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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Nov 18. 2016

교토 2일차 : 일본인이 변화에 대처하는 법

파머즈마켓, 비와코박물관, 교토국제만화박물관, 신칸센, 미즈시마콤비나트

료칸에서 일어나 아침식사를 했다. 아침식사 역시 굉장히 훌륭하다. 일본의 식사에는 연어가 자주 보인다. 또한 된장국(미소국)에 생선살을 넣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사실 생선살 뿐만 아니라, 씹을 수 있는 재료 자체가 많이 들어가서 더 풍성한 맛을 낸다. 우리나라 된장국과 다른 점이다. 


아침식사를 하고나니 이부자리가 모두 치워져 있다. 그 서비스에 다시 한 번 감탄. 바로 이동한 곳은 JA오우미후지파머즈마켓이다. 오우민치로 불리는 이곳은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고 농업이 퇴화하는 지역적 문제에서 출발했다. 주변의 농산물들을 바로 판매하는 지매장 오우민치를 만들고, 더해서 그 식재료로 바로 식사까지 가능한 레스토랑까지 만들었다. 특산화 품목에 집중해 유채꽃, 멜론을 이용한 상품도 만들었다. 나 역시 이곳의 멜론와인과 무화과 잼을 구매했다. 이곳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로컬푸드' 움직임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주목받는 곳이다. 


설명을 들으며 받은 음식들. 딸기 아이스크림의 맛은 최고였다.


이곳의 주요 목표는 농가의 최대소득보전이라고 한다. 레스토랑 메뉴의 4가지 조건은 1. 옛부터 내려져 오는 가정요리일 것 2. 향토음식을 알릴 수 있을 것 3. 현지 식재료를 사용할 것 4. 행사음식을 소중히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레스토랑, 마켓 등 주요한 원칙과 목표를 세우고 그를 실천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세세한 부분까지 배여 있었다. 6차 산업이라는 자부심까지 있었는데, 따로 질문을 해서 여쭤본 결과 6차산업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판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것으로 새로운 상품으로까지 발전시켜 상품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잼들
고등어 초밥


후에 방문할 곳에서도 느꼈지만, 고령화와 젊은 인구의 도시로 이주하는 현상은 우리에게도 벌어진 일이다. 오우민치 파머즈 마켓에서 이들이 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뒤에 방문했던 곳에서도 느꼈지만 늘 '자생적 노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 같다. 위기가 찾아올 수록 가진 것에 집중하고, 그 가진 것을 바탕으로 다시 사람들이 찾아와서 새로운 활력을 띠도록 하는 느낌. 실제로 이곳에는 다양한 방문객들과 로컬푸드를 배우기 위해서 다양한 곳에서 방문을 한다고 한다. '귀농'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한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는 지금 오우민치의 노력과 시도는 앞으로 더 유의미해질 것 같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비와코박물관이다. 비와코는 일본 최대 호수다. 실제로 이곳에서 '바다 아니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거대한 물은 호수였다. 이 호수에는 배스로 대표되는 외래종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어서 문제를 겪고 있었다(사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이들이 내놓은 대책은 그 배스로 요리를 하는 것. 이 곳에서 우리는 이들의 새로운 시도를 체험했다. 다만 비위에 맞지 않을 수 있어 다양한 요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었는데, 나는 언제 내가 배스를 먹어보겠냐며 배스 튀김 덮밥을 먹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건 꽤나 훌륭한 선택이었다.


배스튀김덮밥

배스튀김덮밥의 맛은 좋았다. 배스튀김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고구마와 깻잎 튀김(한국 깻잎이 아니라 일본식 깻잎인 '시소'가 아닌가 생각이 들긴 했다)도 있을 뿐더러, 간장양념이 되어 있다. 배스튀김의 맛은, 다른 생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냥 잘 튀겨진 흰살생선 튀김을 먹는 느낌이었기에 비위가 약한 편인 나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여기서도 새로웠던 건, 문제를 해결하고자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배스가 문제라면 배스를 먹기 시작하면 된다는 것. 호주에서도 캥거루가 너무 많아 문제가 되어 캥거루를 어떻게 맛있게 요리해서 수요를 높일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비슷한 지점의 고민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밌는 건, 일본에 오기 전 시골에서 나고 자란 분과 얘기를 하다가 배스가 우리 농가에서 문제였는데 일본에서 이걸 잘 먹어서 사람들이 다 잡아다가 일본에 팔기 시작했다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비와코 박물관의 배스튀김을 시작으로 배스가 일본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배스튀김을 실제로 만나니 그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일본에서 늘 감탄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장애인 문화다. 장애인들이 살기에 너무나 불편하기에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찾기 어려운 우리와 달리 일본에서는 쉽게 장애인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건물에도 이렇게 휠체어를 따로 대여/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그 모든 것들이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사소하지 않은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시내버스에 관심이 많은지라 시내버스를 탈 때도 늘 열심히 관찰을 했는데, 일본의 시내버스는 계단이 없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더 편리하도록 되어 있다.


일본의 버스 하단은 이렇게 생겼다. 버스의 계단을 없애는 건 매우 중요한 시도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교토국제만화박물관이었다. 일본최대의 만화 박물관이다. 이곳은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그 이유는 내부에 전시, 보관되어 있는 수많은 만화들 때문이다. 만화들은 각자의 저작권이 있는 생산물이기에 그렇다. 만화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몇 가지 유명 작품은 굉장히 좋아하는 나는 30분 여를 투자한 끝에 <원피스> 티셔츠를 구매했다. 가격은 3만원 가량. 


이 곳이 재미있는 건, 만화들을 모두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곳곳에서 사람들은 서서, 앉아서 만화를 보고 있었다. 한 켠에는 아예 안락의자까지 구비되어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편하게 만화를 본다. 만화를 '어린애들이나 보는 것'으로 취급하는 우리나라의 인식과 다른 일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일본의 편의점에는 잡지와 만화가 무조건 있는데, 그곳에서도 만화를 보고 있는 손님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젊은 세대 위주로 우리나라에서도 만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콘텐츠"에 대한 편견은 문화산업 발달에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꼭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콘텐츠에 대한 사랑과 인정, 그것을 제값으로 구매하는 소비자 정신은 일본이 세계 최대의 콘텐츠 강국이 되게 만들었다. 그 시작은 인식변화에서부터 출발이 될 것이다. 


이는 어쩌면, 총영사관에서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인들의 "전문가주의". 한 가지 일에 투자하고 신념을 다해 전문가가 되는 것을 무조건 높게 치는 시민의식은 그 대상이 만화라 할지라도 어김없이 적용된 것일테다. 직업에 대한 계급을 나누고 그 잣대로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생각이 변화할 필요성을 다시 느낀다. "전문가주의"가 가져오는 단점, 즉 권위주의로 변질되어 새로운 시도를 쉽게 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히 일본의 발전을 막는 하나의 문제점으로 작용하겠지만, 그 전문가주의는 지금의 일본을 가능케 한 힘이라는 생각이 일본을 다니면서 늘 상기되었다. 




만화박물관을 본 뒤에는 신칸센을 탔다. 신칸센은 일본의 고속철도로, 전세계적으로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차다. 프랑스나 여타 국가들도 고속철도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은 예전부터 달려온 신칸센이 수차례의 지진에도 안전사고 없이 운행되었다는 점에서 일본인들의 완벽성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신칸센의 가격은 매우 비싸다. 그렇기에 신칸센을 탄다는 것이 굉장히 즐거웠다.


신칸센은 1분 단위로 다닌다. 
스크린도어. 우리의 기차역에는 아직 이런 것이 없지 않던가? 물론 지하철 스크린도어 숫자는 우리가 월등히 많다.
난 공항과 기차역의 전광판을 좋아한다. 오른쪽의 '갈아타는 곳'이라는 한국어가 눈에 띈다.


신칸센은 빨랐다. 빠른데 조용했다. 흔들리지 않았고, 좌석간 앞-옆 간격도 넓었다. 앞에 커다란 트렁크를 놓을 수 있는 정도가 확보되었고, 옆자리는 적당히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간격이 확보되었다. 아직 ktx를 타본 적이 없어서 ktx와의 비교는 무리였으나, ktx를 타본 일행들은 ktx에 비해 확실히 편한 좌석이라고들 했다. 어쨌거나, 신칸센을 탄 건 행운이다.


일본의 시대정신은 '귀여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라 전체가 귀엽다. 또한 만화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치하다'는 평을 받지 않았을까?


우리의 목적지는 오카야마 현. 내일부터 다닐 곳은 구라시키 안에 있는 곳들이다. 오카야마 역에 도착해서는 미즈시마 콤비나트로 이동했다. 미즈시마 콤비나트는 구라시키 중부에 위치한 곳으로, 거대한 공장지대다. 이 지역은 2차세계대전 이후 공업화가 추진된 땅이다. 이 야경은 일본 야경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우리는 와슈잔 산에 올라 이 야경을 구경했다. 물론 '야경'이라는 것은 아름다움과 동시에 슬픔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서도 아름다웠다. 사진에 제대로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2차 세계대전 이후라고 하면, 한국전쟁 특수를 맞은 곳도 이곳은 아니었을지. 일본을 여행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아이러니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야경을 보고나서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에 코인 빨래방이 있어서 오랜만에 옷을 세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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