깊게 스며든 사람이었다는 것을.

오빠가 사라진 뒤, 삶은 대지진 이후의 혼돈처럼 무너졌다.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존재의 무게가 여실히 다가왔다.

오빠의 부재를 통해 깨달았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 중에는, 잃기 전까지는 결코 알 수 없는 소중함이 얼마나 많은지를.

아무리 상상해본들, 실제로 닥쳐오는 감각과 시간의 무게는 상상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일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섣부르게 ‘알 것 같다’는 말은 아끼려 한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느끼는 것이 진실의 전부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오빠를 잃은 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얻었다.

녹록지 않은 시간을 지나오며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고군분투한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또다시 나를 덮치더라도, 힘겹더라도 결국은 살아내고 말 것이라는 믿음.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그 고통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다.

세상은 결코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또 다른 아픔이 나를 덮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른의 행복이 조용하다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 또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라난다.

무탈한 일상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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