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많이 아파서 걷기가 힘들고 밤새 잠을 못잘 정도였는데,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고관절 부분에 염증이 생겼다고 한다. 바닷가에서 걸어도 너무 걸었나보다.
하지만 한편으론, 예전에는 여행가서 하루 이만보, 삼만보를 걸어도 거뜬하던 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마음이 속상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근력을 키워야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운동을 조금 더 열심히 하자는 결심을 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이번 여행이 너무 좋았으니까.
아프니까 더 조심하고 덜 걸으며 살아야하나...라는 생각을 하고싶지 않았다. 계속 걷고, 많이 다니려면 튼튼해지자. 라는 마음이 선명하게 생겼다.
어쩌다보니 바다를 보고, 바닷가를 걷고,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신... 소소한 사건사고 하나 없는 고요하고 무미건조한 여행이었는데, 열세개의 이야기를 적게 되었다. 여행의 기록이라기보다, 낯선 곳에 던져진 내가 혼자 떠올렸다 지웠다 하는 마음속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적어보고 싶었다.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동안 끝없이 넘쳐흐르는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내 마음에 흘러다니는 생각들을 기억하고, 그런 생각들을 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어릴적 생각을 하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떠올려보기도 했고,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인지 정리를 해보기도 했다. 보고싶은 사람들을 생각했고, 나를 힘들게 하는 관계들을 마음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혼자여서 어색하고 난처한 순간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혼자인 게 좋아서, 편안하고 심적인 안정감이 커다랗게 느껴졌다.
혼자있는 시간이 좋았다고 해서 더 고립되고 안으로 파고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람들을 대하는 마음에는 더 여유가 생겼고, 편한 느낌이었다. 비워낼 것은 비워내고 정리할 것은 잘 정리한 기분이랄까.
다음 여행은 언제, 어디로 가지? 잠시 생각했다가 다시 마음 속에 접어두었다. 아직은 퀴년에서 지낸 시간의 여운이 남아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는 혼자서 어느 곳을 간다고 해도 불안한 마음보다는 기대와 설레임이 훨씬 더 커다랗게 생길 것 같다.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커다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