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중에서.
1. 나는 단순하고, 쉬운 사람이다.
작은 일에 감동하고 사소한 일들로 행복해한다. 도닥여주는 손길에 마음이 녹아내리고, 칭찬의 말 한마디를 오래 기억해둔다. 책과 커피, 좋은 음악이면 나를 위한 완벽한 환경을 누릴 수 있고, 소리내어 웃었던 어느날 어느순간의 나를 잊지 않고 살아간다. 누군가가 내 앞에서 울면 따라서 울고, 화가 나도 눈물이 난다. 하지만 슬픈마음도, 오해도 원망도 쉽게 가라앉힐 수 있다.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열개쯤 쉬지않고 말할 수 있다.
2. 나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람이다.
어떤 말이 마음에 걸리면 오래도록 생각한다. 관계에서 나의 존재에 많은 의미부여를 한다. 지나간 일에 신경쓰느라 잠못드는 밤이 많고, 내가 원하는 것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할 때가 있다. 많이 망설이고 머뭇거린다. 흐트러지는 마음이나 감정의 기복이 드러날까봐 신경쓰고 염려한다. 좋아하는 것만큼 이유없이 싫은 것도 너무 많다. 유치하고 속좁은, 마음 한켠의 어두운 그늘이. 꽤 있다.
단순하지만 복잡하고
쉽지만 어려운 내가
어쩔땐 좋다가 어쩔땐 마음에 들지 않는데.
사실 그 무엇보다 염려되는 건
이것 말고도 내가 모르는 나 자신의 모습이 또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나와 함께 오래 살아도, 나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내 모습들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사람이 한가지로 정의되지 않는 것이겠지만,
나자신을 다 안다는 것도 어려운데, 내 앞의 타인을 알고 이해한다는건 도대체 어떤 일인걸까.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 켜켜이 들어 있는 여러겹의 모습이 궁금해서 들여다보고 싶어지는일.
그런 쉽지않은 일을 우리는 해내며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맺고,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을 하는 일 같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