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e ur mind Oct 05. 2023

독서모임 06. <작별인사> - 김영하

아미치 북클럽 <지금 여기, 내 마음>


북클럽지기의 책소개글)

<작별인사>는 김영하 작가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만에 내놓은 장편소설로, 미래의 어느 시간 메마른 세상에서 연구원인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온 한 소년이 진실을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빠르게 잘 읽히는 이야기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인간의 기억과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져주는 작품을 발표했던 작가의 생각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인간으로 진실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긴 여운을 주는 소설입니다.



<김영하 작가의 말, 말, 말>


문학이란 자기만의 답을 찾기 위해 보는 것이지, 작가가 숨겨놓은 주제를 찾는 보물찾기가 아닙니다.

- <알쓸신잡> 중에서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여행의 이유> 중에서


사람은 누구나 내가 경험해 온 수준 안에서만 감정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테마와 상황이 무궁무진한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것 이상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감정 스펙트럼은 넓어집니다.

- <알쓸신잡> 중에서




<평점>

별점 4.5 : 2명

별점 4: 3명

별점 3.5: 1명

별점 2: 1명


<소감>

- 신선한 소재의 이야기,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는 소설이었는데 결말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 처음 읽는 김영하 작가의 책이었다. TV에 나오는 작가님을 보고 궁금했었는데, 소설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이런 주제로 쓸 수 있는 모든 소재를 다 끌어다 쓴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가 너무 급작스러웠고, 초,중고등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작품인 것 같다.


- 사람은 평생 죽음을 함께 하는 존재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삶에 대한 질문을, 주인공 철이를 통해 던져주었다.


-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작가. 언제나 군더더기가 없는 문장을 쓰는 작가인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이렇게 쉽게 쓰인 것은 작가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느껴졌다.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이 시대에 작가로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한 것으로 느껴졌다. TV나 매체를 통해 알려진 김영하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접근하는 독자들을 위한 소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쉽고 편하게 잘 읽혔다. 책을 읽고나서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아이나 남편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지만, 사실 SF영화들을 떠올려보면 참신한 소재는 아니었다고 생각이 든다. 분명히 다른 영화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많이 접했던 소재인데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많이 던져주었다.


- 읽다가 머무르게 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아이들이 읽어보고 숙고해볼 만한 주제를 많이 던져준 것 같다. 그래서 잘 읽히게, 쉽게 쓰여진 것이 오히려 좋았다.


- 제목에서 상상할 수 없는 내용이어서 반전의 느낌이 좋았고 건조하고 냉담한 문체를 읽으면서 영화 A.I.가 생각났다. 한때 가톨릭 신자로 살다 현재는 무교로 살아가고 있다는 작가의 고민이 이 책에 녹아들어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의 장점이란 죽음과 한계가 있는 것이기에 그 사람의 불완전함으로 인한 절박함이 작품을 만들고 우리는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의 장점은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지만 행복을 경험하고 느끼기 위해서는 영생을 포기하는 결말이라고 여겨졌다.



- 휴머노이드라는 존재는 인간이 만들고 창조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보다 가치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에 반해 인간은 누군가 만들어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존엄한 것이 아닐까.


- 질문 속의 '가치있는 존재'라는 기준에 대해 먼저 고민을 했다. '가치'의 객관적 지표, 기준은 사람마다 시대마다, 관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짜피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완벽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 휴머노이드의 감정과 생각, 행동에 대한 모든 선택은 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이 된 것이며 그것을 입력하는 것도 사람이다. 휴머노이드란 어짜피 인간이 많이 반복하는 패턴만으로 반응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인간과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 휴머노이드를 인간으로 인정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시대와 역사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윤리적인 판단은 개인마다 다르게 적용될 것이다. 인간은 사실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휴머노이드의 가치를 생각할 때 개개인에 따라 다른, 나에게 이로운가 아닌가를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의 끝에 내가 원하는 관계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들에 대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  디트로이트;비컴 휴먼)


- 사람이 로봇을 만들면서 기능만 넣으면 될텐데 감정을 넣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의 이기적이고 악한 마음이 창조주가 되고 싶은 욕심을 만들어 그런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 인류의 삶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이 흘러도 유지되는 일반적인 '가치', 또는 '선함'은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이 가진 악함보다는 희생과 공감을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가 가진 선함이 가능하다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과연 선한 휴머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는게 가능하다면, 내곁에 두고싶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인간답다’ 의 사전적 정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덕목 자질 가치

사람이기 때문에 삶에서 의미를 찾고 성장한다. 우리는 실수나 헛점이 많은 사람을 인간적이다라고 하는데,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에 의미를 두는 말일 것 같다. 휴머노이드인 철이는 물리적인 조건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인간다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태어난 존재는 모두 이유가 있는 것이고, 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휴머노이드이든 인간이든)  누구나 그 가치를 찾아가는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 사람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기도 하고, 가치나 선함의 기준은 시간에 따라 다른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성장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양심'이라고 믿는다. 비양심적인 사람도 많고 양심적이지 않다고 해서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나니 양심의 기준을 생각하고 지키며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 인간이 프로그래밍 한 것일지라도, 감정이 있어서 슬픔과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연민이 생긴다. 그들의 고통과 아픔도 인간이 가져야 할 책임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휴머노이드의 가치가 인간보다 낮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 정신만 남아 떠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은 싫다. 이 생이 유한하고 끝이 있기 때문에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노화되며 시들고 희미해지는 생각들도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정신이 완벽하고 좋은 것일지라도 남기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 오감없이 정신만 남아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각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정신만 살아남는 파일이 되고 싶지 않다


- 아직 내가 모르는 우주의 신비같은 것을 알 수 있다면. 그런 가정 하에 나의 일부는 네트워크로 업로드할 의향이 있다. 언젠가 미래 시대에 지금의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나 지식을 알수있다면 네트워크에 나의 정신을 올려두고 싶다,


- 치매환자는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남들은 나를 기억하는 존재이고,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은 정신은 그대로인데 육체가 무너지는 존재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정신이 남은 존재를 선택하고 싶다. 내가 기억하는 것, 나의 정신이 중요하다.


- 지금 생각으로서는 정신만 남기는 것을 절대로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어릴 적에는 하고 싶은 것도, 원하는 것도 많았지만 지금은 삶의 힘겨움을 많이 알기에 굳이 정신을 남긴다거나,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오래 살지 않았고, 80대가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를 것 같다. 죽는 순간, 내가 잘 살아왔다고 느낀다면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하고 정신만이라도 남겨두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 정신만 남아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육체적인 삶은 행복은 짧고 유한하지만, 그럼에도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내가 나라고 느끼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생각했던 것 같다.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이곳, 이 세상에 왜 왔는지 생각하고 답을 찾고 싶다. 정신적으로라도 남고싶다는 마음도 일종의 집착일지도 모르는데, 그런 마음도 내려놓는 마지막 순간이기를 소망한다.


- 나이가 들수록 사유가 깊어지고 현명해진다고 하지만, 사실 어떤 면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분별력이 떨어지고 합리적인 판단을 잘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든 나의 영혼, 노화된 나의 정신과 영혼으로 영생을 원하고 선택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선택한 문장들>


p83

"자기가 누구인지 잘못 알고 있다가 그 착각이 깨지는 것, 그게 성장이라고 하던데?"


p85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인간은 속아넘어가는 것은 싫어하지만 마법에는 너그러워. 아니, 아주 즐거워하기까지 하잖아.


p100

“우주는 생명을 만들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하는 거야. 그걸 믿어야 해. 그래야 다음 생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거야.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p275-276

나의 의식이 인공지능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고, 내가 원하기만 하면 영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나는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여기고 있을 때 즐기던 것들에 흥미를 잃어갔다. 더 이상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것들은 모두 필멸하는 인간들을 위한 송가였다.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단 것이다. 이야기는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수백 배, 수천 배로 증폭시켜주는 놀라운 장치로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상상 속에서 살아보게 해주었다. 그러니 필멸하지 않을 나로서는 점점 흥미가 떨어졌던 것이다.


p283

나는 선이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다운 것이 아닌가. 선이가 충분히 인간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충분히 인간이란 말인가.


p295

내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를 더이상 묻지 않아도 되는 삶, 자아라는 것이 사라진 삶, 그것이 지금 맞이하려는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삶과 죽음, 인간의 의식과 양심, 이 생에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책임의식이나 윤리, 가치...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은 매우 진지하고 무겁고 뜨거웠다. 청소년 소설처럼 잘 읽히는 이야기이지만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나누는 시간을 함께 공유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의도한, 이 책이 가진 힘이었는지, 독서모임의 긍정적 효과인지, 그 모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참고: 함께 읽으면 좋을 SF소설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