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오사카 대한민국총영사관, 이쿠노구, 나카자키초
첫 방문은 대한민국 총영사관이었다.
도톤보리 옆에 위치한 총영사관.
과거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한 왕인박사가 지냈던 땅에 세운 것이라고 한다.
재밌는 것은, 일본의 총영사관은 중앙정부 지원이 아니라 교포들의 지원으로 지어졌다는 것.
교포들이 직접 땅을 구매하고 건물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영사관은 교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적 업무를 맡은 대사관과는 다른 개념.
그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중소기업들이 몰려있는 이쿠노구였다.
방문한 기업은 야마모토화학과 산에금속제작소.
야마모토화학은 석회석을 주재료로 한 고무를 생산한다. 품질이 좋아 한 때는 수영복에 사용되는 것이 금지되기도 했다고 한다.
공장 내부 촬영은 금지였으나, 유일하게 촬영이 가능한 부분. 석회석을 비롯한 원재료를 "오코노미야끼"처럼 만든 것. 여기에 탄소섬유와 기름을 섞어 공정을 거치면 고무로 탄생한다.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진 고무는 굉장히 매끄럽고 탄성이 강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바로 주변에 있는 산에 금속제작소. 재일교포 3세가 운영하는 곳으로 다양한 금속제품을 생산한다. 주방 싱크대의 물이 빠지는 배수구라던지,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이라던지. 베트남 인과 한국인, 일본인이 뒤섞인 공장과 사무실은 인테리어 역시 제품을 재해석한 것들로 이루어져 다채로웠다.
일본은 전통적인 중소기업 강국이다. 이곳에 모인 중소기업들이 현재 일본의 그러한 모습을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극심한 실업난을 겪었으나, 최근에는 사정이 나아져 오히려 일손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한다. 관련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청년인구의 감소로 이런 비슷한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현재 이곳에서 만나는 곳곳 일본의 모습이 미래 우리나라가 겪게 될 현실이라고 생각하자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근무환경에 대해서도 더 궁금한 바가 있었지만 자세히 묻지는 못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나카자키 초였다. 나카자키 초는 도시재생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마을이다. 노년층이나 빈곤층이 많이 살고 있던, 골목골목 동네는 도시재생프로젝트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먼저 방문한 곳은 장애인의 재활을 돕는 사오리센터였다. 사오리센터의 오리는 바느질을 뜻한다. 실제로 사오리 센터는 바느질 관련 도구로 가득하다. 사오리센터에서 가장 감명깊은 부분은 장애인을 위한 곳 답게,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이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그 예시가 턱을 낮추어 평평하게 만든 바닥이다.
사오리 센터에서 나와서 지나가는 곳곳은 도시재생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가게들이 가득했다. 그 중에는 가게 이름 자체가 "취미로 하는 가게"인 곳도 있었는데, 상호 답게 오늘이 문을 열지 않는 날이라 방문하지는 못했다. 이후 카페 두 곳을 방문했는데,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시작한 준이 처음 문을 연 카페이기도 했다. 카페엔 대화할 수 있는 공간, 음식을 만들고 파는 공간,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고객 5명이 모여 원하는 영상을 이야기하면 볼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짠 것이 탁월했다. 사실 일본의 특색이 그런 것이기도 하다.
카페 옆 가게. 이곳에서 도시재생프로젝트의 3원칙을 들을 수 있었다. 첫째,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 일 것 둘째, 지역민이 참여할 수 있을 것 셋째, 세계의 시민을 위한 일일 것. 이 가게는 첫번째로 가족에게 더 안전하고 맛있는 그래놀라를 먹이고 싶다는 개인적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둘째로 지역민의 비상식량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또한 공정무역을 통해 원료를 만드는 제 3세계에 기여하고, 소비자들의 공정무역 소비를 촉진한다. 이후 프로젝트를 시작한 준과 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준은 "모두가 배움의 대상"이며 "나만의 프로젝트라고 생각지 않는다. 처음은 내가 시작했을지 모르나 다 같이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준과 길게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마무리지었다.
아래는 오늘 마주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