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이 되어 대학의 존재를 곱씹어 보면 지금 이곳에 서 있기 위해 그동안의 학창 시절의 열정을 쏟은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러면 억울한 마음이 들거나 값진 기억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 오기 전 학업에 쫓기어 나를 돌아보지 못했다. 사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진정 알지 못했다. 원서 접수 기간이 나에게 과를 선택하길 종용했고. 사회는 대학에 가지 않으면 무시당할 것처럼 위협했으며, 우리의 꿈은 대학에 와야 이룰 수 있다고 손짓했다. 그래서 대학에 왔다.
대학에 왔어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실타래는 많았다.
난 여전히 나를 몰랐고
난 여전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고
난 여전히 내가 어디에 서 있는 것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은 시간을 주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실패하고 스스로 나아가라고. 그래서 동아리에 들었고 그래서 과대가 되었고, 도서관에서 관심 있는 책을 빌려 읽으며 공부했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만나며 그렇게 나를 다져나갔다.
자유를 방종하여 그 책임으로 학고를 맞기도 하고, 더 잘하기 위해 수업 반장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모자란 놈인지 더 잘할 수 있는 놈인지를 확인했다. 대학생이기에 가능했다. 사회도 그걸 수긍해 줬으니까.
반복되는 학기와 방학이 익숙해지고, 추억이 될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던 차에 졸업을 맞이했다. 대학이라는 성벽 안에서 만났던 동네 사람들과 헤어져 성벽 밖 진짜 세상에 들어왔다.
진짜 사회에선 내가 실패했다고 헤어졌다고 위로해 주지 않는다.
사회는 나의 과정을 무시한 채 회사에 걸맞은 결과를 요구한다.
동료라고 말하기엔 나를 시기하는 경쟁자가 생각보다 많아 보이며
나를 끌어주는 선배 대신 성과를 가로채는 상사를 만나기도 한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반납하고 주말에 못다한 잠을 보상받는다.
전처럼 친구도 맘 편히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없다.
그래도 아쉬워해서는 안 된다. 대학생보다는 더 큰 진짜 어른이 되었으니까. 세상을 더 가깝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것 또한 내 인생의 한 단계니까. 진짜 세상을 내 힘으로 딛고 서서 온전히 살아내려면 어른이 되어야 하니까.
그 마음으로 우리는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