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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Nov 28. 2016

닝겐의 꿈 : 오사카 만국박람회

오사카 대학 학생들과의 교류, 오사카 만국박람회 EXPOCITY 

하루의 시작은 오사카대학교로 이동해서 오사카대학생들과의 교류를 하는 것이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라 기초적인 한국어 소통이 가능했다. 모여서 우리는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각자의 대학생활에 대해 발표했다. 일본-한국 대학생 생활과 인식에 대해서 재밌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에 함께 식사를 하고, 간단히 캠퍼스 투어를 하고 나서 헤어졌다. 캠퍼스는 최신식 같다고 하면 그런 듯했고, 구식같다면 구식같은 오묘한 지점이었다. 하긴 그것은 우리나라 캠퍼스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함께 다니며 캠퍼스 투어를 해준 일본인 친구는 캠퍼스가 작은 편임을 강조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보다 더 작은 캠퍼스가 많다는 점을 설명해주었다. 실제로 우리가 방문한 미노 캠퍼스는 외국어학부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 규모라면... 싶었다.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친구들이라 공통점을 찾기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깊은 대화를 나누기에는 상호 언어의 장벽과 시간 제약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해외의 대학생과 교류하는 일은 즐거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앞으로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식사 메뉴중 하나였던 스시. 일본 친구들이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더 반가워했다. 젓가락에 오사카 대학 CO-OP이 눈에 띈다. 대학 내 협동조합이 잘 발달된 것일까?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오사카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엑스포시티다. 1970년 오사카는 아시아 최초로 만국박람회를 개최했다. 내가 오사카 만국박람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첫번째 이미지는 '만박'으로 불리던, 만화 <20세기 소년>에 등장하는 모습이다. 그 만화에서 오사카 만박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긍정과 동시에 화가 진행되며 조금은 그로테스크해진, 디스토피아적 모습의 대표격으로 변해갔기에 내게 오사카 엑스포의 이미지는 마냥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기묘한 상태였다.


허나 내가 엑스포, 만국박람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뚜렷하게 '인간의 꿈'이다. 모든 인간이 평화롭게 교류하는 세상 뭐 그런 것들. 올림픽 정신이라던지 그런 것들에 나는 조금 설레는 특징이 있다. 그런 것과 별개로,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이미지는 일본 내 작품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짱구의 극장판 애니매이션에서도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그 작품에서 내가 기억하는 건 왁스의 노래와 함께 편집한 짱구 아버지의 일생이었다. 여튼 그 화는 내가 보지는 않았지만, 그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명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닝겐의 꿈은 역시 관람차.
엑스포 내부의 '자연문화원'. 우리가 아는 심볼 태양의 탑이 이곳에 있다.
전철과 관람차. 멋진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태양의 탑은곰곰이 생각해보면 조금 그로테스크하다.
자연문화원 내부에 위치한 만국박람회 박물관. 내부 사진촬영이 불가능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플래시가 금지였다. 사진 찍지 못한 것이 아깝다.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마스코트인 태양의 탑은 거대하다. 파리의 에펠탑 역시 만국박람회로 지어진 거대한 건축물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만국박람회=거대한 건축물 등식이 성립하는 것 같지만... 얼마나 거대하냐면 사람은 탑 앞에서 매우 조그매진다. 물론 탑 가까이에 접근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 탑의 정면 얼굴은 현재를 뜻한다. 정면 얼굴 위쪽에 위치한 금색 얼굴은 미래를 의미한다. 뒤쪽에도 얼굴이 있는데, 어두운 모습으로 그닥 유쾌하지는 않다. 과거를 의미한다.

<20세기 소년>에서 이 태양의 탑은 '친구'의 상징으로 얼룩져 있다. 
과거는 어두운 것인가...


1988년의 서울 올림픽이 전쟁과 가난을 딛고 일어선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다면, 1970의 만국박람회 역시 비슷하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의 아픔을 딛고 무서운 경제발전을 이뤄낸 일본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의지가 표명된 것이다. <20세기 소년>에서 태양의 탑에 <친구>의 마크가 새겨지는 걸 생각하면 기묘하다. '신이 되었다'는 작화 내 표현, 세계를 통일한 것만 같은 '친구'의 존재. 그리고 세계에 거대한 일본의 부활을 알리는 만국박람회. <20세기 소년>에서도 주인공들이 오사카 만박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만국박람회의 의미는 참으로 복잡한 것이지 싶다.


 

미래를 등불로 가려보았다.


다음으로는 쇼핑몰로 이동해서 식사를 하고, 자유롭게 가게를 구경하며 쇼핑을 했다. 


피카피카
뷔페. 역시나 푸딩류가 많았다. 푸딩을 사랑하는 일본...
교토 지방의 전통 푸딩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관람차를 타기도 했다. 사실 난 관람차에 대한 로망과 동경이 있지만, 관람차를 그동안 단 한번도 탄 적이 없다. 그것은 1. 무서워서 2. 돈이 아까워서 였다. 나는 고소공포증도 심하고 겁도 많은 터라... 또한 런던/파리의 관람차는 당시에 가난한 여행을 할 때라서 가격표도 보지 않은 채 지나갔다. 이곳의 관람차 가격은 1000엔으로 만원. 꽤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밤이 되자, 미래는 무서워졌다...


관람차는 생각보다 덜 무서웠다. 속도감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천천한 속도였기 때문에. 15분 정도 짧은 시간이었는데, 오사카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꽤나 좋은 경험이었다. 덜 무서운 것이지 안 무서운 것은 아니었으나... 앞으로 관람차가 무서워서 타지 않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정도 무서운 것이라면 참을 수 있다.


만국박람회가 내게 조금 더 관심있는 곳이었다면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어쨌거나 '인류'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니즘에 빠진 인류가 '인류애'를 논하고, '평등'을 이야기하고 밝고 보람찬 미래를 다같이 그려본다는 것만으로 내게는 매력적이다. 뭐랄까 세상은 그래도 아직 살만하다 싶은 희망을 느껴보기도 하고. 물론 그것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느낄 수 있어야 좋을 것이고, 일상에서 느낄 수 있도록 내 일상을 그렇게 구성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물론 오사카 만국박람회는 내겐 <20세기 소년>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강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인류애스러운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그건 내가 방문한 시점이 1970년이 아니었기 때문이겠지.


사실 엑스포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겠으나, '만박'으로 줄여서 표현된 만화책의 단어가 내게 먼저 꽂혀서 계속 '만국박람회'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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