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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Nov 30. 2016

일본여행 마무리 : 감정 정리

간사이 대학생들과 교류, 신사이바시, 기타하마, 환송식

아침에 일어나 오사카 국제교류센터로 이동했다. 어느새 이곳은 익숙해진 느낌이다. 뭔가 정이 밴 느낌이라고 할까. 눈에 익은 듯한 거리들이 낯설지 않다. 10일 째인 여행에서 어느새 정이 들었던 탓이겠다.


오늘도 일본 대학생들과 교류가 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긴 교류시간이 있기에 기대를 많이 했고, 나름 준비도 했다. 우리 조와 함께하는 대학생은 카나미, 아야. 우리는 신사이바시로 먼저 출발했다. 그곳에서 이것저것 둘러볼 계획이었다. 신사이바시-도톤보리도 오사카 총영사관을 갔을 때 지나가고, 홈스테이 때에도 왔던 터라 이곳마저 낯설지 않다. 그래. 10일이면 충분히 적응할만한 기간이고, 모든 것들이 새롭게(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여행의 관성이 몸에 배어버린다.


롯데리아에서 팔던 것.
유명하다는 드러그 스토어. 팀원 몇명이 이곳에서 쇼핑을 했다.
글리코 상은 언제나 활기차다.
이런 식의 종이벽보는 신기하다. 한글로 감시카메라 작동중이라고 적혀 있다.


둘러보다가 돈가스를 먹었다. 본래에는 잠깐만 둘러보고 본래 목적지인 기타하마로 출발할 생각이었는데, 신사이바시까지 걸린 시간도 있었고 이곳에서 잠깐 둘러보다보니(우린 단지 직선으로 조금 걷기만 했을 뿐인데도)어느새 다들 배가 많이 고픈 상태였다. 다들 돈가스를 먹자고 해서 돈가스를 먹었다. 맛부터 말하자면, 돈가스는 인생 돈가스였다. 가격 대가 센 편이기도 했지만, 한국에서도 10000원이 넘는 돈가스 집은 왕왕 있는데도 그렇다.


난 레몬을 주는 것이 참 좋았다.

돈가스를 먹고 나서는 지하철을 타고 기타하마로 이동했다. 기타하마로 간 이유는 하나였다. 강변이 예쁘다는 것. 그곳의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대화를 많이 나눌 생각이었다. 실제로 기타하마는 요새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핫'한 곳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일본 지하철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에스컬레이터가 오르는 방향에만 있는 일이 많다는 것.
일본 지하철 노선도를 익히기는 쉽지가 않았다. 
일본에서는 곳곳에 이런 귀여운 그림들로 만든 표식을 발견할 수 있다.

기타하마에 내렸다. 맑은 날씨에 조용한 강가. 참 예쁜 동네임에는 틀림이 없다. 역 바로 앞에 있는 카페를 가려고 했는데, 세상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길게 줄을 서 있다. 건물 앞에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내부에만 사람이 많은 줄 알았는데 옆 건물 계단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한 번 의지를 잃고, 자그마한 주스의 가격에 다시 한 번 의지를 잃고는 일단 강변을 따라 걷기로 했다. 카페에서 어물쩡 거릴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다. 


공원처럼 조성된 곳을 걷고 있자니 캐롤이 들린다. 캐롤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류의 음악이다. 캐롤을 들으면 세상은 희망차고, 밝아진다. 우리는 조금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캐롤은 그렇다. 소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걸으니 젊은 두 남녀가 한 명은 기타, 한 명은 보컬로 공연을 하고 있다. 우리는 2~3곡을 연달아 그곳에서 들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여행을 하다보면, 그것이 특히 외국이라면 1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 기묘한 상태가 된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감탄하던 나는 없고, 카메라를 그렇게 쉽게 들지도 않는다. 여행자가 겪어야 하는 조금 다른 일상들은 익숙해지고, 여행 자체가 일상의 느낌으로 변하는 '적응과정'을 거쳐 무뎌진다. 물론, 그것은 여행을 하며 힘들었던 기억들을 안고 있는 상태다. 어쨌거나, 여행이 주는 심리적 피로함은 있으니까. 특히 외국이라면 더더욱. 그래서인지 난 예전 유럽을 여행할 때, 기차 안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더랬다.


 그 때는 이유조차 몰랐다. 여행 7일차 였던 그 때, 20살의 패기로만 좌충우돌 여행을 다녔던 때. 살아남기에 바빴던 일주일 간 어떤 노래도 듣지 못했다가 그 기차에서 한국 노래를 듣고는 울어버렸다. 그건 일종의 안도였다. 그래도 나 잘 다니고 있구나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밀어냈던 신체의 피로, 내가 있던 곳에 대한 그리움, 외국인으로서의 서러움, 낯선 곳에서의 생존이 가져오는 힘듬, 함께 여행하는 친구와 모든 걸 맞춰 나가야하는 불편함,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불안함 등 여행자의 부정적 감정상태들이 모두 폭발한 것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나를 달래주는 시간이 있었기에 그 여름의 여행은 무사히, 기쁜 기억만을 남긴채 끝낼 수 있었더랬다.


 이 노래는 그 때처럼, 나를 위로했고 다독였던 것 같다. 바쁘게만 시간을 보낸 일본에서의 시간 동안 잠시 여유를 찾는 것. 그래서 이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지금까지 잘 지내왔음이 감사했고, 이제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감사했고 소중했다. 시간만 많다면 30분이고 1시간이고 노래를 들을 수도 있었겠으나, 어쩌면 그 노래 소리를 옆에 두고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겠으나,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은 많지 않았기에 아쉽지만 좀 더 걷기로 했다. 함께 인사를 나누고, 한국에서 왔노라고 하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고마워요.


이후 공원을 한바퀴 더 둘러보고 다시 오사카 국제교류센터로 이동했다. 오늘 이곳에서 환송식이 있다. 그간 교류한 대학생들과, 홈스테이로 만난 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여행한 31명의 팀원끼리 소감을 발표한다. 시간이 길었음에도 짧은 것 같아 아쉬웠다. 가는 길에 몇 개의 사진을 더 찍었다. 길거리를 더 담아두고 싶었다. 


환송식은 식사, 정리 인사, 소감발표, 콘테스트 발표로 진행되었다. 내가 있었던 홈스테이의 호스트였던 미도리상이 오시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그래도 미리 얘기를 들었던 터라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뭐랄까, 정리된다는 느낌, 어쩌면 우울했을 법도 한데 호스트들과 일본 대학생 친구들, 31명과 함께 했기에 그런 기분 없이 마지막 밤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는 늘 함께 다닌 다카사키 상이 직접 만든 동영상을 보았다. 늘 대화를 많이 하고 싶었으나 언어의 장벽으로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한게 마음의 짐처럼 남아 있었다. 


그나마 료칸에서 함께 가이세키 요리를 먹으며 한 테이블에서 조금이나마 대화를 했었는데, 그 때 내가 영어나 일어를 잘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었다. 다카사키 상에게 들을 수 있을 얘기가 참 많았을텐데. 그래서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한 점, 묵묵히 우리를 이끌었던 다카사키에게 제대로 말을 걸지 못한 점이 미안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멋진 동영상으로 보답받은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동영상을 보며 그런 미안함과 감사함, 지난 10일 간의 추억과 감정이 뒤섞여 울컥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환송식을 마치고는 숙소로 도보로 이동해 팀원들과 얘기하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날 듯 실감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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