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싶은 마음

by 선경

어릴 때는 나가 놀지 못하게 만드는 비가 싫었다. 하지만 요즘은 집에서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거나 그 풍경을 보는 게 정겹다. 고요한 하늘에서 왠지 삶의 중간중간 쉼표를 찍으라고 말하는 거 같다. 지금은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보거나 비 내리는 정취를 음미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물론 계기가 있었다.


부산에서 강사 일을 시작하고 2년 정도는 삶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았다. 평일에는 수업을 하거나 수업 준비를 하고, 주말에는 못 잔 잠을 몰아 자고 쉰 후에 월요일 수업을 위해 다시 수업 준비를 했다. 퇴근 시간 이후에는 더 이상 일 하지 않는 직업을 신기해할 정도로 무식하게 일만 했다.


그러다 내 정신이 내 삶과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었고, 예전에 들었던 한 일화가 떠올랐다. 미국의 한 인디언 부족은 말을 타고 먼 길을 떠날 때면, 영혼이 몸을 따라올 수 있도록 중간중간 쉬었다 간다는 이야기였다. 그땐 내 영혼이 바쁘게 살아가는 나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내 몸이 버티지 못하거나 내 삶에 회의감이 심하게 들거 같아서, 수업 시간표도 조정하며 삶을 돌아볼 수 여유를 갖는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매일 보는 학생들의 모습이 더 잘 보였다. 아이들이 어떤 마음 상태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수업도 좀 더 즐겁게 이끌 수 있었다. 또 내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좀 더 다양한 삶을 계획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학생, 가족, 친구 그리고 내 삶에 필요한 것들이 더 잘 보이고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신경 쓰거나 책임 져야 하는 것이 많아진다. 하지만 여유 없이 거기에만 몰두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고, 언젠가 그 점을 후회할 수 있다. 삶은 품은 마음에 따라서 생각보다 길고, 좀 더 즐길만하며,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_비가 창가에서 쉬어가네_


다닥다닥

하늘 뒤집히는 소리에

눈 들어 창문을 본다.

주룩주룩

빗물이 창가에 맺히는데

그들이 만드는 수묵화에

내 마음 어느새 녹아들고 있다.

진하게 맺힌 빗방울은

화선지 쭉 내리쓴 붓글씨로

커다란 나무와 잎 그리고 고운 꽃을 그린다.

아이가 호호 분 듯 희뿌연 김은

잎과 수풀 주위를 나비처럼 날아다닌다.


내 마음 동하여

그 정원에서 뛰어놀며

쏴아

이 순간 만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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