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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Nov 23. 2016

나오시마 : 예술가들의 섬

도시를 살리는 예술을 보다

아침에 일어나 우노항으로 향했다. 나오시마 섬으로 가기 위함이다. 가가와 현에 위치한 나오시마 섬은 본래의 산업이 황폐화되기 시작한 이후, 1989년에 도시재생프로젝트가 시작된 곳이다. 그 방법은 바로 '예술'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대표로 다양한 예술가들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른 얘기로는 '우동'이 유명하다고도 한다. 영화 <우동>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가가와 현이 사누끼 우동으로 유명한 곳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물론 사누끼 우동을 먹지는 못했으나, 나오시마 섬 안에는 다양한 우동 맛집들이 있다.


페리를 타고 나오시마로. 우노 항에서 배로 20분 정도 걸린다.
해변에서 모든 것은 가로가 된다. 일자로 늘어선 하늘, 육지, 그리고 바다.
나오시마 섬의 마스코트인 노란 호박. 

나오시마 섬에 도착해서 이동한 곳은 베넷세 하우스 박물관이다. 0~2층은 미술관, 3층은 호텔로 사용 중인 이 독특한 건물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호텔에서 묵으려면 한참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내부는 설치미술, 그림, 조각 등의 예술로 가득하다. 공간 자체를 예술적으로 변화시킨 곳도 있다. 미술관 내부와 작품들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고지대에 위치해 있기에 해변가가 눈에 들어온다. 위층에서는 더 잘보인다.
벽(!)을 열고 들어가면 네모난 공간에 동그란 돌이 있다. 네모난 공간에 갇혀, 돌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특이한 경험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혼무라 지구. '집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이다. 98년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 개방된 7곳의 공간을 예술가들이 고쳐나가며 공간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바꾸어나가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섬의 좁은 골목길 사이를 걷다보면 숨어있던 예술가들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점심으로 먹었던 카레.
길을 두번 오갈때까지, 빛을 받으며 같은 자세로 졸던 고양이. 너는 무엇을 고뇌하느냐 닝겐...

나오시마의 거리는 독특하되 독특하지 않다. 평범한 시골길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디자인이 숨어 있고 예술이 숨어 있다. 놀라운 건 이 섬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정말로 많다는 것. 연간 수십만의 관광객이 이곳을 들른다고 한다. 안도 다다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더 매력적인 곳이리라. 예술가는 자신의 일을 하고, 사람들은 그 예술을 찾는다. 오사카의 나카자키초에서도 들었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예술가 준은 마을/도시를 살리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을재생프로젝트와 도시재생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1990년대, 2000년 대 초반부터 그 작업이 시작된 일본에 비하면 10~20년 늦다("일본은 우리보다 10년 앞서있다"는 말을 몇 차례나 실감했다). 


다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길을, 마을을, 도시를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해야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예술가들의 둥지와 터전을 부수고, 그들의 영감을 지우는 방식으로 살린 도시를 죽이고 다른 도시를 살리는 파괴적인 일들만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마을재생프로젝트를 보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섬 입구에서 가까운, 가장 오래된 목욕탕 앞을 꾸민 예술가들의 손길을 보며 도시를 살리는 것은 도시를 단순히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페리를 타고 섬을 나와, 오카야마 역으로 가서 다시 신칸센을 타고 신오사카역으로 이동했다. 저녁은 도시락을 먹었다. 갈비와 불고기가 있는 도시락. 전반적으로 달고 짜지만 맛있다. 신칸센은 언제나 빠르다. 다만 양이 많지는 않았다. 

일본의 쓰레기통은 늘 그 모양에 맞게 입구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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