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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Nov 21. 2016

오카야마  : 가진 것에 집중하기

미관지구, 시모츠이, 고지마 청바지 스트리트

아침에 일어나 미관지구로 향했다. 미관지구는 과거 물자들이 집산한 창고들이 있었던 곳이다. '구라시키'라는 이름 역시 선창 역할을 하는 흰 벽 창고란 뜻이다. 미관지구에는 18세기-19세기 창고와 마을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곳은 배가 지날 수 있도록 수로가 나 있는데, 과거에는 이 수로를 통해 물건들을 날랐기 때문이다. 현재 이 수로는 관광객들의 뱃놀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관지구는 창고들과 집, 가게들이 함께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멋을 낸다. 가장 아름다웠던 곳 중 하나다. 과거의 모습을 보존한 건물, 늘어진 버드나무들 속에 흐르는 물. 낮이 되면 길거리 행상이 나와 악세서리를 판다.


 

마침 이 날은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한참을 걸으며, 중심에 있는 구라시키 아이비 스퀘어로 향했다. 아이비 스퀘어는 본래 방적공장이었던 공간을 전시, 문화 공간으로 바꿔놓은 곳이다. 다양한 박물관과 고급 레스토랑이 있다. 이 곳에서 어딘가에 들어가지는 않고 구경을 하고 나왔다. 직선의 공간들, 붉은 벽돌의 담장은 과거 공장의 형태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 곳에서는 각자 조별로 나뉘어 자유롭게 더 구경했다. 예쁜 가게와 건물들을 걸으며 사진을 찍기도 했고, 몇몇 가게에 들어가 구경도 했다. 이후 방문한 고지마 청바지 스트리트와 연관된, 청바지 가게도 있었다. 이 곳은 온갖 아이템을 '파란색'으로 팔았는데, 심지어 아이스크림도 파란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일본은 좁은 골목이 많고, 언제나 아름다웠다.
터키에서 유명한 '악마의 눈'을 여기서 볼 줄이야. 악마의 눈은 지니고 다니면 자신을 시기하는 질투를 흡수한다고 한다.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본 미관지구.


유명한, 고양이들.
살아있는 것만 같지만, 인형이다.

미관지구는 현재 주요 건통 건축물군 보호지구로 설정되어 있다.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이 곳과 비슷한 곳이 있다면 전주 한옥마을 정도 되려나. 어쨌거나 중요한 건 본래 지역이 가진 '이야기'에 집중을 하는 것 같다. 그것은 우스워보이지만 매력적인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다음으로는 시모츠이로 이동해서 점심을 먹고, 주변을 구경했다. 시모츠이는 항구도시인데, 낡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 거리 역시 보존지구로 설정되어 있다.


점심으로 먹은 회 정식. 언제나 나오는 된장국, 후식까지 갖춰진 예쁜 박스, 정갈하게 담긴 다양한 맛과 식감의 음식들. 
낡은 도시, 매서운 바닷바람, 인적이 드문 거리. 쓸쓸할 법도 한데 그 거리가 나쁘지 않았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고지마 청바지 거리. 고지마 지구는 예전부터 섬유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렇기에 일본 최초로 청바지를 생산한 땅이 되었다. 이 거리는 상가의 빈 점포를 활용하는 유치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청바지와 관련하여 모든 '파란' 것들을 파는 가게들로 가득하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수제 제품이다 보니, 예쁘고 독특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세다. 그렇기에 팔찌 하나만 사고 나머지는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보도블럭은 청바지 색깔이다. 놀라워라!
데님 아이스크림. 맛은... '뽕따' 소다맛.
이 곳은 모든게 파랗다.
심지어, 자판기와 쓰레기통 마저 데님이다!


청바지 스트리트를 구경한 뒤에는 주변 상점에 들러 간단히 쇼핑을 하고 저녁을 먹은 뒤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가장 화려한 곳이었지만, 과거에 지은 터라 인터넷이 없는 등 과거의 냄새가 물씬 나는 호텔이었다. 호텔 지하에는 수영장과 사우나가 있어서 사우나를 즐겼다. 노천탕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다.


일본식(?) 두부김치. 김치는 많이 달았지만 먹을만 했다.
문어 소바라고 했다. 메밀면처럼 보이진 않지만... 매콤한 맛이 남.
오른쪽은 과카몰리라고 생각했지만, 단순히 아보카도와 버터를 섞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묘한 맛이었는데, 말로만 듣던 아보카도 맛을 보아서 좋았음!
감자튀김은 너무 짰다. 일본의 음식이 전반적으로 짰는데, 이곳의 감자튀김이 절정이었다.
나시고렝. 개인적으로 나시고렝을 좋아하는데, 일본식으로 변주를 한 듯한 맛이었다. 
후식은 전세계 입맛이 비슷한 듯 싶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청바지색 보도였다. 아쉽게도 우리가 방문한 수요일이 고지마 청바지 거리가 대대적으로 쉬는 날이라 제대로 구경하기 어려웠지만, 세심한 곳까지 스며든 '집중'은 발견할 수 있었다. 미관지구와 시모츠이, 고지마에서 느낀 것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존하고 집중하는 것'. 그간 일본에서 느꼈던 것들이기도 하지만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던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도 관광업을 발달시키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런 점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쉽게 세계인들을 불러모으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관광지라 불리는 곳들도 모두 비루하나마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곳들이다.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이나 이탈리아의 진실의 입은 사실 관광지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자그마하지만, 그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결국 중요한 건 도시가, 건물이, 물건이 담고 있는 이야기다. 일본 최초로 청바지를 만들었던 곳이라는 것, 수로로 짐을 날랐던 창고와 공장이 있던 동네라는 것은 어찌보면 하찮은 이야기지만 그것에 집중하면 매력적인 이야기가 된다. 그렇기에, 이 날 만난 모든 것들은 하나에 집중하는 일본을 만날 수 있는 매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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