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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Nov 09. 2016

오사카 3일 차 : 홈스테이,  일본

우에혼마치, 도톤보리, 오사카성

3일 차는 홈스테이로 진행되었다. 나를 비롯한 4명이 함께할 호스트는 '녹색'의 뜻을 가지고 있는 미도리 상. 미도리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만난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이었다. 미도리의 뜻은 호스트에게 직접 들었다. 일본에서 이름을 지을 때는 실제로 쓰이는 단어로 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들었는데 그것과 맞닿아 있는 듯 했다.


미도리 상의 집은 오사카 국제교류센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거리.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일본의 버스가 재미있는 것은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린다는 점. 요금 역시 앞에서 내릴 때 지불하기 때문에 무임승차가 있을 법도 한 시스템으로 느껴지는 데 그런 일은 일절 없어 보였다. 버스 요금은 거리에 따라서 정해지는 듯 하나, 후에 탄 오사카 성으로 가는 버스의 경우엔 고정된 가격이었다. 일본의 대중교통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연장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문화가 있다(우리나라보다 더 잘 지켜지는 듯 하다). 유럽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의 분위기랑은 상반된 것.


일본 거리 건물들의 특징이 있다면, 깔끔히 정리된 선과 앞에 놓여진 꽃들이다


도톤보리로 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은 미도리 상의 설명에 따르면 400년 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집권할 때 만들어진 것으로, 귀족들이 이용하는 길이었다. 그 길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다. 일본을 다니며 느끼는 것은 곳곳에 전통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 이는 몇 차례 환란을 겪었던 우리와 달리 2차 세계대전의 원폭을 제외하면 외세의 큰 침략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역사가 기반이 되었겠지만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인식이 큰 이유로 보였다.


일본의 지하철은 보통은 스크린 도어가 없다. 우리나라의 지하철보다 작기도 하다. 허나 이는 유럽의 지하철들이 사정이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오래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가 이용한 노선은 완벽한 스크린도어는 아니지만 상체의 가슴 높이까지 가리는 벽이 세워져 있었다. 미도리 상은 최근에 신설한 노선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오사카의 지하철 시스템은 유럽과 비교하면 현대적이고,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약간 구시대적이다.


도톤보리에서는 라멘을 먹고(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같은 가격임을 고려하면 음식의 세부적인 차원이 더 뛰어났다), 간단히 쇼핑을 하고 돌아다녔다. 라멘 집의 결제는 선불 계산기로 이루어졌다. 최근 혼잡을 이유로 더치페이를 금지시키는 식당들을 떠올려 보면 선불 계산기는 훌륭한 대안으로 보인다. 도톤보리는 오사카 최대의 번화가로 서울로 치면 명동이다. 


도톤보리를 넘어 오사카의 대표 모습으로 꼽히는 글리코

도톤보리 이후에는 도보로 우에혼마치 지역으로 이동했다. 우에혼마치 지역은 미도리 상의 설명에 따르면 부촌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긴 시간 도보로 이동했기에 잠시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사카 성으로 이동했다. 이 때 미도리 상은 휴식과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 인원 4명이 함께 출발했다. 오사카 성으로 가는 버스 62번에 탑승. 오사카의 버스 정류장은 전통적인 알림 시스템(버스 도착 시간표)와 현대적 시스템(몇 정거장 전에 있는지 알려주는 디지털 기계)가 공존한다. 유럽의 트램처럼 전용 노선을 이용하기에 도착 시간이 일정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님에도 그런 정류장들이 꽤 있었다.


버스들 앞에 있는 지도. 외국인이라 그런지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존재 자체는 좋아보인다.


오사카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한 이후 건축한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넓은 크기와 아름다운 모습이다. 다만 이후 전란에 한 번 불탄 적이 있어 재건한 것이다. 오사카 성에서 약 2시간 정도 구경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물 주변으로 1시간을 넘게 걸어도 전부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부지가 넓다. 재미있는 것은, 오사카 성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해자가 아주 넓고 깊게 파져 있었다는 것이다. 



오사카 성은 도톤보리와 마찬가지로 전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몰려있다. 오사카 성 내부의 화장실들은 조금 자연친화적(?)인데, 윗 천장이 뚫려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다. 오사카 성 내부에 입장하는 표는 시간제한이 있으니 내부를 구경한다면 일찍 와서 표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곧 입장표 판매가 마감된다는 소식이 한국어로 방송되기도 한다.



아래는 오사카 성과 그 주변의 사진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작은 신사. 오사카 성도 다르지 않았다.
관광객을 태운, 작은 배.


오사카 성에 어둠이 드리워지고 건물에 빛이 들어오는 순간은 사람들이 오사카 성을 빠져나가기 시작할 즈음이다


오사카 성을 구경하고 나서는 미도리의 집으로 귀가했다. 귀가해서는 스끼야끼를 주 반찬으로 한 저녁을 먹었다. 스끼야끼는 정말로 맛있다. 미도리의 집에서 다도도 즐기고, 다른 음식문화도 체험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일본의 식기는 겹쳐놓는 일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겹치는 와중에 식기가 상할 수 있다고 했다. 미도리의 집의 식기만이 그런 줄 알았으나 다른 식당에서도 한국처럼 쌓아놓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궁금한 지점이다.


이후에 미도리 상의집에서 유카타 체험을 하고, 일본식 목욕을 체험했다. 집에 마련된 작은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모든 사람들이 그 물을 돌아가며 사용하는 것. 짧게 이용하여 1분 정도만 물을 담궜다. 미도리 상의 집은 과거 일본 집의 모습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그렇기에 불편한 점(온도가 낮은 것, 삐걱거리는 복도 등)도 있었으나 신기한 모습들(과거 집에서 사용하는 소품)을 볼 수 있었다. 미도리 상과 함께 미도리 상과 가족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종일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일본의 모습들이다. 미도리 상의 집에서 만난 집의 인테리어나, 문화도 한국과 다른 점이 많았다. 남성이 순서에서 우선되는 것들이나(물론, 이 부분은 젊은 일본인 세대에겐 어떤 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차 문화, 식사 문화와 같은 것들. 다른 식당에서도 체험했지만 일본은 늘 차를 마시고, 식사에 숟가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언제나 된장국을 함께 마신다. 그릇들은 언제나 섬세하다. 계절과 음식에 따라서 다른 색상과 종류의 그릇을 낼 정도로. 일본의 가정문화, 남여문화 등은 앞으로도 알아가고 싶은 부분이다. 특히 단순 남존여비로 치환되는 조선 후기의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명확한 성역할 구분으로 보이는 일본의 남녀문화는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지금은 어떤 부분이 변화하고 어떤 부분이 남아있는지도 재미있게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영역이다.


일본의 길거리는 늘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전통적 모습을 추구한다. 동시에 선들은 명확하여 군더더기가 없다. 건물의 앞에는 늘 잘 길러진 꽃들이 장식하고, 대중교통은 현대적 모습보다는 기존의 모습이 더 많다. 이는 일본이 생각보다 디지털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과 맞닿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또는 영국처럼 기존의 것을 좋아하고 바꾸기 싫어하는 부분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 최첨단을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최소한 그러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으로 보이는)과, 굳이 최첨단을 추구하지 않되 여유로워보이는 일본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가 궁금해지는 지점이었다.



양 옆은 우리가 선물한 한국 김과 함께 오니기리로 만들어 먹었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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